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고, 또 취업 뒤에는 면접관으로, 컨설턴트로 대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내가 느낀 것들, 배운 것들을 부족하나마 공유했으면 한다. :)
불행하게도, 미국 대학 출신이 훨씬 더 유리하다.
한국에도 수많은 뛰어난 컴싸 전공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불행하기 짝이 없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탑티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미국에 본사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의 취업비자라는 커다란 장벽 때문에 미국 대학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취업비자 발급 문제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곤란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이 미국에서 취업을 하려는 경우 지원하게 되는 취업비자 H-1B의 경우, 매년 4월 1일 신청자를 받기 시작하지만 대부분 일주일 내에 이미 지원자 한도를 아득하게 초과해 버린다. 미국 정부가 매년 발급하는 취업비자는 학부생 대상 65,000 + 대학원생 대상 20,000, 총 85,000개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지원자 수는 벌써 몇 년째 20만 명을 훨씬 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급 대상자는 소위 말하는 '뺑뺑이'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 추첨에서 당첨된다고 해서 무조건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도 아니다. 꼼꼼한 심사를 통과한 대상자에 한해서만 비자 발급이 결정되고, 또 결정된다고 해도, 정작 발급이 되는 시점은 그로부터 반년 뒤인 10월이다. 즉, 회사에서 현재 외국에 있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서 취업비자를 신청하고, 운 좋게 당첨이 되고 심사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반년이나 기다려야 그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와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인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그렇다 쳐도, 당장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도저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OPT라는 제도를 이용해, 졸업한 뒤에 취업비자가 나올 때까지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No Internship, No fulltime.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인턴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풀타임 직장을 구한 학생들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설령 구한다 하더라도, 정말 뛰어난 실력과, 프로젝트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탑티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인턴쉽을 하더라도 '나중에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 하는 것에 그치기 마련인 한국 회사들과는 다르게,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대부분의 인력을 인턴쉽을 통해 충원한다.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일 년에 이르기까지 함께 근무하면서 검증된 인재들을 최우선으로 뽑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턴들이 하게 되는 일은 비록 그 일이 정직원들이 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지라도,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고, 또 그를 통해서 인턴들은 회사의 업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나 역시 어떻게 운 좋게 얻은 인턴쉽 자리를 통해 내 첫 번째 풀타임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인턴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턴쉽을 한 뒤 풀타임 오퍼를 받게 되면 4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내년에 돌아갈 곳'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이는 굉장한 메리트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다른 회사들을 지원하더라도 좀 더 마음 편하게 지원할 수 있고, 그 다른 회사들에서 오퍼를 받은 뒤에도 좀 더 수월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인턴쉽으로 얻게 되는 혜택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주변에 인턴을 하지 못한 채 4학년을 맞이한 학생들이 있으면 졸업을 한 학기 미루고서라도 인턴쉽을 찾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있다. 물론 일 년 동안 학과에 시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여름 동안 푹 쉬면서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나 역시 일 학년을 마친 뒤에는 놀면서 행복한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목표가 미국 취업이라면, 1학년 여름방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2학년, 3학년 후의 여름 방학을 그렇게 보내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
Network, Network, Network.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 인맥. 뛰어난 GPA보다, 화려한 레쥬메보다 더 확실하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그 회사에 일하고 있는 사람과의 친분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설령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알아두면 무조건 도움이 된다. 회사 인사팀은 Internal Referral을 통해 전달받은 사람의 레쥬메를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물론 까다로운 회사들은 추천인이, 피추천인과 실제로 프로젝트나 근무를 같이 한 적이 있는지, 실제로 피추천인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따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어찌어찌 스리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현재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통해 추천을 받은 경우, 서류전형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통과할 수 있다(회사에 적합한 포지션이 있는 경우에 한하겠지만). 구글 같이 일 년에 200만 통이 넘는 지원서를 받는 회사의 경우라면, 서류전형에서 10% 이하의 지원자만 남기고 떨어트릴 확률이 높은데, 아는 구글 직원이 있다면 이 부분이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추천인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서류전형을 넘어서 리크루터, 혹은 면접 코디네이터와 연결해주는 것이 끝이다. 그 이후에 맞이하게 될 Phone Screen과 Onsite Interview는 추천인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추천인이 피추천인의 Hiring manager라면 조금 경우가 달라질 수는 있겠다). 즉, 인맥은 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을만한 실력이 뒷받침될 때 빛을 발한다.
수업은 첫 번째 줄에서.
