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라 3학기
이주 동안은 살아도 죽어있던 좀비였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전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주말을 양보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금요일자로 3학기는 끝났고요, 모든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학기는 공부를 하면서 욕을 얼마나 했게요. 다행이에요.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요, 그래서 더욱 뿌듯한 종결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 학기의 복병은 perinatal이었습니다. antepartum, intrapartum, postpartum을 공부하는 과목인데요, 처음으로 시험을 대학답게 혀를 차게 내놨더군요. 강사분은 가르치시기보다는 읽는다고 하는 게 맞고요, 그렇다 보니 경우 없이 수업 중에 귀마개를 하고 자습을 했습니다. 소심한 복수이지요, 무능한 강사를 향한. 이렇게 학비가 아까울...
덕분에 공부는 많이 됐습니다. 곧 시작될 4학기에도 이어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요, 분량이 가히 사악하네요. 문제 유형이 전반적으로 교재를 깨알같이 이해해야 풀 수 있기에 허투루 할 수가 없네요. 강사분도 같은 분이시고요, 또다시 저는 경우 없는 짓을 하면서 공부하겠습니다. 겁네 빡셀 예정의 4학기입니다.
이번 학기에 제일 재밌었던 정맥 천자는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사실 아직 3명의 정맥혈을 얻어야 하는데요, 워낙 지난 학기가 짧아 강사분의 배려로 4학기 동안 랩에서 마저 진행하기로 됐어요. 정맥혈을 10번 채혈해야 하는데요, 전 7번밖에 못 했습니다. 성공적인 것이 7번이지 실패했던 경우도 합치면 15번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수확은 버터플라이 바늘로 채혈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멀티플 샘플 바늘과 주사기, 버터플라이 중 하나를 써서 혈액 샘플을 얻어야 하는데요, 멀티플 샘플 바늘은 일단 길이도 두께도 사악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동기들도 저와 같이 초보자라 샘플을 얻는 과정에서 튜브를 천천히 빼다 보니 튜브 안의 진공이 다 닳을 정도로 피를 뽑기 일쑤라 팔을 일단 대주고 나면 어지럽습니다. 버터플라이는 일단 바늘이 작고, 속도도 느리기에 뽑는 사람이나 뽑히는 사람이나 부담이 적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오늘만 사는 사람 모양 쉬고 있는데요, 너무 좋습니다. 토요일에는 급작스럽게 수영을 하러 바다에 다녀왔어요. 소나기 올 확률이 30프로였지만 물의 온도가 21도라 비 맞으면서 수영하지 뭐 하며 고고. 다행히 수영을 하는 동안 비도 오지 않고, 적당히 따뜻한 물 온도에 수영을 옴팡 즐기고 왔습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수영을 하러 갈까 생각 중입니다. 노릇노릇 몸이 잘 타겠네요. 날씨도 우중충한데 전 점점 말라 가는 감자를 갉아 감자전을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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