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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Apr 13. 2023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보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강화가 아니다

교육부에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학생부장과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의 경험을 살려 이곳 브런치에서 '우리 엄빠도 나 안 때렸다'라는 매거진을 발행하여 학교폭력에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들어 급하게 글을 씁니다.


이번 발표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가해학생 조치, 피해학생 보호, 현장 대응력 제고, 근본적 변화입니다. 대부분 기존 학교폭력 대책에 이미 포함된 내용인데 몇 가지는 좀 더 강화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가해학생 조치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가해학생 조치사항 중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은 졸업 후 2년 보존에서 최대 4년으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출석정지와 학급교체는 졸업 전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삭제가 가능한데, 삭제 조건으로 피해자의 동의서가 필수조건이 됐습니다. 모든 대학 입학 전형(수시뿐만 아니라 정시, 예체능 전형)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피해자 동의서가 학생부 삭제 조건에 포함된 점은 좋으나, 현실을 반영한 실효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먼저, 대부분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가피해자가 구분되는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언론에 나올만한 학교폭력인 경우 그 가해자는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모든 대학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는데, 어느 정도 페널티를 줄 것인지는 대학 자율입니다. 이번 ** 자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당 대학교에서 감점을 줬음에도 그 비율이 미비하여 당락을 좌우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또한 가해자 조치가 강화되어 행정소송 등 불복종 사례가 지금보다 더 증가하는 것은 강 건너 뿔 보듯 뻔합니다.


출처 : 교육부 학교폭력 종합대책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대책 중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시 분리가 기존 3일에서 7일로 늘어났습니다.  학교장 긴급조치도 학급교체도 가능하고요. 이것 또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즉시 분리 또는 학교장 긴급조치가 가능하긴 합니다. 언급했듯 대부분의 학폭은 가피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입니다(그렇게 주장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은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고 학교에서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학생(학부모)이 그렇다고 주장하면 설사 그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누구를 분리해야 할까요? 관련 학생 모두 내가 조치당하지 않겠다고 주장합니다. 매우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명백한 학교폭력 가해자를 즉시 분리 조치하려고 하면 '나도 과거에 저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라고 또 다른 학폭 사안으로 신고합니다. 이렇게 되면 학교는 난장판이 됩니다. 법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법처럼 학교현실의 상황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리조치 당한 가해학생에 대한 관리도 문제입니다. 분리당한 기간만큼 수업결손이 일어났으니 계획을 세워 보충수업을 해줘야 합니다.





학교폭력 대책을 위한 근본적 변화를 위해 인성예술체육 교육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련 수업시수를 늘리고 예산도 많이 배부해 준다고 합니다.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기 힘듭니다. 인성예술체육을 강화하려고 하면 학부모들이 반대합니다. 왜 대학진학에 도움이 되는 국영수를 늘려야지 예술체육을 늘리냐고요.




대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수업경감입니다. 거의 모든 학교가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선정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담임교사로서 교과교사로서 교실에서 학생들과 즐겁게 만나야 하는데 학교폭력의 책임자가 되어 학생들을 마주하게 되니 어느 누가 선뜻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학생에게 피해가 생기면 고발하겠다고 협박도 당합니다. 그러니 기간제 교사를 학교폭력 책임교사로 선정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늦었지만 책임교사의 수업경감을 해주겠다는 조치는 적극 찬성입니다. 이왕 한다고 했으니 진로교사나 수석교사처럼 법제화하여 대폭 줄여주어야 합니다. 어찌 보면 진로교사와 수석교사의 수업경감보다 더 시급한 정책입니다.




이번 교육부의 대책이 나오는 계기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대책의 문제점은 ** 자녀의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왜 정치적으로 또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가 될 때만 관심을 갖고 추가 대책이 나올까요? 이 지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만의 노력으론 안 됩니다.

2024년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모든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유튜브를 보거나 SNS(인스타, 틱톡 등)을 하거나 게임을 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선정적인 내용, 술과 담배를 마음껏 하는 내용, 심지어는 환각성 물질에 대한 내용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심각합니다. 학생들은 물건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에 잘 갑니다. 편의점 계산대 위에는 담배들이 너무나 멋지게 정렬되어 있습니다.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이 보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TV를 보면 잘생긴 연예인들이 황금시간대에 나와 멋지게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우리 초중고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모두 고민해봐야 합니다.



정치인, 언론 등에서 우리나라 학교폭력의 현주소가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오늘도 묵묵히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행복한 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복도에서 한 학생이 음악 수행평가 연습을 위해 목청 껏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여기 교무실까지 노래가 들립니다.

학교는 이렇듯 여기저기에서 배움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믿고 교사를 믿고 학교를 믿고 응원하고 지지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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