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점심을 해주신 급식실 선생님의 퇴임을 축하합니다.
어제 우리 학교 교직원 한 분이 60세가 되어 정년퇴직을 하였습니다.
15년 넘게 학생들과 직원들을 위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신 급식실의 조리실무사님입니다. 저는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전과 달리 학교 구성원은 매우 다양합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가장 많고 다음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많습니다. 그다음은 행정실 직원과 급식실에 계신 분들입니다.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비율은 5%도 채 안 됩니다.
예전에는 학교 선생님이 퇴직을 하면 학생과 교직원 모두 축하하는 퇴임식을 멋지게 해 준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간단히 식사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전에 급식실에 계신 분이 8월 말에 퇴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조회 임원을 불러 값비싼 선물은 못 드려도 섭섭하지 않게 정성을 다해 퇴임식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교장으로서 수백 명의 학생과 교직원의 점심식사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신 분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퇴임하신 분이 귀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이 트고 허물이 벗겨져도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주신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퇴임식이 진행됐습니다. 상조회장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먼저 정성스럽게 준비한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바쁜 와중에 몰래 사진도 찍고 어떻게 영상을 촬영했는지 놀라웠습니다. 퇴임하신 분은 조리하고 설거지 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사진을 언제 찍었냐고?' 놀라워했습니다. 직원들의 퇴직 축하 영상이 나올 때는 퇴임하신 선생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꽃다발을 증정하고 교육감이 준 감사장도 대신드리고, 얼마 안 되지만 상조회에서 마련한 약간의 전별금도 드렸습니다. 마지막에는 퇴임하신 분의 퇴임사를 들었습니다.
15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 있으면서 학생과 선생님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급식실에서 일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이렇게 성대하게 퇴임식을 해주셔서 직원들의 마음을 알아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교장인 저는 퇴직하는 분을 위해 일주일 동안(?) 고민하여 만든 삼행시를 지어드렸습니다. 교직원 모두 선창을 하면 저는 큰 소리로 정년퇴직을 축하하는 삼행시를 읊었습니다.
000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000 빛 찬란한 제2의 인생을 교직원 모두 응원합니다.
000 순간을 멋지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교장은 모든 교직원을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는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대접하면 교직원이 느끼는 행복이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에게 전파된다고 믿습니다. 이 믿음은 곧바로 증명되었습니다. 다음날 점심 급식이 너무 맛있고 환상적이었으니까요.
"조리장님 오늘 점심은 특별히 더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조리장님에게 갔습니다.
"아이고 교장 선생님 평소대로 했는데 맛있게 드셨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 어제 퇴임식 거창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퇴임식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해주는 학교는 처음 봤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분들도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