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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Feb 15. 2023

내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면

초기대응 어떻게 할까?

학교는 법령에 따라 1년에 2번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합니다.


한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고통과 악몽이 가시질 않는다고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진술을 했습니다. 

학교폭력은 공소시효가 없어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절차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조사해보니 그 학생의 진술은 사실이었습니다. 오래 전 사안이지만 피해학생의 진술이 일관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가해학생도 어릴 적 일이지만 죄책감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늦게나마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법에 따라 가해학생 조치를 달게 받았습니다.


이처럼 학교폭력 피해의 상처는 평생 치유되지 않는 깊은 흉터로 남습니다.

심심치 않게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이 나중에 폭로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해자인 나는 이렇게 그날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데 정작 가해자는 저렇게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불합리함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럼,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고 하면 상대방의 피해정도를 묻기보다는 내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다. 폭력을 저질렀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자신의 아이를 감쌉니다. 어찌 보면 부모로서 당연한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진정 이것은 내 아이와 피해자를 위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여러 정황상 아이가 가해자라면 피해학생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신체적 피해나 재산상의 피해를 회복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도 보고 배우는 바가 큽니다.

정말 작은 학교폭력인데 때를 놓쳐 본인의 자녀만 감싸면 법령에 따라 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폭력을 저질러도 괜찮구나 하는 그릇된 가치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와서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부모는 자녀를 지나치게 감싸 안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는 양극단의 태도를 취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등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모를 믿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000아 방금 선생님으로부터 네가  △△△을 때렸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엄마는 너를 믿어 아마 화가 많이 나서 그랬겠지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단다. 왜 그랬는지? 엄마에게 다 말해주겠니?"


여기서 부모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해 아이의 말만 듣고 섣불리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은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말을 믿되 아이가 말하지 않는(모르는) 또 다른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말한 것보다 학생의 피해정도가 매우 심각할 수도 있고 이번만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을 저질렀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학교는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안을 보고(학교장, 교육청) 해야 합니다. 특히 아동학대와 성 사안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원하지 않더라도 경찰청(112)에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학교는 신고 즉시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고 관련 학생들(가해자, 피해자, 목격자 등)을 조사합니다.

조사는 학교폭력전담기구 위원인 학교폭력 책임교사 또는 담임교사가 진행하는데, 몇 차례 조사를 해도 진술이 서로 다를 경우 있는 그대로 학교폭력전담기구 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넘겨 판단을 받습니다. 즉 학교에서는 최대한 사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주장하는 바가 다를 경우 담당자가 판단하지 않고 법적기구(전담기구, 심의위원회)에 맡깁니다. 그래서 명백하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섣불리 가해학생, 피해학생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학교의 태도 때문에 간혹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교에 불만을 갖거나 속상해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피해정도가 심하거나 피해학생이 원할 경우, 가해학생은 즉시분리조치를 당할 수도 있으며 학교장은 피해학생의 요구를 들어줘야 합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피해학생의 보호)의 1호, 2호, 6호와 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1호, 2호, 3호, 5호, 6호의 학교장긴급조치를 당할 수도 있는데 이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제16조(피해학생의 보호)
1.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2. 일시보호
3.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4. 학급교체
5. 삭제 <2012. 3. 21.>
6.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4. 사회봉사
5.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 출석정지
7. 학급교체
8. 전학
9. 퇴학처분



조사가 끝나면 보통 14일 이내에 학교폭력전담기구를 개최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전담기구는 '학교장자체해결 4가지 요건'을 갖췄는지를 심의합니다.


제13조의2(학교의 장의 자체해결)
1. 2주 이상의 신체적ㆍ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2.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3.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4.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전담기구에서 학교장자체해결의 요건을 갖췄다고 심의하더라도 피해자측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무조건 이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갑니다. 즉, 학교장자체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4가지의 객관적인 요건을 갖추면서 피해자측에서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복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또한 객관적인 요건을 갖추고 피해자도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아 학교장자체해결로 끝났다면 추후 동일한 사안으로 학교폭력전담기구는 개최할 수 없습니다.


만약 학교장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피해학생이 심의위윈회 개최를 요구할 경우 해당사안은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합니다. 해당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학교의 사안보고서와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만약 가해학생 조치를 받는다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됩니다.

다만 조치사항 1호, 2호, 3호는 동일학교에서 다른 학교폭력 사안으로 가해학생 조치를 받지 않는다면 기재가 유보됩니다.

또한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조치사항 중 1호, 2호, 3호, 7호는 졸업과 동시에 자동 삭제됩니다.

4호, 5호, 6호, 8호는 조건(추가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고 조치 결정일로부터 졸업까지 6개월 경과)이 충족될 시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며, 만약 졸업 시 삭제가 되지 않으면 졸업일로부터 2년이 되어야 삭제됩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로 처리하는 것이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와 같은 폭력, 매스컴에나 나오는 심각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자칫 '교육적으로' 풀 수 있는 학생 간 갈등을 법의 잣대로만 재단하지 않는지...


가해학생 조치 안 받았어요.
그냥 서면사과만 하면 된데요.
 .
.
그러니까 저는 잘못 없어요.   


가해학생은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고,

피해학생은 진심 어린 사과도 못 받고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그런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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