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dal soup & coliflower potato curry

by 유녕

타국에서 생활한 지 5년이 되어간다. 가끔 친구가 묻곤 한다, '고향이 그립지 않냐?'라고. 장기간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공감할까? 나의 향수병은 부엌이 다스린다.


친구들이야 한국에 있을 때도, 자주 만나기가 어려워 전화로 그리움을 해결했다. 문명 혜택의 덕으로, 카톡으로든, 스카이프로든 나는 내 사랑하는 벗들과 소통하며 이곳에서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음식은 다르다. 어쨌든 커가면서 어머니든, 할머니든 집밥을 먹고 자랐기에 음식이 주는 만족감은 결코 다르다. 일품의 부대찌개는 내 변연계를 충족시키는 힘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난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참 싫었다. 식구마다 입맛이 달라, 할머니의 부엌엔 스타벅스 버금가는 다양함이 있었고, 이모나 삼촌보다도 전라도 분이신 할머니의 손맛이 난 제일 좋았다.


스물아홉 살 때부터 줄곧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다.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 외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있으나, 메뉴가 일단 한정되어 있고, 더불어 가격도 나에게는 잔인했다. 그래서 더더욱 부엌에서 요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요리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일과 공부로 갇혀 살았다. 그때 짬짬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끼니를 때우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이었다. 시험을 앞두면 모두들 그렇듯 요리하는 시간이 참 아깝다. 그렇지만, 가끔은 내 정신건강을 위해 그 시간을 허락해줘야 했다. 현재 3과목을 모두 끝냈고, 통계학을 들어야 하는 5월 전까지 나는 자체 방학이다. 이 때다. 재미있는 취미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해보기로 했다. 일명 부엌에서 세계 한 바퀴.


Google


구글을 검색해보니 195개의 국가가 있다고 한다.(UN에 가입되지 않은 2 나라를 빼면 193개국) 나고자란 한국을 빼니 194개국이 남았다. 캐나다에선 다행히 시어머니께 배운 가정식이 몇 개 있다. 다만, 채식이 아니라는 큰 단점을 빼고 말이다. 몇 년 전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피자에 꽂혀 이젠 피자나 calzone은 제법 한다(피자 도우를 내 얼마나 허공으로 돌려댔던가). 이제 192개국 남았다. 이 글을 쓰기 전 이미 시작한 프로젝트라 난 벌써 네팔과 그리스를 다녀왔다.



안녕, 나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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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aron Benson on Unslpash




12월에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다녀왔다. 물가가 다른 유럽보다 저렴해 외식을 자주 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네팔 식당이었다. 소박한 식판에 두 가지 음식 그리고 밥, 심지어 라스굴라도 나와 너무 행복했다. 그 기억을 연료 삼아, 내가 먹은 두 음식을 구현해보려고 Youtube에서 찾아보았다: 국물이 많은 달dal/dhal soup과 자박자박한 콜리플라워 감자aloo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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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브라티슬라바를 여행하는 객을 위해! 꼭 드셔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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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ali Dal Soup




먹다가 '아차!'하고 찍은 사진이라 나만 보인다 그때의 조급함이. 완성된 음식이 예쁘진 않아서 딱히 그릇에 담아도 더 포장할(?) 수가 없다. 사전을 검색해보니 달dal/dhal은 콩류를 지칭한다고 쓰여있다. 난 인도 식료품점을 찾았지만 본인 기호에 맞는 콩이나 렌틸로 해도 무방할 거 같다. 향신료로는 큐민이나 강황이 다라, 향이 부담되지 않고, 콩이 주는 고소함에 나는 홀린 듯 벌써 두 번이나 해 먹었다. 네팔식 소박함을 담은 그릇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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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bi Aloo Ko Sabji


요 녀석은 콜리플라워 감자 카레다. 여느 인도식 카레만큼 향이 강하지만 조합이 일품이었다. 친구가 놀러 오면 꼭 해주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위 두 음식을 하고 나면 부엌이 매캐해진다. 친구가 부엌을 지나면서 연신 기침을 해대서 그때서야 알았다. 환풍기를 압도하는 이 녀석들은 내 인생의 네팔 음식이다.


이렇게 네팔로의 속성 여행을 마치고, 나는 다시 책상으로. 다음은 그리스에서 만나기로. 안녕.




Cover Photo by 2Photo Pot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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