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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May 02. 2023

연진아! 프랑스였다면 2억 원 벌금이야!

외국의 학교폭력 처벌 수위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가 문동은에게 고데기의 온도를 체크한답시고 뜨거운 고데기를 몸에 대는 끔찍한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이 정도면 학교폭력을 넘어 상해치사의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장면이 너무 끔찍하여 설마 드라마 속에서나 일어날 일이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 학교폭력은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장면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만 기사를 찾아보니 2006년 충북에서 실제 벌어진 학교폭력이었습니다.

(관련기사 :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3122)



더글로리의 고데기 온도체크 학교폭력 장면


얼마 전에 교육부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을 강화하고 대학입학에 적극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구제척인 내용 : https://brunch.co.kr/@yoonteacher/211)


그렇다면 외국은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미국은 1990년대부터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적용하여 사소한 말썽이나 폭력이라도 정학 또는 퇴학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연방차원의 별도 학교폭력 법은 없으나 '인종, 피부색, 성별, 장애, 종교'와 관련된 학교폭력은 <민권법 1964>, <교육기회평등법>, <미국장애인법> 등을 적용합니다. 주마다 학교폭력 관련 법이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미시간주는 2004년 <형법>에 학교폭력 관련 내용을 신설해 가해자에 대해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조지아 주에서도 <학교왕따방지법(School Anti-bullying Legisla -tion)>을 제정하여 학교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 학교폭력 대응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의 재량권을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학교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집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지만 '고데기 온도체크 학교폭력'과 같은 심각한 학교폭력은 곧바로 경찰관이 개입하여 무관용 원칙에 따라 관련 규정에 의거 강하게 처벌합니다.  



영국은 <1989 아동법>, <1997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법>, <2006 교육 및 감사 법>, <2002 교육법> 등의 법을 제정하여 경찰과 학부모에게 청소년범죄예방을 위한 단속 의무를 강조합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2012년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처음 도입한 것에 비해 영국은 이미 1974년부터 학교경찰제도인 스쿨폴리스를 만들어 경찰 1명이 5개교를 담당하도록 하여 학교폭력예방과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가 기준에 따라 경미한 사안의 경우 1차 경고, 재범 시 2차 경고 후 지역 청소년범죄예방팀에 인계, 이후에도 범죄 발생 시 적극적인 형사처벌을 하는 3단계 학교폭력 대응 절차가 눈에 띕니다.


 

프랑스는 <형법>에 따라 학교폭력을 일으킨 가해자에게 최소 징역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금도 약 7,500유로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 13세 이상이면 성인과 동일하게 일반형에 준하는 선고를 하여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데기 온도체크와 같은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인 경우 최대 징역 10년 이상, 벌금 15만 유로(한화로 2억 이상)까지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형법>, <치안관리처벌법>, <미성년자 범죄예방법> 등을 기반으로 공안부와 교육부 등이 협력하여 '학교폭력 종합관리방안'과 '괴롭힘 및 폭력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여 학교폭력을 대응하고 있습니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법에 따라 징계받고 형사책임을 져야 하며, 그 미성년자의 부모 및 후견인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유로 '미성년자 범죄예방법'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많은 나라가 학생 간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학교폭력을 대하는 방식에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폭력의 예방보다는 발생 이후의 처리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그렇습니다. 또한 학교폭력 발생 시 처리 절차가 매우 복잡하며 세부적입니다.


학교폭력 처리 절차. 실제는 이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그래서 학교의 자율성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전담기구 위원들과 학교장이 학교장 자체 종결로 처리하고 싶어도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주로 피해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회부되어 최종 조치 결과를 따라야 합니다.

시간을 두고 학교에서 갈등조정을 하면 충분히 교우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법령에 처리 기한이 정해져 있어 관계회복이 어렵습니다. 정말 작은 친구 간 갈등(다툼)도 학교폭력이 되며 법령에 따라 처리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다툼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와 타협, 중재와 조정을 통해 다시 관계가 개선되는 자연스런 인간관계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법령과 부모가 개입하여 그냥 '학교폭력'이 되어 버립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학교 문제에 이념과 정치가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언론인과 정치인이 이념과 노선을 떠나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과 행복한 삶을 위해 학교폭력 문제를 접근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내일모레 글피는 어린이날입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티 없이 말고 순수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면서 아이를 '어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접근법이 과연 우리 아이들을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구성원으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잠재적인 범죄자 또는 어른들이 보호해줘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데 다음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세계법제정보센터, 세계 각국의 학교폭력 대응 규정

박용수 , '외국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관한 고찰', 유압보안 논문지 제15권, 2015년

미국 학교폭력 대응 : 교육정책네트워크

핀란드 학교폭력 대응 :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98530

프랑스 학교폭력 대응 : SBS 뉴스(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107551&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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