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어린이집 기관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죄책감.
처음 보낸 어린이집은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이었는데 가장 늦게 하원하는 아이가 오후 4시 반이었고, 우리 같은 맞벌이 부모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초반 3개월은 남편과 꾸역꾸역 근무시간을 조정해 가며 최대한 일찍 아이를 하원시켰고, 우리 아이가 하원을 하면 어린이집의 불은 꺼지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가 집에 못 오면 퇴근을 못하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신경 쓰여서 오후 3시쯤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이런 말을 꺼내곤 했다.
"아기가 힘들어하니까 최대한 일찍 하원시켜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세요."
"기관에 오래 있는 아기가 너무 안쓰러워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요."는 우리 부부에게는 마치 낙인처럼 심장에 쿵 하고 박히곤 했다. 맞벌이 부모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스케줄을 조정해 오후 4시 반 하원을 해내곤 했는데 점점 우리를 사로잡는 이 "죄책감"의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이에게도, 어린이집에게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놀이터에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다른 엄마와 대화를 할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다들 오후 4시에 하원을 시키는지 물어보니, 그 엄마는 그렇게 대답했다.
"여기 어린이집이 엄마들을 그렇게 만드는 거죠."
이후 나는 워킹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다른 기관으로 아이를 옮겼다.
EBS에서 프랑스 육아법에 대해 관찰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엄마들은 육아 자신감이 낮은 반면 프랑스 엄마들은 본인 육아에 대한 높은 자신감과 효능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를 좋은 엄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워킹맘들은 너무나도 쉽게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엄마는 나쁜 엄마일까?'
문득 나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는 죄책감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는 아이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고,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고, 양육자로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 멋진 엄마이다.
나는 아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미안할 필요가 없다.
나는 정당한 보육료를 지불하고 아이를 안전한 기관에 맡긴다. 그리고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해내고 6시에 정시 퇴근을 해서 아이를 픽업하러 가는 멋진 워킹맘이다.
죄책감보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하려고 한다.
엄마에게 너무도 쉽게 던지는 죄책감의 말들을 자양분 삼아 나는 자신감으로 무장한다.
나는 좋은 엄마이다.
@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