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 어떻게 할까?
요즘 OTT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저도 볼 정도니까요.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폭력의 가해자에게 통쾌하고 잔인한 복수를 해서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을 다루는 서사구조는 매우 단순합니다.
가해자는 부잣집의 자녀들이고 피해자는 경제적으로(정서적으로) 매우 어려운 가정의 꿈 많은 소녀이며, 장소는 재단이사장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사학입니다. 끔찍한 학교폭력에 아무도 피해자를 구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굴복하지 않고 마치 무예를 연마하여 통쾌하게 복수하는 무술영화처럼 문동은(송혜교 역)은 성인이 되어 과거 자신에게 폭력을 저질렀던 가해자들을 복수합니다.
과연 현실에서의 학교폭력도 드라마와 같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드라마 속 학교폭력이 아닙니다.
학부모로서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일 때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할까?'입니다.
현실의 학교폭력은 드라마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분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 해당 학생들을 '관련학생'이라고 칭합니다.
여기서는 세 가지 경우(피해자, 가해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에 대해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일 경우 초기 대응 방법입니다.
학교는 대체로 명백하고 심각한 학교폭력이 아닌 경우 학부모에게 처음부터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여부는 추후 관할 지역교육청에서 결정됩니다. 아마도 학교는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다' 정도로 안내가 될 것입니다.
자녀 또는 학교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폭력'이라는 두 글자만 듣고 과도하게 반응(?)을 하면 자칫 아이의 심리가 불안정하게 되어 무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서 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폭력 초기 대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녀로부터 부모가 사실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대화 방법>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지금부터 걱정하지마 엄마(아빠)가 잘 해결해 줄게"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에게 다 말해줄 수 있니? 엄마가 있는 그대로 다 알아야 잘 해결할 수 있단다"
그 다음 할 일은, 아이의 말을 듣고 학교폭력인지? 아니면 사소한 친구와의 갈등상황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친구와의 갈등일지라도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서는 담임교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선생님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자녀가 아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학생 간 발생하는 폭력을 법으로 학교에서 처리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된 순간부터 '지속적인 교우관계 형성과 유지'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고 폭력의 원인을 조사받게 되며 위원회의 위원들 앞에서 구두로(또는 서면으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모든 친구 간 갈등을 대화(양보, 배려, 공감)가 아닌 인간성이 배제된 법에 의한 해결 방법만 배우게 됩니다.
장황하게 말씀드린 이유는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한 처리는 그만큼 준비를 잘하여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피해자인 줄만 알았더니 조사 과정에서 또는 상대가 고의로(?) 가해자라고 고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해야 합니다. 자녀로부터 증거(통화내용, SNS 캡처 등)나 목격자가 누가 있는지 등을 메모하고, 규정에 따라 처리되길 원한다고 단호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자녀가 받은 피해(상처)가 클 경우 (필요에 따라) '가해자와 즉시 분리', '해당분야 전문가에게 심리정서적 도움' 등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외부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추후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요양을 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 모두 출석이 인정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으로 처리된다고 해서 자녀(부모)가 원하는 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판단하는데, 부모는 이 과정에서 자녀가 받은 아픔과 상처에 비해 미비하거나 가볍게 처리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법적 기구는 학교의 '학교폭력전담기구'와 지역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전담기구는 사안이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을 갖췄는지를 심의하는데,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피해자가 자체해결하지 않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해당사안은 무조건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갑니다.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클 경우 당연히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하지만, 내 자녀를 위해서는 가해학생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폭력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일 경우 부모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녀가 받은 고통이 너무 큰 데 아무렇지 않게 여기거나 또는 시간을 두고 주변에서 도와주면 갈등이 잘 해결될 수 있는 일을 너무 크게 만들어 무조건 학교폭력법으로 처리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은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일 경우 초기 대응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