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 7시간 ~ 10시간까지
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년의 시간과
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4일 휴대폰 OFF 1일차
4일 전에 눈 다래끼가 났다.
유튜브로 자살을 검색했다.
죽으려는 생각은 아니었고,
어떤 연예인의 부고 소식이 있길래 잠깐
궁금증이 생겨서였다.
여러 가지 관련 영상을 보았다.
올해 사망한 연예인들…
인간이 우울을 느끼는 이유 등등…
매우 짧은 영상이었기에 잠시 보고 날려버렸다.
그래도 금방 수십 개를 봤다.
“씨발.” 욕설을 내뱉었다.
“지겨워… 지겨워.” 혼잣말을 했다.
요즘 혼잣말이 부쩍 늘었는데,
보통 “지겹다”와 욕설이 섞인 한숨이다.
아침 7시에 카카오톡을 보내온 학생의 연락이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유튜브로 핸드폰 중독, 도파민 중독 다큐를
잠시 보다가
내용이 길어서 댓글에
핵심 요약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잠깐 나 자신을 걱정했다.
요약 댓글을 대충 읽고 다시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봤다.
11시 반에 가까워지자
병원 점심시간에 걸리면 어쩌지 싶어
부랴부랴 병원이 있는 사거리로 나갔다.
안과에 갔다가
지난달에 예약한 피부과에 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못 견디겠는 것만 먼저 처리하자 싶어
피부과는 취소하고 안과에 갔다.
처방받은 안약을 넣으며 눈을 깜빡이는데
눈 다래끼 통증이 벌써 지겹도록 불편했다.
약사의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에
잠시 기분이 나아진 것 빼고는
다시 한숨이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아이스 카페라테를 들이켰다.
내가 이번 주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3일 전에 미용실을 두 군데나 가서
긴 생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잘라버린 그 순간만 좋았다.
다시 유튜브로 들어가
1년 동안 자라는 머리 길이를 검색해 보았다.
머리를 정리하며 전신 거울을 보는데
못생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 다래끼가 커졌다.
모든 게 이 망할 놈의 핸드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 개의 핸드폰을 사용한다.
오늘부터 5일간 쉬어도 되지만
업무 연락이 올 때가 있나 생각하다가
갤럭시를 끄고 아이폰도 끄려 했는데
순간 아이폰 끄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았다.
아이폰을 꺼본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폰을 껐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로그인을 시도하는데
카카오톡 인증을 하라고 해서
다시 아이폰을 켰다. 짜증이 났다.
노트북으로 카카오톡 로그인할걸,
잠시 생각하다가 나 자신이 한숨스러웠다.
다시 아이폰을 껐다.
카카오톡에 “8월 4일 ~ 8월 8일 휴가”
이렇게 적어놓을까 하다가
어차피 연락올 데도 별로 없는데 하고 말았다.
오늘부터 3일간은
핸드폰을 켜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급한 연락은 노트북 켤 때
카카오톡을 잠시 확인하자 생각했다.
핸드폰을 둘 다 꺼놓으니 묘한 안심이 들었다.
비행기 모드와는 다른 차원의 안녕감이다.
작은방 잡동사니 통에 담겨있던
손목시계를 꺼냈다.
휴대폰 없이 손목시계를 차고
산책을 해볼 작정이었다.
시계의 약이 다 달았다.
싱크대 제일 위칸에서
언젠가 사두었던 소니 라디오를 켜고
TV를 보며 라디오의 시간을 맞췄다.
TV를 켜서 유튜브에 들어가
시계 약 가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시계 뒤의 뚜껑을 열어 보고
다이소에 가서 약을 사고
직접 갈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혼자 LED 전등을 갈았을 때
큰 성취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날카로운 도구들을 챙겨서
시계 뒷부분을 열다가
많은 스크래치가 났고 또 화가 났다.
인내심이라는 게 모두 사라진
나를 경험하고 있었지만
내가 왜 이러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계를 구매했던 장소와 시기가 떠올랐다.
8년 전에 산 6만 원 대의 시계라
별로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아
망치로 쿵 하고 깨버렸다.
아주 작은 시계라 바사삭 깨지며
몇몇 소금 같은 유리 조각이 생겨났는데
손으로 쓸어 담다가
오른손 검지에 상처가 났다.
급히 물에 씻고
청소기로 바스러져 남아있던
작은 유리조각을 청소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보았다.
DJ와 게스트가 웃으며 이야기하는 게 거슬려서
다시 주파수를 돌리다가
언젠가 버스에서 들어본
차분한 여자 DJ의 목소리에
잠시 고정을 해놓았다.
그것도 잠시,
어마어마하게 많은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껐다.
다래끼 때문에
뿌예진 한쪽 시야가 거슬린다.
6년 전 잠깐 다니던 회사에서 잘렸다.
큰 애정은 없었지만
실패의 첫 경험은
꽤 남아있던 자존감을 파사삭 부서뜨렸다.
그 당시에는 창피한 마음에 도피하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별일도 아니었다.
엄청나게 성공해서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보는 상상으로
꿈같은 자기 위안을 하다가
다른 직장 다닐 때
정리해고 되었던 남자 동료가 생각났다.
그 동료의 이름과 얼굴은 희미하고 어렴풋하지만
그분의 마지막 인사와 뚝딱거림이 이해가 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야 되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연기는
배우 이병헌이라면 잘할까?
괜한 상상을 해보았다.
역시 직접 경험은
이해의 폭을 넓힌다.
그때 도피하고 싶었는데
도피할 곳이 한 평도 없었다.
고작 도망친 곳이라곤
손바닥 같은 휴대폰 안이다.
나는 이 손바닥 안에 나를 가두었다.
웃길 때도, 감동할 때도,
공부한다는 착각이 들 때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유튜브를 켜고 자는 버릇도 생겼다.
설거지할 때도 운동할 때도
유튜브를 들었다.
어떤 말이 들리지 않으면
청소나 설거지가 힘들었다.
게임도 하지 않는데
휴대폰 사용 시간이 10시간을 넘어
화들짝 놀랄 때도 많았다.
정신과에 가서
성인인데 핸드폰 중독 상담을 받아도 되나?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유튜브 소리 없이 잘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TV에 연결된 유튜브로 들어가게 될까?
지금 내 뇌는 어떻게 된 것일까?
눈두덩이 다래끼처럼 요즘 내 감정은 모든 게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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