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er. 말 그대로 '파는 사람'.
첫 포스팅에 기대 이상으로 쏟아진 관심과 격려에 기분 좋은 일주일을 보냈다. 가장 보람 있었던 피드백 중 하나는 유통이나 전자상거래 산업에 대해 거의 몰랐는데 이 글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코멘트였는데 앞으로의 포스팅에도 가급적 Seller가 되어가는 진척상황과 더불어 도움이 될만한 유통/전자상거래업 지식을 녹여보려 한다. (그러려면 앞으로 공부도 더 철저히 해야겠지.. 아 취미가 버거워지려 한다 흑) 내 새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치곤 조금 분에 넘쳐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첫 글만 해도 읽고 또 읽다 보니 어색한 표현이나 문장이 너무 많아 통째로 지우고 새로 쓰고 싶은 충동이 들어 혼났다. 물론 다시 쓸 엄두는 나지 않아 '이런 졸작은 두고두고 보며 반성용으로 쓰자'고 변명하며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아무튼 부담이 밀려온다한들 이미 칼을 뽑았으니 어쩌랴. 그 칼로 무를 베더라도 꼭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해 보리라 다짐하며 2편을 시작한다.
아주 옛날 옛적에야 생산자=판매자인 경우가 많았지만 (아직도 재래시장에 가면 직접 키운 채소를 수확해서 판매하는 할머님들이 계시긴 하다.) 현대에서 생산자와 판매자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드문 편이다. 좋은 제품을 잘 '만드는'것과 그 제품을 잘 '파는' 것은 엄연히 서로 다른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제조와 판매를 다 하는 대기업들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생산 부서와 유통/판매 부서는 분리되어 있고,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생산까지만 담당하고, B2B로만 거래를 하여 제품 유통 및 판매기능은 이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유통사 쪽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유통/판매 부서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하여 다시 '파는'사람들이 바로 Seller이다.
처음에 Seller가 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할 때 생각했던 방식은 위에 언급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이브리드(?) 방식였는데 바로 내가 판매 기능에 대해서만 일종의 프리랜서로서 외주를 받아 중소기업의 상품을 대행 판매하는 것이었다. 실제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중소기업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해당 기업들의 '판매 역량'이었다. 자사 상품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고, 실제 상품도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마케팅하고 판매할 수 있는 리소스의 부족은 해외 판매를 시작하려 하는 그분들에게도, 힘껏 도와드리려 하는 내 입장에서도 큰 벽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회사에서도 직원이 Seller로 활동하는 것을 장려하기도 하니까 내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Seller분들의 Amazon 판매 대행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Seller 중 한 곳에서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는지 내 의사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Amazon에 대해 그저 조금 더 잘 '안다'는 것과 잘 '판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일진대 그저 Seller로서의 경험을 통한 배움을 추구하는 내가 개인적 호기심을 용역으로 책정하여 그분들에게 대가를 받는 것은 뭔가 불편했다. 게다가 그분들은 그 상품 판매 하나하나가 생업과 연결되지 않는가. 내가 직접 물건을 매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리스크는 제일 낮긴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결국 이 방법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그럼 아예 내가 직접 도매상이 되어 중소기업 상품을 직매입하고 판매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단가를 낮게 공급받으려면 대량 구매를 해야 하고, 그 재고를 보관할 창고도 있어야 하는데 나한텐 둘 다 없었다. 게다가 Amazon은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는 하나의 상품 페이지를 여러명의 Seller들이 공유하는 방식이라 최악의 경우 내가 직매입한 상품의 제조사인 중소기업과 Amazon 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 날카로운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른다. "아니 그럼, 대량 구매할 자본도 없고 물류창고도 없이 어떻게 Seller를 하려 했어?"
매우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저 2가지가 없이도 Seller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아주 옛날 옛적에 열렸다. 바로 인터넷 덕분에! 정확히는 인터넷 혼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진 않는다. 전통적인 SCM 기법 중 하나인 Dropshipping 드랍 쉽핑과 인터넷이 합쳐지면 자본과 물류창고 없이도 Amazon Seller가 될 수 있다.
Dropshipping의 원래 사전적 의미는 '제조사 직배송'이다. 예를 들어, 집 앞 슈퍼에서 김을 100박스 산다고 해 보자.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집 앞 슈퍼의 물류창고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김 100박스를 사장님이 바로 그 자리에서 꺼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새 흔히 그렇듯 슈퍼 사장님은 지금 결제하고 집 주소를 남겨주고 가면 택배로 바로 부쳐주겠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사장님은 바로 김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 100박스 주문을 한 후, 배송을 슈퍼 물류창고가 아닌 당신의 집으로 보내주라고 할 것이고, 생산자에게 김 100박스의 도매 가격을 지불할 것이다. 당신이 지불한 김 100박스의 소매 가액과 슈퍼 사장님이 생산자에게 지불한 김 100박스의 도매 가액의 차이가 바로 슈퍼 사장님의 몫이다.
