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기억>은 한 여성 화자가 과거 자신이 경험한 어떤 사건의 기억을 읊조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추리영화처럼, 각 장면, 각 요소가 전체 퍼즐의 의미심장한 조각으로 기능하기에 어느 한 장면, 대상, 소리, 카메라의 움직임과 줌아웃까지도 소홀히 지나칠 수가 없으며,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가장 예민한 촉수를 가동하게 되는 섬세한 결들이 훌륭하다. 마치 ‘섬세할수록 윤리적’이라는 신념이 영화 속 투명한 공기로 불어넣어져 있는 것 같다. 시작부터 엔딩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시선과 목소리는 자본과 성별, 때로는 상황과 입장만으로도 소외되고 상처 받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 혹은 ‘그들’의 무신경함이 저지르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증거 없는’ 폭력들에 대하여 “이것은 폭력!”임을 ― 소리 내어 선언하기 위하여, 우선 관객인 우리에게 섬세할 것과 쉽게 단정하지 말 것을 소리 없이 요구한다. 그리하여 나, 너, 우리 안에 스며있는 모든 크고 작은 폭력의 증거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