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디자인 통과되는 디자인 웹&앱 디자인] 서평
시작하기 전에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적는 것은 아니라 걱정이 앞선다. 특히나도 다수의 호평을 받는 책이다 보니 선뜻 ‘별로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다른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재밌는 일이며 혹시나 나처럼 맞지 않는 책을 구매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거나 잘난 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며 한 명의 독자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남기는 것뿐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책을 구매한 건 작년인 것 같다. 입사 후에 디자인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구매한 것 중에 하나다. 즐겨보던 유튜버들이 추천한 책이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평이 좋아서 선뜻 구매했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기대와 너무 다르기도 했고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는, 실망이 큰 책이었다.
해당 책에서는 실무에서 실제로 통과되지 못한 디자인과 통과된 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어떤 차이가 그 둘에게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실무 디자인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구매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출판된 지 꽤 지난 책인 줄 알았다. 초판 발행이 2019년이지만 수록된 디자인들은 2009년에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이 점이 어쩔 수 없었다고 보기도 한다. 책에서는 굉장히 많은 양의 예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실제로 실무에서 해온 디자인들을 담는다면 과거 작업물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이 단순히 ‘조금 거슬리는 정도’에서 그쳤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설명을 보완하기 위한 예시로만 쓰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 샘플 디자인들이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메인이 되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행 지난 디자인들은 보기에 조금 거슬린다 정도가 아니라 보는 데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알겠으나 집중하기 어려웠다. (통과된 디자인도 올드한 느낌이 있어) 전과 후의 차이가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아 가끔은 납득하지 못하겠는 지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보여주고자 함이 ux 개선이라고 느꼈다. 실제로도 책에서는 ‘디자인에는 원칙과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바꿔 말해 디자인에 있어 ‘그냥’ 통과되는 디자인은 없으며 근거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근거가 되는 부분이 ux이다. 디자인 시안의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단순히 더 예쁜 디자인을 넘어서(물론 그것도 포함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능적이고 사용에 편리한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말하고자 함이 ux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책에서 그러한 ux를 다루는 정도가 굉장히 얕다. 정확히는 통과되는 디자인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너무 적은 설명으로 인해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며 지나치게 감에 의존한다 느껴지게 한다. ‘직관적이지 못하다’, ‘임팩트가 약하다’ 등의 이유로 서술된 부분이 특히 그러하다.
ux에는 상황과 유저, 시간 등의 다양한 고려점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ui에서 고려해볼 점들도 상당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버튼 ui 하나만을 가지고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깊은 고찰과 고민을 필요로 하고 내가 디자인 공부를 위해 선택하는 매체들에게서 기대하는 것도 그런 점들이다.
이 부분이 크게 두드러지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함께 구매한 ux 강의나 우연히 보게 된 테드 강연과 확연한 차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해당 강의들에서는 하나의 예시를 들더라도 더 나은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ux가 좋지 못한 디자인들에 있어서 유저가 어떠한 불편함을 느끼는지 직접 와 닿게 하는 과정과 함께 개선점이 필요한 이유를 강의를 듣는 이로 하여금 몸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더 나은 디자인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기 때문이다.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책에서 예시로 주어진 디자인이 아니라면 해당 방법을 다른 곳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더 자세하게 근본적으로 ux에 대해 공부하기도 어렵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하나의 ux 개선 사례집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ux, ux개선 등과 관련해서 인터넷에 좋은 글들이 너무나 많다. 핸드폰만 있다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거기에 영어를 조금만 할 줄 안다면 엄청난 양의 좋은 글과 강의를 접할 수 있다. 최신의,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특별하게 가지는 차별점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감상이며 누군가는 이 책이 도움이 되었다 말할 수 있다. (혹시나 나와 다른 의견이 있다면 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다른 것보다도 궁금해서 그렇다.) 또한 괜찮은 책이 있다면 추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