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내는 온전한 휴식
여수 앨리스테이(포트 앤 포트)
한적한 해안 도로를 따라 차를 몰며 창문을 내리자,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그렇게 이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일상은 잠시 멈추고 여수에서 여유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시원한 바다와 함께 흩어진 섬을 차곡차곡 모으는 풍경은 산자락이 형성된 돌산도로 이어져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건너 하늘을 가르는 케이블카를 지나 마침내 작은 항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돌산도 꼭대기에 대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이 자리한다.
노출콘크리트의 대가 곽희수 건축가의 기하학적인 형태의 콘크리트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인상적인 공간은 층층이 쌓인 큐브들로 인해 형성되는 캔틸레버와 공간, 그 사이로 비치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강렬하고 웅장한 작품이 여수의 풍경을 전달한다.
대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콘크리트 건물은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듯한 형상으로, 산을 배경으로 웅장한 조형미와 함께 성벽 위의 요새이자 항구라는 '포트 앤 포트(Fort&Port)' 이름이 붙었다. 대지의 북서쪽으로는 여수 시내가, 좁은 해안 평지를 따라 마래산과 자산공원이 펼쳐진다. 이와 반대로 남서쪽으로는 세구지 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데 특히 오동도를 비롯한 돌산 해협의 아름다운 밤바다는 건물에 훌륭한 배경을 담당한다. 이 건물은 두 개의 주요 매스로 구성된다.
첫째, 도시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타워형 '스카이포트'
둘째,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중점을 둔 단독 숙박형 '하이엔드빌라'
굴곡진 산길을 따라 정상에 다다르면 선과 면이 만나는 예술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차장에서 내려 바라본 건물의 정면 굵직한 선은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올려보게끔 한다. 스카이포트의 전면 사이사이 형성된 면이 그리는 외부로 돌출된 작은 상자형 공간은 세대 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건물에 인상적인 입면을 그리는데 그렇게 선과 면의 조합된 외관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건물 전체를 훑게 된다.
형태에 따라 숙박이 나뉘어 있지만 스카이포트의 1층에 숙박객을 맞이하는 리셉션이 자리하고 있어 누구나 한 번은 이곳에 발을 내딛는다. 즉, 이곳이 본관이자 건물의 이미지를 담당하는 얼굴이 된다. 1층부터 3층까지 숙박 시설이 배치되어 있고 각 유닛에는 넓은 테라스가 함께해 주방과 식당을 연계해 바베큐와 파티도 즐길 수 있다. 또한, 테라스 옆에는 스파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한다.
건물의 웅장한 기운과 함께 체크인 후,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밖으로 나와 복도를 비추는 창밖을 바라보면 여기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한 단단한 콘크리트 매스가 엇비슷하게 내려앉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층 로비 끝자락이나 주차장 담장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건물 매스의 수직 동선이 지하 2층에 설치된 공중 보행로를 통해 환승 전망대로 이어진다. 눈앞에 펼쳐진 전망대는 두 매스의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전면의 세구지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스팟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스카이포트 전면이 굵직한 선을 따라 움직인다면 언덕 아래서 바라본 스카이포트의 모습은 기하학적인 면의 형태가 더욱 돋보인다. 다양한 패턴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것처럼 쌓아 올려져 있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젠가놀이처럼 쌓아 올리는 모습과도 닮았는데 아래서 점차 올라가는 시선은 건물의 역동성을 더한다.
전망대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3개의 동으로 분리되어 있는 콘크리트 건물이 자리한다. 경사진 지형을 활용해 땅 깊숙이 박힌 이 건물이 단독 숙박형 매스 '하이엔드 빌라'다. 매스는 담장을 기준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짠! 하고 포장지를 벗긴 박스를 개봉했을 때의 긴장과 설렘처럼 눈앞에 펼쳐진 풍경 역시 그러했다.
각 동은 모두 바다를 향해 열려 있고 눈앞의 세구지 마을을 담는다. 모두 높은 층고와 다양한 높이로 공간을 구분해 각 건물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넓게 펼쳐진 대지는 덕분에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동 사이의 커뮤니티 공간은 채광과 환기를 원활하게 해 주고 숙박객들에게는 자연과의 교감을 선사한다. 또 넓게 펼쳐진 데크에서 숲의 고요함과 먼바다의 광활함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하이엔드빌라를 짧게 둘러본 후, 다시 스카이포트로 돌아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여수의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인피니트 풀에 도착한다. 수영장에 담긴 물의 하중은 생각이상으로 굉장히 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호텔에서는 수영장을 지면 인근 혹은 그보다 아래에 설치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상부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기둥들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둥이 없도록 하기 위해, 포디움(Podium)이라고 해서 호텔의 저층부 건물에 설치하는 곳도 많이 있는데, 스카이포트의 경우에는 건물 그 보다도 높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5성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인피니트 풀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물론, 여기엔 건축가의 핵심 전략이 숨겨져 있다. 사실 수영장은 건물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건물이 자리한 옆 산자락 위에 얹혀 있다. 산자락 언덕에 걸쳐놓은 인피니트 풀은 건물의 하중을 덜어내고 효율적인 구조 설계를 통해 탄생했고 수영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스크린과 함께 펼쳐지는 다양한 파티와 무대 등이 이곳 스카이포트 가장 높은 곳에서 펼쳐진다.
여수의 끝자락, 그중에 가장 높은 언덕에 성벽 위의 요새처럼 온전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게끔 지켜주는 포트 앤 포트에서 보낸 하루는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낮에는 대자연과 함께 어우르는 고요함과 광활함을 누리고 밤이 되면 반짝이는 불빛들이 수놓는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특별한 건축 공간 안에서 다양한 여수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도심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포트 앤 포트는 아마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 yoonzak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