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무게와 행복의 관계, 비례? or 반비례?
등굣길에 '즐거운 아침맞이'를 하고 있다.
말이 즐거운 아침맞이이지 현실은 나만 즐겁고 학생들 대부분 찡그린 얼굴로 등교한다. 더 자고 싶은데 졸린 눈을 비비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학교에 가는 기분은 말하면 뭣 할까.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아는 학생의 아침 등교시간이다.
유독 두 학생에게 눈길이 갔다.
둘 다 또래보다 키가 살짝 작으면서 메고 있는 가방은 딱 봐도 엄청 크고 무거워 보였다.
"애들아 가방을 왜 이렇게 무겁게 메고 다녀? 이렇게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니면 선생님처럼 키가 잘 안 클 수 있다."
"하하하, 교감 선생님 저번에도 우리한테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자기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똑같이 물었던 것이다.
"아이코 이 녀석들아 저번에도 같은 말을 들었으면 가방을 좀 가볍게 하고 다녀야지? 오늘도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에 오면 어떻게 하니?"
학교에 개인용 사물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교실에는 책이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사물함이 개인별로 하나씩 있다.
"그런데 애들아? 책가방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울까?"
나는 학생 뒤에서 가방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가방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었다.
"제 가방에는 학원 숙제와 교과서가 들어있어요."
"저는 농구공이 들어있어요. 하하하"
놀랐다.
둘 다 가방에 책이 잔뜩 들어있는 줄만 알았다. 어쩐지 왼쪽 학생의 가방은 부피에 비해 매우 가볍다고 생각했다.
나는 학원 숙제와 교과서가 들어있다는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애야 학교에 개인 사물함이 있잖아? 교과서는 사물함에 넣고 가볍게 다니면 좋을 것 같은데"
"안 돼요. 집에서는 학교 숙제를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해야 해서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해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너는 이 학생처럼 학원 숙제를 하거나 집에서 공부는 안 하니?"
둘 다 똑같이 1학년 학생인데 너무나 다른 모습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저도 학원 숙제도 있고 공부도 하는데요. 쟤처럼 학원 많이 안 다녀서 숙제가 별로 없어요. 쟤는요. 매일 학원에서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요. 저는 월수금만 학원 다녀요. 화목은 친구들이랑 농구하고 놀아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하고 학생 둘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학창 시절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 나중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공부는 때가 있다. 학생인 지금이 공부할 때이다.”
“대학 입학 후 실컷 놀아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과연,
202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말은 유효할까?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 말들이 유효해야만 된다고 믿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등굣길에 만난 두 학생 중 장차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 이 순간 누가 더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는지는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