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30분쯤 걸었을까.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전철 4 정거장쯤은 미리 내려서 걸어갈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고작 30분 걷고 무릎이 아픈 것은...
역시 운동화 때문인가.
(체중이 불어서라고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ㅋㅋㅋ)
‘운동화도 오래 신으면 밑창이 딱딱해지나 봐. 에이, 안 되겠다. 이참에 운동복이랑 운동화도 새로 다 사야겠어.’
흥칫거리며 놀란 무릎을 한 번 쓰다듬고 가까운 벤치에 가서 앉았다.
‘내가 아직 젊은데, 벌써 무릎이 아플 리가 없지. 좋은 워킹화 신으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앉아서 남은 아바라(아이스 바닐라라테)를 쪽쪽 빨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게 됐다. 많은 이들이 지나가지만 내 눈이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다들 마른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마르고, 날렵한 날씬이들이 활기차게 내 앞을 지나쳐갔다. 모른 척 해왔지만, 내 안에 있는 나는 날씬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명, 두 명,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듯 워킹을 했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날 아침 옷장 앞에서 운동복을 입어 보던 내 모습이 떠올렸다.
만약 레깅스가 맞았던 들... 예뻤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레깅스뿐만 아니라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가 오래였다.
이건 배 나와 보여서 안되고, 저건 다리가 굵어 보여서 안되고...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됐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옷장 앞 패션쇼가 자꾸 열리는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