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shipping 방식이 위험한 건 알았지만, Seller가 본업이 아닌 세컨드 잡인 입장에서 이 방식의 편리함의 유혹은 떨쳐내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궁리를 하던 와중 든 생각이 바로 '그럼 제품 품질에 대한 risk가 크지 않은 '표준화'된 품질의 상품을 팔면 되지 않을까?'였다. 즉 '브랜드가 있는 공산품', 제조사가 믿음직한 곳이라 저가의 중국산처럼 품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표준화된 품질로 대량 생산되는 상품이라면 안심해도 되겠다 싶었고 즉시 몇 가지 후보를 추려보았다.
1. 한국 화장품
제일 첫 글에 예시로 들었듯, K-Beauty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핫'한 뷰티 트렌드 중 하나다. 심지어 Amazon에 K-Beauty 전용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 참고로 Amazon에서 특정 국가를 테마로 한 머천다이징 페이지를 오픈한 것은 K-Beauty가 처음이라고 한다. 물론 그만큼 이미 경쟁도 치열한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므로 세일즈가 안 나올 걱정은 없다.
다만 Amazon에서는 Quality control이 중요한 특정 카테고리를 판매하려는 Seller들에게는 사전 승인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화장품이 이에 해당된다. 화장품 카테고리의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제조사 혹은 제조사와 거래하는 정식 대리점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한 최근 90일 이내의 인보이스를 3장 제출해야 하는데, 나같이 Dropshipping으로 판매를 하려는 사람에게 그런 인보이스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일단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예정인 나에겐 카테고리 승인부터 허들이 되는 관계로 안타깝지만 화장품 탈락.
2. 중고 카메라 렌즈
일단 카메라 카테고리는 사전 승인이 필요 없다! 대신 우리가 흔히 아는 카메라 브랜드 (Canon, Nikon, Sony 등)들은 Amazon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Amazon에서 본인들의 '새'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1) Amazon이 본인(제조사)들로부터 직 매입했을 경우나 2) 본인(제조사)들이 공식적으로 Amazon에서의 판매를 허가한 Seller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새' 제품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이 규칙이 '중고'상품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 즉, Canon이나 Nikon이 공식적으로 허가한 대리점이 아니더라도 이 브랜드의 '중고'상품은 별도의 제약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보통 중고 상품은 Amazon보다는 eBay 같은 곳에서 더 많이 팔리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의외로 Amazon에서 중고 상품의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게다가 중고든 새 상품이든 상품 페이지를 공유하는 Amazon의 시스템 덕택에 일단 해당 상품에 관심을 가진 고객은 모두 같은 상품 페이지로 traffic이 모이게 되고, 그 와중에 새 상품을 살지, 리퍼 상품을 살지, 중고 상품을 살지는 각 상품별 가격을 보고 구매자가 최종 결정을 하게 되기 때문에 중고상품 Seller 입장에선 중고상품과 새 상품이 분리되어 리스팅 되는 eBay보다는 오히려 Amazon에서 더 많은 traffic을 기대할 수 있다. (상품 페이지 공유 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상품 등록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
게다가 Amazon에 지불해야 하는 판매 수수료 (Referral Fee)가 다른 카테고리는 평균 15%인데 반해, 카메라 카테고리는 8%에 불과하다. 그리고 혹시 고객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이 있어도, 처음부터 제품 condition이 중고였기 때문에 또다시 중고 상태로 재판매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고 렌즈는 인터넷에서 거래가 활발한 품목 중 하나인지라 재고 확보도 어렵지 않다.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해서 시작하려는 찰나, 어지간한 중고 렌즈 하나는 개 당 20만 원이 훌쩍 넘는단 것을 깨달았다. 아 나는 취미로 소소하게 시작하려는 건데... 렌즈 5개만 팔려해도 돈 백만 원이 필요하다니... 음 아깝지만 이건 포기는 아니고 잠깐 보류하기로 했다. (혹시 Seller 아이템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중고 렌즈 강추합니다.)
3. 중고 책
책도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사전 승인이 필요 없고, 우리나라 인터넷 상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품목이라 소싱도 상대적으로 쉽다. 책이라는 상품 자체의 본질이 '내용을 읽기'위함이기 때문에 사진집이나 잡지가 아닌 이상 책 자체의 Quality에 대한 클레임이 나올 확률도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 대비 월등히 낮다. 게다가 새 책이 아닌 중고 책을 팔 경우, 소싱 시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낮출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한국어판의 경우 정가는 12,000원인데 알라딘 중고책 최저가는 800원이다.
다만 Amazon에서 한국어로 된 책이 얼마나 팔릴지 전혀 모르겠다. Korean Editio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종종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아예 없진 않아 보이지만 한국 인터넷 서점 대비 종류도 턱없이 부족하다. 뭐 엄청나게 많이 팔리지 않는 건 확실해 보이지만, 어차피 너무 많이 팔려도 곤란한지라 일단 도전해봄직하다. 특히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신간들은 Amazon에 거의 없다. 어차피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층이 한국사람들일 텐데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책 중 Amazon에 없는 것들을 올린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비록 알라딘이나 인터파크에 있는 중고책 판매자들이 해외배송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Dropshipping은 불가능하다는 게 사실 제일 치명적이지만, 어차피 책 자체가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상품은 아닌지라 내가 일단 받아서 국제 배송을 보내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Seller 하면서 내 제품 내가 직접 포장도 해 보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합리화하며 첫 아이템은 중고 책으로 결정!
이렇게 나의 Seller로서의 첫 아이템은 중고책으로 결정되었다. '책'이라는 아이템이 가지는 상징성도 이 결정에 한몫했는데, Amazon이 처음으로 판매한 상품도 '책'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당시 Jeff Bezos의 고민도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은커녕 '인터넷' 자체도 생소했을 90년대 중반,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에 대한 고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선 언제 어디서 사든 항상 동일한 상품일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작해야 했고 책은 그런 특성을 가진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그 이후 책 이외의 상품 Selection을 늘려가는 과정에서도 Amazon은 Music(CD), Video, DVD와 같이 '언제 어디서 사든 항상 동일한' 상품을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막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Amazon에게도, 그리고 초보 Seller인 나에게도 책은 고객을 실망시킬 확률을 최소화하면서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자 이제 아이템을 정했으니 파는 일만 남은건가!?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