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land

scotch broth

by 유녕

아... 하루종인 눈이 온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서 오늘은 삽질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일 계단의 눈을 풀 생각을 하니 허리가 먼저 반응하다. snow blower을 렌트하거나 사볼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snow blower가 있어도, 그럼에도, 삽이 여전히 필요하다. 잠깐 군인 장병의 마음을 알겠다. 어쨌든, 여름은 오고 있다.


방금까지 간장 무 피클을 해서, 집안 곳곳이 초간장 냄새가 난다. 좀 더 정확히, 우리 외가 냄새가 난다. 이렇게 또 한 번 캐나다로 김포를 옮겨왔다. 혹, 타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권해주고 싶다. 향수병은 고향 음식으로. 가족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음식이 주는 위로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 김밥을 해 먹었다. 김밥 재료로는 당근과 비건 햄이었지만, 한 점 더 먹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애썼다. 내일은 밥솥에서 삭히고 있는 감주에 눈 푸느라 혼이 반쯤 나갔을 나를 다독여줘야겠다.


오늘 나의 갬성은 시골틱 하므로 이와 딱 맞게 스코틀랜드 랜드마크 음식인 스카치 브롸쓰(북미 발음 주의)를 소개한다. 산악지형에 맞게 원조는 염소가 들어간다. 난 그 단백질을 콩을 넣어 대체했다. 마법의 가루, 스톡만 있으면 되는 참 쉽고 간편한 요리다. 이 음식은 한국에 있을 때, 영국인 친구를 통해 어깨 넘어 배웠는데, 워낙 쉬워서 그때 이후로 종종 해 먹곤 한다. 고마워 롸져.


IMG_4748.JPG scotch broth

지난주까지 도합 5년 동안 모르고 살다가 집에 가뿐하게 100년이 넘는 압력솥을 우연찮게 발견했다. 작동이 되는 걸까 조마조마하면서 물을 끓여봤는데, 아직 난 살아있고, 더불어 압력솥이 생겨 신난다. 스카치 브롸쓰를 만들 때 보통 보리를 불려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빈티지한 압력솥이 있어 과감하게 불리지 않고 바로 요리를 했다. 문명의 힘! 내일은 압력솥으로 밥을 도전해봐야겠다. 우하하하하.


이번 포스팅의 주제가 압력솥인 만큼, 아니지, 아니지. 스카치 브롸쓰는 간 잘된 야채 보리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뭔가 심심할라 치면 큼직한 감자를 먹어 먹는 재미를 더하고, 자극 없이 부담 없는 서양 죽이다.


벌써 3월이 코앞이다. 마음 바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싹을 틔우고 있다. 들깨와 할로피뇨 고추, 봉선화, 파를 심은지 나흘이 되어간다. 이틀째부터 고추의 싹이 슬슬 보이기 시작해 참 기쁘다.(작년에는 실패했...) 할로피뇨를 좋아한다기보다, 여기선 한국 고추와 같은 고추 품종 씨앗이 안 판다. 만일 텃밭에서 할로피뇨까지 재배한다면 큰 수확일 것이지만 내 목적은 고춧잎이다. 이 녀석으로 나물 무쳐먹을 생각에 침을 흘리다가도 싹을 바라보면 슬쩍 드는 마음이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Cover Photo by Pete Crocke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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