지난 3월 16일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강당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상견례가 있었습니다.
학부모총회는 학부모님께 학교가 어떻게 1년 동안 자녀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학교장의 학교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의 담임과 교과 교사는 누구인지?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대부분 어머니들이 오셨고 간간히 아버지도 보였습니다.
상견례에 나갈 때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처럼, 학부모총회도 잠깐 만나는 자리인데도 학부모님들은 패션쇼에 나가는 모델처럼 한 껏 뽐을 내고 방문합니다.
머리 손질은 기본이고 가장 아끼고 값비싼(?) 옷을 입고 오십니다. 가장 압권은 소위 명품백입니다. 가방에 대해 문외한인 저는 교무실에 수군대는 말을 엿듣고 알았습니다.
<관련기사: 700만원씩은 걸치고 간다. 엄마들의 데뷔 날 학부모 총회>
다른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겉모습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명품옷이나 가방이 아닌 편안한 복장으로 방문하시는 학부모님이 오히려 덜 부담스럽고 대하기가 편하답니다.
학교에 대해 잘 아는 학부모는 3월 총회에 나가기를 꺼려하기도 한답니다. 학교교육과정 운영 상 꼭 필요한 각종 위원회의 학부모 위원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급식소위원회, 교육과정위원회, 졸업앨범선정위원회 등등. 학부모의 마음은 잘 알지만 학교도 규정상 어쩔 수 없이 학부모위원을 섭외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학교장 인사말과 교육과정 설명회가 끝나면 선생님들을 소개합니다. 학부모만 한 껏 멋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으로 출근하지만 이날만큼은 선생님들도 최대한 정장 차림의 불편한(?) 옷을 입습니다.
물론 학교에도 MZ 세대 교사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편안한 청바지와 운동화를 입기도 합니다. 저는 이 또한 젊은 세대의 좋은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어떤 교장(감)은 대놓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론 이런 경우에 '꼰대'라는 소리를 듣겠지만요).
단상에 모두 올라 이름과 과목을 말하면 가볍게 인사를 하는데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수업했음에도 선생님들도 학부모님 앞에 서는 것을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한답니다. 하지만 교사답게 겉으로 표시는 나지 않습니다.
교장인 저도 인사를 합니다.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 어머 교장선생님이 너무 젊으시다. 호호호"
그럼 저는
"학부모님 우리 학교 교장이 참 젊죠? 예쁜 자녀분들의 꿈과 끼를 키워 줄 저처럼 몸과 마음이 젊고 건강한 선생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라구요.
학부모총회 전 날 담임선생님들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내일은 코로나 이후 처음 대면으로 개최하는 학부모총회입니다. 그동안 총회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드시겠지만 학부모님 한 분 한 분 성심성의 껏 응대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10분도 채 안 되는 선생님과의 만남을 위해 정말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겁니다.
학부모님께 담임교사로서 우리반 아이들을 1년 동안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학급운영 원칙을 잘 설명해 주시고, 아이들을 내 자녀와 조카라는 생각으로 잘 살피고 교육하겠다고도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녀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주저 마시고 연락(가급적 퇴근 전) 주시라고도 안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