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이 학교폭력에 연루되었을 때 어떻게 하나?
오늘은 장애학생 관련 학교폭력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학교폭력 중에서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발생하면 해결이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장해학생의 범주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의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 또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법정장애인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특수교육 대상자라 하더라도 법정 장애인(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반대로 법정 장애인이더라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학생도 있습니다.
특수교육법과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학생 이외에도 최근 많은 학생들에 앓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들과 관련된 학교폭력 이야기도 다루려고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장애(障礙)는 신체와 정신 기관이 본래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으키는 폭력이므로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비장애인과 동일한 절차나 처치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학교폭력 발생 이후 원상태로의 복구도 매우 힘듭니다.
먼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비장애인이고 피해자가 장애학생일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대체로 비장애인은 장애학생에게 학교폭력을 거의 저지르지 않습니다. 장애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지를 정도라면 품행이 매우 좋지 않은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법령에 의거 '장애 인식교육'을 무조건 해야 하고, 학생 또한 유치원 때부터 장애학생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가하면 절대 안 된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중 처벌을 받습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 : 교육부고시 제2020-227호>
제3조(장애학생 관련 고려 사항)
① 가해학생 또는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일 경우 법 제14조제3항에 따른 전담기구 및 심의위원회에 특수교육 교원, 특수교육 전문직, 특수교육지원센터 전담인력, 특수교육 관련 교수 등 특수교육전문가를 참여시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② 법 제17조제1항제5호 또는 제17조제3항에 의한 특별교육을 실시할 때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일 경우 장애인식개선 교육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참고파일 :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
장애학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일 경우 학교폭력전담기구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시 특수교육전문가를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장애학생일 경우 특별교육은 반드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포함해야 합니다.
더불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가해학생 조치를 부과할 때 관련 법에 의거하여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가해자 조치를 가중'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파일 :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시 판단요소]
그런데 문제는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에는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애학생의 특성상 폭력을 당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신고를 한 경우는 드뭅니다. 또한 학교폭력이 일어났음을 인지한 후 학교폭력 담당자가 관련학생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할 때 가해자인 비장애학생은 허위진술을 하거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장애학생은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표현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목격자를 파악하고 부모님과 특수교육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 또는 관할 교육지원청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과제 못한 친구에게 “장난고백” 요구한 중학생, “피해 장애학생’ 지목 않고 때리지 않았다” 주장
다음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장애학생이고 피해자가 비장애학생인 경우를 보겠습니다.
경험상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장애학생은 장애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여기서는 특수학급에 배정된 장애학생이 가해자일 경우로 한정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장애학생은 특정 대상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폭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장애 학생이 싫어하는 장난을 쳤다거나 오해 살만한 행동을 했을 때 또는 아무 이유 없이 감정이 격해져서 폭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해학생의 폭력은 일회성일지라도 그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신체 정신적으로 조절이 힘들어 과흥분 상태에서 폭력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물건을 던질 때도 있습니다.
장애학생이라도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처벌을 받습니다.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정상 참작을 할 수도 있지만 응당한 가해조치를 받습니다. 비장애 학생에 대한 피해조치도 가해자가 장애학생일지라도 일반 학교폭력처럼 필요한 조치를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학생이 가해자일 경우도 특수교육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필요할 경우 적극 요청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장애학생일 경우입니다.
주로 특수학급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신체정신적으로 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모인 학급이므로 비장애 학생들처럼 사소한 다툼부터 큰 싸움까지 발생합니다. 폭력의 동기와 결과를 살펴보고 사소한 다툼이라면 학교장 자체 종결로 대부분 끝납니다. 장애학생일지라도 학교폭력이 정당화되거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장애학생이다 보니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조치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분노조절장애 등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일으키는 학교폭력입니다.
사실 특수학급의 장애학생들이 일으키는 학교폭력보다 이 학생들과 관련된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더 많습니다. 최근에는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하여 소위 '코로나 블루'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 마스크 착용과 직접적은 소통 부족으로 언어와 사회성이 발달되지 못한 학생, 스마트폰과 SNS 중독 등으로 현저성과 조절실패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 정말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교 상담실인 '위클레스(Wee Class)'에 상담을 하는 학생들이 넘쳐날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여러 이유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심리 정서적인 문제로 또는 대인관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학교폭력예방법으로는 모든 조치가 끝났음에도 이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데 해결해 줄 뾰족한 방법이 없거나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만이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시간이 약'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
*현저성(salience) :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것
* 조절실패(self-control failure) : 이용자의 주관적 목표 대비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것
* 문제적 결과(serious consequences) :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
한편 심각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어떻게 보면 정신 기관이 본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므로 넓게 보면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학생입니다.
어찌 보면 폭력은 오래전부터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 교육은 에리히 프롬이 지적한 것처럼 겸손, 용기,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한 개인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학교폭력 근절 그 자체에만 매몰된 임기응변식의 협소한 교육은 안 됩니다.
그래야 학생 간의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