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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 교장 Jul 10. 2024

학생이 밝게 웃는 학교 만드는 방법

자판기 4대만 있으면 돼요.

"(큰소리로)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학생들에 내게 왔다.

"뭐가 그렇게 감사하니?"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자판기 설치해 주셨잖아요! 다른 교장 선생님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학교가 지저분해지고, 급식을 잘 먹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안 해주셨거든요."

새로운 교장 선생님은 기존과 달리 자판기를 설치해 줬다고 좋아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얘들아 약속한 대로 쓰레기 마구 버리고 분리수거하지 않으면 바로 철수하는 것도 잘 알지?"

"네 교장선생님!"


AI가 그린 가상 이미지





학교의 존재 이유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냥 어른이 아니라 '멋진' 어른이다. 멋진 어른은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사는 이곳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멋진 어른이다. 물론 자기의 삶도 행복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시험 성적이 우수하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니다.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읽기, 과학 학업성취도는 OECD 국가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행복지수는 최하위이다.  30년 가까이 학교에 있으면서 깨달은 점은 '만족할 줄 아는 학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비록 공부는 꼴찌이지만 운동을 좋아하거나 친구와 사이좋게 지낸다거나 게임을 잘한다거나 시험 성적이 조금 오른 것에 만족하는 학생은 언제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교직원과 열틴 토론 끝에 자판기 4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학교가 매우 지저분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짧은 요즘 학생들인데 군것질을 하면 급식을 잘 먹지 않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올 것이다. 몸에 좋지 않은 과자, 음료수, 빵을 많이 먹어 학생들이 비만해질 것이다. 등등등

자판기를 설치하면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교장인 나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그토록 원한다는 사실 한 가지만 보고 과감히 결정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가 우려했던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과자봉지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았고 분리수거도 제법 잘했다. 군것질을 하여 점심 급식을 잘 먹지 않을 거란 걱정도 기우였다. 돌도 씹어 먹을 고등학생의 혈기왕성한 식욕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몇 명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판기 옆에 '잘 하자'는 문구를 붙이는 등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붙인 경고 문구




자판기 설치 후 학생들의 반응을 좀 더 소개하면,


(반응 1)

"교장 선생님 저 오늘부터 공부 때려치웠어요."

"무슨 말이지?"

"졸업하자마자 자판기 사업을 할 거예요.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이용하는 걸 보니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아서요."


(반응 2)

"교장 선생님 학교 자판기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지?"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빵과 음료수를 뽑아 먹는데, 다음 쉬는 시간만 되면 자판기에 빵과 음료수가 가득 차 있어요."

"하하하 정말 그런 것 같구나"


(반응 3)

"교장 선생님 내년에는 자판기 없애주세요."

"그게 무슨 말이니? 너희들이 그토록 원해서 설치했는데..."

"저 지금 고3인데요. 올 한 해만 사용하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요. ^^"

"하하하"


(반응 4)

"선생님 어디 가세요?"

"아 네~ 출출해서 자판기에서 빵을 사 먹으려고요."

학생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교직원도 자판기를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판기만 설치했을 뿐인데, 작년 9월 1일자로 부임한 나는 학생들에게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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