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 Seller가 되기로 결심하다.
그러니까 벌써 작년 2015년 5월, 나는 한국 언론에서 "유통 공룡"이라 즐겨 부르는 미국 회사 Amazon으로 이직을 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되어서는 뉴욕 타임즈의 특별기사 덕분에 걱정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뭐 지금까지는 매우 즐겁게,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다. Amazon Seller라는 존재 자체를 이직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Seller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의 8할은 이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혹시라도 나처럼 Amazon Seller가 아직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Amazon이라는 회사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한국 Amazon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조금 풀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Amazon의 미국 이외 국가 진출은 그 나라에 Amazon의 쇼핑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에도 Amazon이 같은 방식으로 들어올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어떤 방식으로 Amazon이 한국에 들어왔는지를 말하기에 앞서, 먼저 알고 있으면 좋은 유통의 기본 구조에 대해 알고 넘어가자.
유통에는 크게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 직매입 모델과 플랫폼(수수료) 모델. 전자는 유통사가 제조사 혹은 기타 중간유통사로부터 제품을 먼저 일괄 구매하여 재고를 보유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모델이며 (e.g.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마트에서 먼저 직매입 후 본인들이 구매한 공급가액에 유통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전자상거래 쪽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이 있다), 후자는 유통사는 판매를 위한 '장(플랫폼)'을 마련해주고, 이 '장'에서 제조사/중간 유통사가 직접 판매를 하게 해준 다음 판매액의 일정 요율을 수수료로 받는 모델이다. (e.g.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이 대표적이며, 온라인에서는 Gmarket과 같이 흔히 오픈마켓이라 부르는 플랫폼 사이트들이 이 모델에 해당된다. 실제 Gmarket에서 구매를 해 보면 알겠지만, 물건을 배송하고 판매하고 C/S를 응대하는 주체는 Gmarket이 아니라 개별 '판매자(Seller)'이다.)
Amazon의 경우 (책을 포함한 미디어 상품을 제외하고) 일반 상품을 취급하게된 초기에는 직매입 모델만을 갖고 있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던 시절 Amazon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최저가"를 내세우면서 종종 혹은 자주 제조사로부터 직매입 모델을 통해 매입한 재고들을 제조사들이 희망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팔곤 했는데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채널 점유율이 막강하진 않았던지라 제조사로부터 납품 거절을 자주 받았던 모양이다. 제조(판매)사에 잠깐 몸 담았던 경험을 빌어 설명을 하자면, 제조사 입장에선 본인들이 만든 상품이 판매되길 원하는 특정한 가격대가 존재한다. 특히 고가 브랜드에서 이런 경향이 심한데 가격 전략 또한 Brand Equity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은 유통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판매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이를 유통사에 강제할 수는 없다. (혹 강제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에 신고당한다.)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희망하는 가격대에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유통업자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 대표적으로 재고부족) 차일피일 납품을 미루거나 거절하여 가격 전략을 고수하려 발버둥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제조사들의 반발에 결국 몇몇 상품들은 Amazon에서 구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Everything Store를 표방하는 Amazon에게는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Amazon이 겪은 문제는 직매입 모델이 갖는 일반적인 문제점이라기보단, 무조건 그 누구보다도 싼 가격에 상품을 팔고자 했던 Amazon의 의지에 의해 발생된 특수한 문제점이다. 이보다 더 보편적인 직매입 모델의 문제점은 다양한 구색의 상품을 구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직매입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재고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은 상품만을 우선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필요로하지만, 그 누군가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거나 필요로 하는 주기가 매우 긴 상품 (거기다 가격까지 비싸다면 더더욱)의 경우 직매입 모델에서는 판매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Amazon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고, 거기다 위에 언급한 제조사들의 반발까지 더해지며 Selection Gap에 대한 위험은 커져갔다.
