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창피하지만 나는 과거에 프로과몰입러(?)였다.
나의 과몰입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어떤 때는 멋진 연예인 또는 드라마에 흠뻑 빠져서 금세 시간을 훌쩍 써버리곤 한다.
그런데 내 과몰입 증상이 발현될 때는 신기하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트레스가 가득일 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그냥 다 포기하고 열심히 할 이유를 못 찾을 때,
소위 말하는 번아웃 전조증상들이다.
그럴 때 나는 과몰입할 것을 찾아서 현실을 도피해버리곤 한다.
그냥 생각하기 싫으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목표가 없는 이대로도 괜찮으니까.
한 번은 번아웃 증상일 때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
놀랍게도 돈과 시간을 투자한 해외여행을 가서도 끊임없이 휴대폰 속 나와 관련이 없는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화는, 종종 내 기억 언저리에 아쉬운 과거로 자리하곤 한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나의 세상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과몰입은 무서울 정도로 내 삶의 중심을 훅 빼앗기게 된다.
내 삶을 내가 조종하지 못하고 조종대를 빼앗긴 느낌이랄까.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내 삶의 중심은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커도, 다 포기하고 싶어도,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한다.
인생은 폭우가 그치기를 한없이 넋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그 폭우를 맞으면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폭우를 맞으면서 춤을 출 수 있는 건 내가 내 삶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아닐까.
이제 과몰입은 진심으로 사양할게요.
제 인생은 제가 멋지게 살아가 보렵니다.
@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