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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Aug 30. 2023

연재를 마치며

꿈은 이뤄진다 (ft. 고진감래)

지금 시각은 새벽 4시 47분입니다. 집이 아닌 호스피스에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고요. 그간 글을 올릴 새 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어요. 네, 맞아요. 그 사이 취직을 했습니다. 짝짝짝짝. 7월 18일이 첫 출근이었고요, 다행히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두 달이 지난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이건 즐기고 있다는 반증일까요, 아님 그냥 시간 개념이 없는 걸까요?


제 근무 일정은 이틀은 데이근무, 이틀 나이트근무가 연이어진 4일 근무입니다. 그리고 5일간 오프이고요. 제 글을 읽어오신 독자분들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프리셉터십 할 때와 같은 일정입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지금 저는 급여를 받고 있고, 세금도 옴팡 내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보통 2주에 한 번꼴로 주급을 받습니다. 이제 두 번 받아봤는데... 좋아할 새 없이 세금만 백십만 원을 냈어요. 거참...


그래서 말이지요. 어제 헌혈센터에 이력서를 냈어요. 오프 때 하루는 파트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헌혈센터는 지금 받고 있는 시급보다 훨씬 적지만 일이 워낙 단순하니... 덜 피곤할 것 같아서 일단 저질러 봤습니다. 간호사가 돼서 전 제일 재밌는 것이 희한하게 바늘을 다룰 때입니다. 딱히 피가 좋은 건 아닌데... 알맞은 혈관을 찾고 피를 뽑을 때의 희열이 있다고 할까요? 눈에 보인다고 피를 줄 혈관들이 아니기에 제가 안달이 나요.

이즈음 시험 결과도 공개를 해야겠지요? 사실 국시가 7월 16일이었던지라, 줄곧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두둥~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시험을 보면서도 '아~ 다시 봐야겠구나.' 하면서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나름 준비를 탄탄히 했다고 했는데, 배우지도 않은 문제와 마주할 때면 학교가 제일 먼저 원망스럽더라고요. 특히나 surgical nursing이 그 부분이었는데요, 다행입니다, 합격해서. 합격 통지를 받고 신랑 품에서 20초간 엉엉 울었어요. 2년 간의 고달팠던 시간을 드디어 보상받는 순간이었거든요. 


도시락 싸는 재미에 출근하던 저는, 제 때의 끼니도 까먹고 일만 할 정도로 일에 푹 빠졌습니다. 하면 할수록 저에게 참 잘 맞는 일 같아요. 지난 나이트 근무에는 1000칼로리를 태웠더군요. 다행이에요, 즐기지 않았으면 앞으로 커리어 내내 존버할 텐데 말이지요. 하하. 


이 연재의 목적은 저에게 쉬는 시간을 허락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공부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는 뜻이었는데, 물론, 제 때에 글을 올리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다행히 잘 버텨줬고, 드디어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다음 막은 10년 안에 Nurse practitioner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개념이 없는 직급인 거 같은데요, 학사, 석사를 마친 임상 경험을 갖춘 간호사가 의사 없이, 환자를 진단, 처방할 수 있는 간호사를 말합니다. 


굳이 10년으로 계획한 이유는, 앞으로 2년은 지금처럼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고요, 틈틈이 대학에 가서 배우는 과목을 미리 조금씩 공부할 생각입니다. 추후 다시 대학을 가도, 풀타임이 아닌 파트로 천천히 시간을 갖고, 돈을 벌면서 공부할 예정인데요, NP가 될 사람이, 건성으로 공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크거든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즐기면서 한 자, 한 자 공부해 실력 있는 NP가 되고 싶어요. 


지난주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과 통화하면서, '영어나 가르치면서, 글 쓰면서 한량으로 살 줄 알았는데, 이런 인생도 살아보네요.'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참 매력 있네요. 그동안 저의 어리광을 인내해 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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