그래서 Amazon이 선택한 모델은, 기존의 직매입 모델과 함께 플랫폼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Hybrid 모델이었다. Amazon이 직매입하지 못한 상품을 3rd Party Seller가 판매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Selection Gap을 최소화하는 이 전략은 제조사로부터 직매입하지 못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그 상품을 파는 Seller들이 Amazon 플랫폼에서 판매를 하게 함으로써 이전의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직매입이 갖고 있던 재고부담으로 인해 확보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품군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물론 성공하기 까지는 이러저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엄청난 속도로 고객 숫자를 늘려가는 이 플랫폼에 너도나도 Seller로서 판매를 하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Amazon을 있게 한 1등 공신이나 다름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 가장 최근의 Amazon Press Release에 따르면 2015년 Cyber Monday(전통적인 Black Friday의 바로 다음 주 월요일을 일컫는 말로,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Black Friday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생긴 신조어.)에서 3rd Party Seller들의 판매 실적은 작년대비 40%나 성장했다. 참고로 Amazon 전체 분기 별 매출 성장율이 대략 20%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비즈니스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3rd Party Seller들임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에 Amazon은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잘 알다시피, Amazon은 더 이상 미국에만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이미 북미에서는 캐나다, 멕시코, 유럽 5개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하여 아시아 3개국 (중국, 일본, 인도)까지 총 11개의 국가에서 각각 Amazon.국가별 도메인을 사용한 쇼핑몰 사이트를 구축하여 판매를 하고 있다. 처음에 Amazon이 가졌던 생각은 아마도 '예를 들어 일본 (혹은 Amazon이 진출한 다른 국가) Amazon에서 잘 팔리는 상품인데 미국 (혹은 마찬가지로 Amazon이 진출한 다른 국가) Amazon에서도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Search Query)는 있으나 판매하고 있는 Seller가 없다면, 그 상품을 파는 Seller를 해당 국가 Amazon에도 진출하게 해 보면 어떨까?' 정도 였던 것 같다. 각 국가별 쇼핑몰 사이트가 존재하고 영업 조직도 있기 때문에 이들이 Seller들이 언어적인 장벽이나 물류적인 장벽만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Seller들이 자국을 넘어 해외 Amazon에까지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각 국가별로 부족했던 Selection을 채워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Amazon Seller들의 관리자 페이지인 Seller Central에서는 1개 국가에서만 Selling을 하고있는 Seller들에게 Amazon이 진출한 다른 국가로의 Selling을 장려하는 마케팅 배너를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 생각 - '꼭 Amazon이 진출한 국가의 Seller만 모집해야할까? 아직 Amazon이 진출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있는 상품을 갖고 있는 나라의 Seller들도 모집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생각의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내가 추측하고 있다), 바로 지금 내가 있는 한국 Amazon이다. (정식명칭 Amazon Services Korea LLC이지만, 이 글에선 편의 상 한국 Amazon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내수만으로는 사업 규모의 확장에 한계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꾸준히 대기업들의 주도로 수출 지향 경제구조를 만들어 왔다. 다만 이 수출 지향 경제 구조에서 소비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 때문에 주로 내수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수평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며 해외에 있는 다른나라 사람들도 한국의 소비재 상품에 대해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 또한 늘어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K-Beauty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이다. 다만 제조사는 늘어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국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려면 해당 국가의 각종 법과 규제와 compliant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진출 규모에 걸맞는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시행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 일이기에 수요가 뻔히 있음을 알면서도 직접 판매하길 꺼린다. 이런 시점에,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유통하는 대리점들이 이 수요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Cross-Border B2C 전자상거래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직구 (한국 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전자상거래로 판매하는 것) 시장의 규모는 5년 새 50배(5044%)로 성장했다. 이런 연유로 한국 상품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한 Amazon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당 국가에 쇼핑몰 사이트를 여는 방식의 진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출을 한 것이다.
난 그저 Amazon Seller가 되기로 한 결심을 설명하려 한 것 뿐인데 어쩌다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아무튼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한국 Amazon에서 한국 Seller들에게 Amazon을 통한 해외 판매 기회를 소개하고, 그들이 직접 Amazon에서 판매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돕는 일을 해왔다. Seller분들을 찾고, 만나고, Amazon에서의 판매를 지원하면서 초반에 문득 든 생각은 '나도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였다. 물론 그 의지의 레벨은 시간을 거듭하며 여러 Seller들의 힘든 상황을 보며 위로 아래로 요동쳤지만 2016년에 이르러, '진짜 한 번 해봐야겠다'로 귀결되게 되었다. 사실 해서 돈을 벌 것 같은 기대는 전혀 없다. 여기서 일을 하고 있지만 Amazon 플랫폼에 대해 '아는'것과 실제 Selling을 잘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Amazon 직원에게는 Seller에게 부과되는 월 membership fee $39.99이 평생 면제될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내 직무가 Seller들이 Amazon에서 판매하며 느끼는 어려움이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Educational Contents Development와 그 Contents들을 Distribution을 하는 쪽으로 바뀐지라 '내가 직접 해 보아야 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그래서, Seller가 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이 Brunch는 앞으로 내가 Amazon Seller가 되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목표하는 posting frequency는 최소 1주일에 1회. 첫 글을 쓰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2016년의 첫 개인 프로젝트인 만큼! 돈을 벌든 잃든, 꾸준히 기록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시작해보려한다. 그럼, 1편은 이제 마무리!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