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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 교장 Mar 24. 2023

마음껏 달렸을 용감한 얼룩말에게

얼룩말 세로에게 쓰는 편지

사진출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9629#home




"아빠 TV 좀 봐봐! 어린이대공원에서 새끼 얼룩말이 탈출해서 도로가 막히고 난리 났데"


"정말 빨리 잡아야 할 텐데. 다치면 큰 일인데"


"막 도로 위를 뛰고 난리 났어. 자동차들 멈춰있고 사람들이 도망도 안 가고 구경하고 있어"


얼룩말아,

고맙다. 어제 저녁을 먹는데 평소 말이 없던 딸이 내게 말을 건너더구나.

덕분에 아빠와 딸이 네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부녀지간의 정을 나눴단다.


보니까

너는 2021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지금 2살밖에 안 된 아기 얼룩말이더구나.

나와 딸은 네가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줄 알았는데, 국적이 한국이라고 하니까 왜 이렇게 반갑던지.


그런데 말이다.

나는 네가 다칠까 봐 빨리 잡히길 간절히 바랐는데 엉뚱한 우리 딸은 반대로 네가 빨리 안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구나.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공원 우리 안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을 했겠어? 이왕 탈출에 성공했으니 마음껏 뛰고 달리다고 지쳐 잠이 들었을 때 잡혀야지?"

라고 말했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 말이 맞는 것 같더구나.

네 엄마와 아빠는 잡히기 전까지는 아마도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마음껏 뛰어본 경험이나 있지만,

너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 끝이 없는 푸르른 초원을 원 없이 뛰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단다.


얼룩말아!


비록 네가 달린 곳이 딱딱한 도로와 빌딩 숲이지만

원래 네가 태어나고 사는 곳은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란다.


비록 네가 함께 뛴 친구들이 너와 많이 다른 자동차와 사람이었지만

원래 네 친구들은 너와 비슷한 네발 달린 원숭이, 치타, 코끼리, 기린이란다.


내가 보기엔 다행히도, 딸이 보기엔 아쉽게도

탈출에 성공한 지 2시간 만에 붙잡혔지만

그래도 상쾌한 봄바람 가르며 실컷 뛰고 달렸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대견하단다.


네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겠니?

대공원에 가서 네가 탈출을 감행한 이유를 잘 말씀드리면 아마 너를 자랑스러워하실 거라 믿는단다.


아마도 네가 탈출한 덕분에 너를 돌보던 사육사 분들은 진땀을 흘렸을 거라 짐직한다.

그러니 사육사 분들에게는 죄송하다고 과장된 몸짓이라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된단다.


이번 주말에 너는 아마 어린이대공원에서 '핫인싸'가 되어있을 테니 너무 놀라지는 말고


나도 딸과 함께 이번 주말에 너를 만나러 갈 테니 우리 반갑게 만나자.


그럼 그때까지 안녕.


추가정보입니다.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나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835758?sid=102


#얼룩말#탈출#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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