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 기분이 묘해진다.
올해가 곧 끝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알 수 없는 상실감에 조금은 허무해지기도 한다.
어떤 1년을 보냈나 기억을 더듬어본다.
분명 새해 계획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방 가까워진 다음 새해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1년 그리고 또 1년.
나이가 채워질 때마다 이곳에서는 분명 숙제처럼 이뤄야 할 것들이 있는데
어쩐지 나만 멈춰있는 기분이 들 때면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온 신경을 세운다.
누구는 뭘 했다더라. 또 다른 누구는 뭘 했다더라.
들려오는 소식에 마냥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마음과 속에서 올라오는 찐득한 뒤틀림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문득 어둠에 잠식됨을 느끼면 급히 다독인다.
괜찮아. 그래 괜찮을 거야.
가빠진 호흡과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다.
겨울에 피어있는 꽃이나 길가에 우뚝 피어있는 꽃에게 꼭 알은체를 한다.
어떻게 피어났니.
남들 다 필 때 조용하다가 낙엽이 떨어지고 칼바람이 불어올 때 피어나는 그 기개가
어디선가 날아와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대뜸 자리를 잡는 그 기개가 어쩌면 나에게 위로였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런 특별한 삶.
11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