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한다고요? <1>

본격 다이어트 활활러

by 글린트


확찐자.

그것은 바로 나였다.

코로나가 준 것은 마스크, 일회용기 쓰레기들, 타인에 대한 불신감,

그리고... 살이었다.


인생 최고 몸무게를 이미 찍은 줄만 알았는데,

그때보다 얼굴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예 체중계에 오르지 않는 것으로 안쓰러운 자기 방어를 할 뿐이었다.


사람들 만나는 일도 줄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주저스러웠던 그때.

나는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라며 과자 봉지를 뜯곤 했다.




2022년 3월 말의 날씨가 따뜻해진 어느 날. 어제까지 찬 바람이 쌩쌩 불었는데

갑자기 날이 푹해졌다.

따스한 기운 덕분인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와, 이런 날 집에 있으면,
날씨에 대한 배신이다, 배신.
어디 한번 봄기운 느끼러 나가볼까?


백만 년 만에 운동을 해볼 요량으로,

2년 전에 입고 다니던 레깅스와 티셔츠를 꺼내 들었다.

낯설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운동복의 사이즈가 무척 낯설었다.


‘흐음... 옷이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고 그러나?

창의적이기도 하지. 옷이 줄다니.


레깅스에 다리를 넣는데 무릎부터 안 올라간다. 당황스러웠다.

‘이상하네, 이거 입고 헬스장 다녔던 것 같은데.’

살이 쪄서 안 맞는다는 생각보다, 옷이 줄어드는 기현상을 겪었다는 듯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이거 말고 트레이닝복이나 입어야겠다.’ 남편이 1년 전에 큰맘 먹고 사준 트레이닝 재킷과 바지 세트를 꺼냈다. 허리선에 살짝 라인이 잡히고 부담스럽지 않게 몸에 핏 되는 예쁜 운동복이었다. 재킷에 팔을 넣고 옷을 여미는데,

‘어? 이것도 줄었나?’

억지로 팔과 몸을 끼워 넣고 앞 지퍼를 올려 보지만 지퍼는 배에서부터 올라가지 않았다.

아니 옷 만드는 회사들이 시간 지나면 옷이 줄어들게끔 만드는 것 아니냐며 구시렁거렸다.


이제 하는 수 없었다. 옷장 앞에서 시간이 지체될수록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입던 거 입자.’ 평상복을 꺼냈다.

‘어차피 이 날씨에 땀도 안 날 거야. 신발만 편한 것으로 신으면 되지.’ 이렇게 겨우겨우 집을 나설 수가 있었다.




따스한 햇살, 살랑이는 바람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단골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바닐라라테도 샀다. 달콤한 커피를 쪽쪽 마시며 걷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그렇게 30분쯤 걸었을까.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전철 4 정거장쯤은 미리 내려서 걸어갈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고작 30분 걷고 무릎이 아픈 것은...


역시 운동화 때문인가.

(체중이 불어서라고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ㅋㅋㅋ)


‘운동화도 오래 신으면 밑창이 딱딱해지나 봐. 에이, 안 되겠다. 이참에 운동복이랑 운동화도 새로 다 사야겠어.’

흥칫거리며 놀란 무릎을 한 번 쓰다듬고 가까운 벤치에 가서 앉았다.


‘내가 아직 젊은데, 벌써 무릎이 아플 리가 없지. 좋은 워킹화 신으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앉아서 남은 아바라(아이스 바닐라라테)를 쪽쪽 빨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게 됐다. 많은 이들이 지나가지만 내 눈이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다들 마른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마르고, 날렵한 날씬이들이 활기차게 내 앞을 지나쳐갔다. 모른 척 해왔지만, 내 안에 있는 나는 날씬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명, 두 명,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듯 워킹을 했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날 아침 옷장 앞에서 운동복을 입어 보던 내 모습이 떠올렸다.


만약 레깅스가 맞았던 들... 예뻤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레깅스뿐만 아니라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가 오래였다.


이건 배 나와 보여서 안되고, 저건 다리가 굵어 보여서 안되고...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됐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옷장 앞 패션쇼가 자꾸 열리는 나날이었다.


아...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어젯밤에 먹은 크림빵도,

그제 밤에 먹은 떡볶이도

다 후회스러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따위로 내 자존감이 낮아지게 두면 안 된다. 날씬했던 예전으로 돌아가자.

먹는 것 줄이고 많이 움직이면 되잖아. 단순해.


이 쉬운 걸 그동안 왜 안 해가지고, 참나.


그날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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