사립학교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주립학교는 거의 대부분 한 수업당 수강생이 100명을 훌쩍 넘겼다. 자연스럽게 누구는 앞자리에, 또 누구는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한국 학생들은 뒷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왠지 수업에 집중을 잘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많은 학생들이 일단 뒷자리에 앉은 후, 랩탑을 열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유튜브를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교수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시면 잠깐 받아 적기는 하지만 칠판이 너무 멀고 글씨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기에 이내 포기한다. 교수님이 수업이 끝난 뒤 파워포인트 자료를 수업 홈페이지에 공유하는 경우라면 이런 경우는 더욱 빈번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앞자리, 특히 맨 앞자리에 앉아본 학생들은 분명히 알 것이다. 분위기의 차이를. 나도 정신을 못 차리던 1, 2학년 때는 항상 뒷자리에 앉았었다. 아니, 수업의 절반은 귀찮아서 아예 출석도 안 했던 것 같다. 수업에 간다고 하더라도 내 주변 학생들은 어수선했고, 나 역시 수업에 제대로 집중한 적이 없었다. 전역해서 복학하고 컴싸로 전과 한 뒤, 강의실을 못 찾아서 첫 수업에 약 5분 정도 늦었다. 들어가서 보니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는 맨 앞자리들 밖에 없었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쩔 수 없이 그 빈자리 중 하나를 찾아 앉았다. 그때가 내가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학생들 중 가장 똑똑한 학생들은 전부 다 앞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을. 어수선한 뒷자리와는 다르게 앞자리는 열정이 넘치고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교수님에게 던지는 질문의 대부분은 앞자리에서 나오고, 앞자리에 앉는 학생들은 거의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된다. 혹시라도 그룹 프로젝트가 있는 경우에는 그 친해진 학생들끼리 자연스럽게 조를 짜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조는 뒷자리에서 어영부영 그냥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무나 붙잡고 만든 조와는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우연히 앞자리에 앉은 첫 수업에서, 두 명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졸업할 때까지 대부분의 수업을 그 들과 함께 들었다. 정말 끝내주게 똑똑하고 착하고 멋진 그들은, 현재 각각 구글과 애플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교수님께 이미 아는 것이라도 질문을.
수업은 교수님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이룩한 교수님에게 질문을 하고, 또 그 교수님과의 친분을 쌓는 시간이기도 하다. 몇 달간 꾸준히 수업에 나가서 질문을 하고, 교수님의 물음에 답하고, 교수님의 Office Hour에 꾸준히 찾아가서 얼굴을 비춘다면, 교수님도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알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알게 된 교수님은 정말 끊임없이 도움을 주실 수 있다. 수업 TA 혹은 Tutor로 날 고용해 줄 수도 있고, 교수님이 진행 중이신 연구팀에 나를 넣어줄 수도 있고, 교수님이 연줄이 닿아있는 회사에 나를 추천해줄 수도 있고, 장학금 프로그램에 특별히 나를 넣어줄 수도 있다. 아는 교수님이 한 분이 아니라 여러분이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질문을 하자. 주변 사람들을 배려해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대학교 수업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만큼, 그것이 무엇이든, 많이 얻어 가는 사람이 승자다. 정 질문할 것이 없으면 아는 것이라도 질문해서 교수님과 가까워지는 것이 좋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성적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소프트웨어 붐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Computer Science 관련 전공들은 Impacted/Closed라는 이름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전공이 되어버렸다. 일단 지원을 한 뒤, 일정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들만 선발하는 그런 시스템이 대부분인 듯하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경우에는 2016년 봄에 Comptuer Science 전공자 신청을 받았는데 GPA 4.0 미만은 3.95 조차도 얄짤없이 탈락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내가 전과를 할 때만 하더라도 Impacted/Closed 전공이 아니어서 종이 쪼가리 하나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몇 분 내에 Computer Science로의 전과가 가능했는데 이렇게 치열해지다니 한편으로는 당황스럽다. 어쨌든,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성적 유지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물론 Computer Science를 전공으로 하지 못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들어가기 쉬운 비슷한 전공들이 있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본 학생들 말에 의하면 가르치는 수업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Compter Science는 좀 더 실무 관련된 지식을 가르쳐서 인터뷰 공부를 하기도 수월한데 타 전공들은 너무 이론적인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나... 일단 최선을 다해서 목표로 하는 전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전공은 차치하고라도, 은근히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에서 학점을 중요시한다. 뛰어난 경력이나 프로젝트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4.0 만점 기준으로 3.0 이상은 맞아야 하고 3.5 이상일 때 안전권인 듯하다. 내가 취업활동을 할 때에도 Yahoo와 Sony는 3.5 미만은 레쥬메를 받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다.
두서없이 써 내려가다 보니 문맥상 흐름도 어색하고 빠트린 것도 있는 듯하다. 그래도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음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