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중독일지 2 - 눈 다래끼는 어제보다 커졌다.

by 윤훤

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 7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까지

휴대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 년의 시간과

휴대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5일 휴대폰 OFF 2일 차



어제 폰을 끄고 라디오로 알람을 맞췄던

시간이 오후 6시 33분이었다.

아침 5시에 라디오 알람이 울렸으나

얼른 끄고 7시 58분에 일어났다.


또 열심히 살려고 5시에 알람을 맞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겼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 중에

새벽 4시 45분에 책을 읽는

빡독이라는 모임이 생각났다.

나도 몇 주간 참여했었는데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기분이었다.


라디오를 켜니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광고가 싫은 건지 세상의

활기참이 싫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싫었다.


이정후의 안타 소식을 듣다가

라디오의 지지직 거림이 거슬려

여러 방향으로 돌려보았는데

맨 끝으로 고정하니 완화되었다.

라디오를 껐다.

야구룰을 몰라서 안타가 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눈 다래끼는 어제보다 커졌다.

전자레인지에 물수건을 돌려놓고 화장실에 갔다 오니

전자레인지의 시간이 4초쯤 남아있었다.

얼른 끄고 꺼낼까 하다가 기다려 보았다.

나의 조급함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다래끼가 났을 때 유튜브

의사들의 의견을 찾아보니

온찜질이 좋다고 하여 배농을 위해 부지런히 찜질을 했는데

나의 속 쌍꺼풀이 새끼 손톱만큼 커졌다.


거울 앞에 잠시 나를 세워봤는데 익숙하지 않은

단발머리와 제 멋대로 커진 눈다래끼, 셀프염색한 머리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어제 쓴 브런치 글의 오타와 문장을 수정하다가 누가 읽을지,

안 읽을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세상 눈에 신경 쓰고

있는 내 모습을 알아챘다.


'나 외롭구나'


노트북으로 카카오톡을 켜보았다.

부지런히 보내온 신발 광고 외에 온 연락은 없었다.

"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외로움과

안도감이 같이 몰려왔다.


카카오톡 보다 인스타그램이 궁금했다.

업무 외에 내 개인적인 정보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지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눈에 불을 켜는 일은 습관처럼 진행되어 왔다.

언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hello talk 앱도 깔아놨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안의 내용들이 궁금하다.


'이게 진짜 세상과의 연결일까?...'



내가 어제 핸드폰을 끈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15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유튜브를 재생하지 않고 잠이 든 시간에 대해

이게 숙면이 맞는지 아닌지 돌아보았다.


어제는 배달앱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 전날 시켜놓은 음식을 데워먹었다.

그것 외에도 시켜놓은 음식이 더 남아 있었다.

음식은 계속 남아서 밀리는데

나는 또 배달앱을 켜곤 했다.


기분이 처지는 날은 하루에 세 번을 시킨 적도 있다.

음식 하나를 시키면 보통 반정도 먹고

냉장고에 넣는다.


쉽게 질리는 낭비지만 배달앱이 주는

잠깐의 위안과 만족은

이 집으로 이사 온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음식 배달도 중독이다. 하얀 플라스틱 통 안에 담긴

음식을 곱씹어 보며 시켜 먹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마라탕, 치킨, 똠양꿍, 청국장...


싱크대를 보다가 쓰레기를 정리했다.

오늘은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바닥을 닦는 걸레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닥의 미세한 끈끈함을 느끼다가

이 집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으로부터 뇌와 눈과 귀를 쉬는 일은

이렇게 결심을 하며

글로 남겨놓을 만큼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지인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너는 게임도 안 하고 폰으로 계속 뭐 해?"

"저는 네이버 기사 보는 거 좋아해요."


한때 네이버 기사 읽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눈과 손목, 목이 뻑뻑해지면 그때 자세를 바꾸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활자 중독이 되면 똑똑해질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다 유튜브, 인스타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을 바라본

시간을 떠올리면 사랑도 이런 사랑이 없다.