이제 좀 감이 오는가? 가령 내가 Amazon에 중국산 블루투스 이어폰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 Amazon에서 내가 파는 이어폰을 구매했다. 이때 내가 할 일은 내가 Amazon에서 판매한 것과 똑같은 상품을 내가 판매한 가격 $18.49보다 낮은 가격에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그 상품을 고객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대륙의 온라인 쇼핑 지배자 AliExpress에는 내가 파는 이어폰과 똑같은 상품이 무려 $11.88에 판매되고 있다. 자, 나는 이제 AliExpress에서 이 상품을 주문하고, 다만 배송지를 내가 아닌 Amazon 고객의 주소를 적어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이것으로 끝이다. 이 예시의 경우 $6.61가 나의 몫이 되었다. (배송비나 Amazon 수수료 제외) 나는 대량의 이어폰을 한꺼번에 구매할 필요도, 구매한 이어폰을 우리 집 가득 쌓아둘 필요도 없다. 심지어 이어폰 1개 조차도 우리 집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고객에게 보내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빨리 내가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미국에서 판매된 상품을 중국에서 소싱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Dropshipping과 인터넷이 합쳐져 새로운 형태의 "Seller"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방법은 굉장히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많은 Seller들이 Dropshipping 모델로 Amazon에서 Selling을 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뭐야 이렇게 쉬운 거였어? 그럼 나도 지금 바로 할래!"라고 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방법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나를 위한 모델로 선택받지 못했다. 일단 이런 제조사 직배송은 내가 직접 상품을 검수한 후 고객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기에 상품 Quality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라고 불리는 Amazon에서 만약 상품 Quality에 대한 고객 클레임이라도 들어올 경우 품질 검수를 하지 못하고 판매한 내 죄가 더 크므로 나는 Seller로서 Amazon에서 퇴출당하고 말 것이다.
잠깐 Amazon이라는 회사 얘기로 돌아가 보자. 고객 중심 정신이 "지구 최고"라고 할 정도로 투철한 Amazon의 입장에서 처음 3rd Party Seller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Seller들의 Customer Service Level이 Amazon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고객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Jeff Bezos가 그렸다는 Flywheel Memo는 Amazon 성장의 선순환 구조와 이를 가능케 하는 각각의 요인들을 보여준다. 다만 각 요인들이 증가하지 않고 감소할 경우, 이 선순환은 바로 악순환이 되어버린다. 만약 마구잡이로 들어온 검증되지 않은 3rd Party Seller들에 의해 질 나쁜 상품이나 가짜 상품이 만연하고 빠른 고객 응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Customer Experience가 나빠지고, 이로 인해 Traffic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Seller 숫자의 감소, 그리고 Selection의 감소, 그리고 다시 Customer Experience 악화로 악순환되는 것이다. Amazon은 결코 그런 악순환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Amazon이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Seller들이 Amazon에 진입할 때 Amazon의 Service Level을 지킬 수 있는 Seller인지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진입 장벽을 높게 하는 방법과, 진입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운영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사후에 판매를 제재하는 방법. 지금 Amazon에서는 전자와 후자의 방법 모두가 쓰이지만 상대적으로 진입은 조금 쉽고, 다만 Seller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따라야 하는 엄격한 규칙을 설정하여 사후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편이다. (이는 실제 Seller 가입 과정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아무래도 초반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할 경우 들어오는 Seller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지 못할 경우 Selection Gap을 단시간에 채우기는 힘들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사후 제재방식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아무튼 이 사후 제재 방식은 Seller Account Health라는 Seller 계정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를 통해 관리된다. 예를 들어 Seller의 판매 행위에서 측정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Late Shipment Rate인데, 말 그대로 Seller가 상품을 발송하기로 고객과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상품을 발송할 경우를 Late Shipment라고 한다. 전체 주문 중 이 Late Shipment 주문의 비율이 일정 % 이상이 될 경우 Seller는 Amazon에서 판매를 정지당할 수 있다. 이 외에도 Seller의 C/S 응대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 까지도 Seller Account Health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록 Seller 그들 스스로는 Amazon이 아니지만, 고객들이 Amazon에게 기대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만 Amazon에서 Seller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Amazon의 이런 철저한 Seller 판매 역량 관리는 Seller들 사이에선 악명이 높지만 (한 번 퇴출 당하면 다시는 Amazon Seller로 판매가 불가능하다. 아이디를 바꿔서 가입해도 귀신같이 찾아내어 퇴출당한다.) 3rd Party Seller의 비즈니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이렇게 고객 만족이 최우선인 이 플랫폼에서 나 같이 뽀송뽀송한 신규 Seller가 나쁜 품질의 상품으로 고객의 심기를 잘못 건드릴 경우 뼈도 못 추리고 쫓겨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 이 것도 안 되고 저 것도 안되면 난 Seller가 되는걸 접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 브런치를 시작도 못했겠지.
진짜 아이템을 찾아 나선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