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 7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까지 휴대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 년의 시간과 휴대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5일 오후와 저녁사이
무언가 피로한 느낌이 들어 침대에 누우니
핸드폰 생각이 간절했다.
침대 품에 안겨 폰을 보는 건 진짜 꿀이다.
결과도 꿀처럼 달콤할지는 모르겠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하고
웃긴 영상도 보는 건 쉬운 낙원이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유튜브 쇼츠에 뇌가 절여질 때쯤
배달을 시켜 먹고 축구 영상이나
예능 하이라이트를 보면 하루가 다 가곤 했었다.
꺼진 채 충전 중인 핸드폰을 잠시 바라봤다.
폰을 끄기 전에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폰을 실컷 보다가 핸드폰을 곧잘 침대로 던지곤 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어제오늘 지난 시간의 내 행동과
기억을 자꾸 곱씹게 된다.
폰을 켜고 싶은 생각을 없애려고
의자 밑으로 핸드폰을 감췄다.
TV를 켰다. 뒤척였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찾지 못해 채널만 바꾸다 TV를 껐다.
이런 게 금단 증상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평소에도 한 프로그램에 고정하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며
핸드폰을 바라보곤 했다.
영화를 보다가 재밌는 장면이 나오면 감독이나 출연진을 검색해 봤다.
습관적 멀티태스킹을 지난 5~6년간 지속했다.
머리맡에 스케줄 메모지를 꺼내 급한 일을 메모했다.
핸드폰 알림이 없으면 잊어 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일은 카페에 가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겠다
다짐해 본다.
커지기만 하고 터지지 않는 다래끼가 신경 쓰여
한번 더 온찜질을 했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치즈볼을 두 개 먹었다.
무언가 씹고 혀에 맛의 여운이 남으니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사 온 상추를 씻다가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거슬려 버리고 왔다.
돌아와 환풍기를 켰는데 소리가 꽤 컸다.
양파를 썰다가 두 개에 1980원인걸 발견했다.
현금 결제 밖에 안 돼서 내려놓은
야채가게 양파는 5개에 2천 원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 어차피 많이 샀어도
썩어 버렸을 텐데 생각했다.
씻은 상추와 썰은 양파를 식탁에 갖다 놓고
가장 최근에 시킨 똠양꿍을 데웠다.
냉장고에 버려야 할 것이 많아 상한 음식을 꺼내고
살짝 멍든 살구 1개와 삶아서 방치만 해둔 달걀도 꺼냈다.
아마 2주는 지난 것 같다. 살구는 지난주 언니가 아이스팩과 함께 담아준 것이다.
살구 3개는 아직 멀쩡하니 후식으로 먹어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빈 계란 통에 살포시 올려놨다.
크기가 딱 맞는다.
언니는 내가 맛있다고 했던 것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만나는 날 챙겨주곤 했었다.
심지어 맛있다고 했던 자연드림의 해양심층수도 챙겨줬었다.
자매가 딱 둘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챙겨주는 언니가 있나?
싶을 때도 많다. 집을 둘러보면 언니가 선물해 준 것들이 정말 많다.
작은 냉장고, 노트북, 컴퓨터, 꽤 비쌌던 롱패딩 전부 언니가 사준 것이다.
언니는 나한테 베풀러 태어난 존재인가?
나는 해준 게 별로 없는데...
지난주 내 생일 즈음 언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언니 :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나 : 음... 없는데.. 아니 침대 커버
언니 : 이불도 같이 사줄까?
나 : 음.. 비싸지 않아?
언니 : 이거 좋아 같이 보내줄게...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하고 빨아둔 침대 커버를 갈고 나니 언니가 괜한 돈을 쓰겠다 싶어
급하게 사진과 카톡을 보냈다.
나: 언니 나 침대커버 필요 없어 갈았어 :)
언니 : 그럼 다른 거...
핸드폰을 안 하니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껏 하지 않는 생각을 몽땅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문자답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몰두했다.
미리 녹여놓은 삼겹살 한 덩이를 구웠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분홍 소시지도 구우면 맛있을 것 같아 세 조각 잘라 같이 구웠다.
후추를 뿌리고 접시에 나란히 담아 놓으니
살짝 뿌듯했다.
밥을 다 차려놓고 식탁에 앉으니 또 한숨이 나왔다.
밥 먹을 때 무한도전이나 요즘 재밌는 채널 뜬뜬을 보곤 했는데 공허하게 먹어야 한다.
뜬뜬에 나왔던 베트남 여행기가 생각났다.
출연자들이 폰으로 검색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내용인데 나도 여행지에 가면 블로그에 나오는
맛집보다 아무 데나 들어가기 때문에 공감이 되어 재밌었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식사 친구계의 바이블이다.
박명수의 추격전
광희가 물가를 뛰어가며 도망가는 장면
정준하의 금액 맞추기 등등
하도 많이 봐서 무한도전으로
시험 보면 최소 70점은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삼겹살을 한 조각 질겅질겅 씹다가
라디오라도 켜야겠다 싶어 맨 끝 채널에 고정했는데
황제성의 뭐뭐뭐입니다 라는 채널이 나왔다.
황제성이 누구지? 생각하다가 유튜브에서
샘스미스 패러디하던 사람이 생각났다.
그 장면을 떠올리니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청취자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다가 옛날 노래 두곡을 들으며 밥을 먹었다.
평소에 밥을 먹을 때 반 정도 먹고 휴대폰을 보며 쉬는 습관이 있었다.
오늘은 그냥 라디오를 들으며 쉬다가
그래도 영상 없이 밥 먹는 게 가능하구나 싶었다.
라디오가 지지직 거려 주파수를 조정하러
다가가면 다시 선명하게 나왔다.
다시 식탁 쪽으로 돌아오면 또 지지직 거렸다.
라디오를 당근마켓에 팔려고 했었는데 귀찮아서 미뤄뒀었다.
만약 저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까지 없었으면
TV 화면의 알록달록함에서 만족을 찾고 TV와 연결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겠지...
황제성이 들어가고 광고가 10개쯤 나온 뒤
박소현이 나왔다.
멘트를 듣는데 청취자에게 우리 공주님들?이라는
멘트를 했다.
예전 에뛰드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생각났다.
배달을 시켜 먹으나 음식을 해 먹으나
음식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여전하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묶다가
음식물 처리기를 사야겠네 또 생각했다.
앞으로도 1인 가구일 확률이 높으니까
어떻게 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올지 연구해야겠다.
평소 같으면 설거지를 미뤘을 텐데
조금 멀어진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설거지를 마쳤다.
어린 시절 시골 버스정류장 살구나무에서
부드럽고 팍팍한 삶은 감자 식감의 살구를 따먹은 기억이 있다.
냉장고를 열었다.
빈 계란통에 딱 맞게 모셔둔 살구를 씻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이미 맛이 갔다.
다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열어
살구 3개를 담으니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그날 언니네 집에서 가져온 복숭아와 사과는
다 먹었으니 살구 정도는 어쩔 수 없었지... 위안을 했다.
언니가 얼린 아이스 팩을 꺼내 과일이랑 같이 아이스 박스 가방에 담으라고 잔소리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 언니 그렇게 예쁘던 살구는 죽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