얼마나 열렬하게 쳐다보고 사랑했는지

안구건조증, 거북목, 손목통증이 증명한다.


이 글을 쓰면서 TV 아래에 쌓여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TV를 적게 보려고 TV 밑에 책을 쌓아놨는데

그렇다고 해서 책을 더 읽지는 않는다.


저 책 사진을 찍어서 이 브런치에 올리려면

폰을 켜야 하는데 잠시 생각했다.

휴대폰 두 개 외에 공기계가 하나 더 있다.


그것으로 폰을 켜면 카카오톡이나 SNS는 안 하는 거니까

휴대폰 단식에서 괜찮은 거 아닐까?

생각하다가 마치 다이어트처럼

타협하는 기분이 들었다.

촬영 : 갤럭시 북 3


'아 노트북으로 찍으면 되는구나...'

노트북 카메라 화질이 지금 왼쪽 눈다래끼의

시야와 비슷하다. ZUM 회의용으로 사용할때는

나름 괜찮았는데 카메라에 뭐가 묻은 건지도 모르겠다.


설거지를 할까 하다가 유튜브 소리 없이

설거지를 할 에너지가 없어 믹스커피를 만들었다.


커피 중독

배달 중독

유튜브 중독

SNS 중독....


나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중독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산 해피트리의 잎사귀를 만져보았다.

해피트리는 과습이 위험하다고 하여 휴대폰에 물 준 날짜를

기록해 놓았는데 언제 물을 준건지 떠올려 봤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오늘 핸드폰과 시계 없이 강북 삼성

건진센터에 피검사 재검을 가야 한다.

얼마 전 통화에서 몇 시 전까지만

오면 된다고 했는데 12시였는지 2시였는지 헷갈린다.

통화 녹음을 다시 들어볼까 했는데

폰을 켜야 하니까 그만뒀다.

시청역 8번 출구인 것을 검색하고 지하철 노선도를 눈에 담아보았다.


'아 영등포 구청역에서 갈아타면 되는구나....'


오늘의 미션


✅아무런 소리 없이 설거지하기

✅쓰레기 버리기

✅폰 없이 강북삼성 건진센터 다녀오기

집에 돌아올 때 청소용품 사기



1. 아무런 소리 없이 설거지하기

설거지를 하다가 밥통을 닦으며

아 이 밥통 브랜드 참 좋았는데 생각했다.

밥통에 눌어붙어있는

누런 밥알을 떼다가 최소 3일 이상 방치됐음을 느꼈다.


얼마 전 두 개의 수세미 중에

하나를 버리려고 했는데 그대로 둔 걸 알아챘다.

배수통의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강주은 님이 광고하던 음식물 처리기를 생각했다.


몇 년째 미루고 있는 창업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 만약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다시

몇몇 일을 더 하면서 월세를 내야 하겠지?

대출은 얼마나 나올까? 이번 달에 다 해결할 수 있을까?

나란 인간은 왜 실행력이 부족할까?

아니야 남들도 이런 건 어려울 거야

많은 일들을 미뤄왔구나....


하.. 내일은 재택 업무를 미리 마무리하고

쉬는 게 낫겠어... 바다라도 보고 올까? '

많은 생각과 혼잣말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2. 쓰레기 버리기

쓰레기봉투를 야무지게 여며놓고 모자를 찾았다.

다래끼 때문이 아니다 나는 일하지 가지 않는 날은 주로 모자를 쓴다.

외모 강박이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없지만

모자를 쓰면 세상으로부터 살짝 숨는 기분이라 편하다.


쓰레기봉투와 분리수거 박스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는데

잘 차려입은 여자가 핸드폰을 보며 나를 스쳐갔다.


여자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을 살펴보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출입문에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려고 쌓아놓은 큰 박스 세 개가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신청하고 취소하길 반복 중이다.


반은 아깝고 반은 아깝지 않은데 그런 것들이 담겨 있는 박스라

재 분류하려고 했지만 귀찮아서 몇 달간

미뤄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공간을 낭비 중이다.

아름다운 가게 기부 신청을 폰 말고

네이버로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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