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거기 딱 서라,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누구나 한 번쯤은 다이어트를 해봤겠지? 나도 예외는 아니다. 새해 또다시 다이어트 돌입이다. 두 번의 다이어트 모두 성공적이었다. 살 빼는 것보다 체중을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새삼. 내 인생 첫 다이어트는 미련한 원푸드 다이어트였다. 일명 검정콩 다이어트. 이틀 지나니 콩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었다. 다음으로 도전한 다이어트는 운이 좋게 얻어걸린, 유태우 반씩 먹기 다이어트였다. 다행히 나와 잘 맞는 다이어트 방식에 2년에 걸쳐 26킬로를 뺐고 그 후부터는 먹는 양을 강박적으로 지켜왔다. 그런데 11년이 지나 왜 또다시...?
일단 좀 웃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일이 고됐고(저녁 알바 후 난 항상 배가 고프다), 졸업 후 잊고 있었던 다시 시작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좌식 생활 패턴에 갇혔었다. 결국, 5킬로의 증량으로 2019년을 마감했다. 새해 계획에 둔감해지는 이 시점에,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재검 요청 소식을 접했고, 띵동! 정신 차리고 몸을 다시 돌보기로 했다. 이번엔, 내 인생 마지막 감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지는 있으돼 더 이상 감량은 앞으로 하고 싶지 않다... 유녕아 제발.
다이어트 2일 차. 매 끼를 먹으나 양을 줄였기 때문에 지금도 배가 고프다. 모두가 공감하는 그 허기. 벌써 작년인가... 인도에서 이를 악물고 자격증 코스를 밟을 때, 강사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해줬다. '지금 느끼는 통증은 좋은 고통입니다.' 그 말 들을 때마다 강사들이 얄미웠다. 근데,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허기는 좋은 고통이다.'이다.
처음 2주가 항상 어렵다. 경험상, 운이 좋으면 1주 후엔 더 이상 배가 고파지지 않는다. 이제 12일 남았다. 너무 극성부리지 않고, 이 번엔 한날한시를 즐겨보려고 한다. 살아있어서 느끼는 내 우둔함과 게으름 그리고 잘못된 습관을 수정하는 경각심과 추진력을 지켜보면서.
식단 조절 6일 차.
아직 살아있다. 어제부로 드디어 허기가 덜해졌다. 고마운 위가 적응해주고 있다. 미련한 나 때문에 신장이 더불어 고생한다. 식사 때마다 찬사가 절로 난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사람이 만든 건데, 눈물 나게 맛있다. 오늘 아침은 일요일인 만큼, 귀찮음을 무릅쓰고, 토스트와 커피를 침대까정 가져와 저 날씨를 보면서 먹었다. 이어서 폰으로 뉴스를 읽고, 문득 오늘 꾼 꿈을 반색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곧 점심시간. 벌써 양파 치즈 오픈 샌드위치를 먹을 생각에 행복하다. 큰언니와 항상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세상은 참 맛있는 게 너무 많아!' 그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다고 두뇌를 착각시키면서 직접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 어쨋든 세포는 원시적이니까. 쳇.
'목표를 세웠다면, 다음은 목표를 잊어버려라'고 어느 작가가 말했다. 그 작가의 말대로라면, 매 끼니가 나의 도전이고, (앞으로) 이 반복되는 자잘한, 궁상맞은,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잦은 성공이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되어, 결국엔 멀어 보이는 목적지까지 가있다는. 숨 고르고 이제 나는 부엌으로 갈 거다. 나와 함께 인생의 수많은 도전을 하고 있을 동무여,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