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sourdough bread

by 유녕

어라? 지금까지 유럽 어딘가에 기원을 두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사워도우 브레드의 기원이 이집트라니... 이미 이집트 음식 레시피를 찾아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집트를 소환해버렸다. 인생은 참 예측하기가 가끔은 너무 어렵다.

IMG_4654.JPG plain flour

한국에 살 때는 작은 전기오븐을 돌려 만들었는데, 캐나다에 오고 나선... 물론 여전히 전기오븐이나 크기가 아쉽지 않다. 난 언젠가 전기값 테러를 당하더라도 제과점의 오븐을 중고라도 사다 놓고 쓰고 말 테다. 이런 허풍도 떨어보고 사는 게 나이가 들어도 참 재밌다. 위 사진은 다목적 밀가루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참고로 나는 사워도우 브레드를 만들 때 흰 밀가루를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통밀이나 잡곡을 섞어 만들 수도 있으나, 어쩌랴, 그냥 좋은걸.

IMG_4667.JPG whole wheat flour

캐나다에 와서 까먹고 있던 터라 근 6년간 구워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꼭 해보고 싶은 수프 레시피를 보게 되었는데, 사워도우 브레드가 필요했다. 언젠가 분명 레시피를 한글 파일에 저장해서 보관했던 거 같은데... 하면서 백만 년 된 이메일함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뒤적뒤적. 레시피 찾으려다 십 년도 더 된 이메일들을 읽으면서 추억놀이를 하게 된다. 다행히 레시피는 있었고,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중에 부엌으로 가 반죽을 만들었다. 재료는 딱 네 가지가 필요하다. 이스트, 물, 소금, 밀가루. 이게 다다. 여기에 중요한 점은 1차 발효 15시간 2차 발효 2시간이라는 거... 방치의 미학.


아직 내가 사는 동네에는 맛있는 제빵점이 없다.(아, 성심당 고프다...) 다행이지 않은가. 이런 핑계로 또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니. 난 좀 귀찮은 일을 찾아서 하는 유형이라 다 괜츈다. 아차, 아직 맛을 표현 안 했는데... 첫 번째 사진에서 보면 예측 가능할 것이 구멍이 숭숭 나 있어 식빵과는 식감 자체가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겉은 바게트 빵인데 속은 바게트 빵보다는 밀도가 있는 촉촉함을 가졌다? 들면 무거워요ㅋㅋㅋㅋ


아침으로 요새 요 녀석을 토스터에 구워 마늘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다. 샌드위치용으로, 수프와 곁들여도, 그냥 버터만 발라도 맛있다. 넌 다 맛있다. 일생을 유지어터로 살아가야 하기에 매 끼니를 정해진 양을 지키고 살고 있다. 벌써 10년째... 그렇게 난 세 끼에 목을 매는 사람이 되어 먹는 게, 먹을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Cover Photo by Aleks Marinkov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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