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bollita
난 폭설이 온다고 예보하면 미리 허리가 아프다. 관절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먼저 반사 반응을 한다, 눈을 푸고 싶지 않다고. 남녀는 평등하다, 평등한데, 눈 풀 때만큼은 은근슬쩍 봐줬으면 하는 백퍼 구식의 여자다, 나는. 이렇게 말해도, 그 혼자 눈을 치우는 걸 보는 것도 맴이 아파서, 삽자루를 든다, 마음속으로 백만 번 '하기 싫다'를 복창하며. 다음 주에도 폭설이 예정이라는데, 불쌍한 내 허리... 미리 미안하다, L5. 여름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니? 내가 봄을 찾지 않는 이유... 캐나다는, 이노므 눈 나라는 5월에도 눈이 올 수 있다.
자아, 그만 징징거리고, 자주 들르는 이탈리아로 또 가봅니다. 정말 귀한 손님이 오면 해주고 싶은 마음의 목록이 있다. 그중 하나로 등극한 리볼리타! 이탈리아어로 '다시 끓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투스카니 지방에서 먹는다는데, 특히나 농부들의 음식이다. 농부들의 냉장고 털기 정도 아닐까 싶다. 철을 맞이한 풀떼기들과 뿌리채소를 넣으면 되는 무척 쉬운 요리에 속한다. 물론, 이 요리를 소개하는 유튜버처럼 나의 냉장고에는 케일이 당연히 없다. 다행이 이파리가 무성한 양배추를 발견했고, 그 외 대부분의 뿌리채소는 집에 있는 것을 모아 한 끼 또 한 번 격하게 리볼리타를 찬양하며 음미했다.
사진을 보면 수프인데 국물이 졸았나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이 요리는 당일에 먹기 보다는 조리한 다음날 먹는게 진수다. 수프를 조리한 후엔 캐서롤casserole에 집에 굴러다니는 빵을 깔고, 수프를 얹고, 다시 빵을 깔고, 수프를 얹고(라자냐의 국가라 그런지 뭔가 층층이 까는 걸 좋아하는구나, 너들은?) 다음날 '다시 데워' 먹는다. 밤사이 빵이 수프의 국물을 쏙 빨아들여, 이거슨 푸딩도 아니오, 수플레도, 플란도 아닌데, 그 부드러움과 각종 채소에서 우러난 수프의 감칠맛에 이성을 잃는다. 님하, 왜 이제 오셨쎄요!
이럴 때 보면, 사는 게 참 별게 없는데, 이런 작은 재미에 맛들려 사는 것도 거참 별게다.
Cover Photo by Chris Barbali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