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보자
아이템도 정했겠다, 이제 상품 리스팅을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아뿔싸 제일 중요한 판매 가격을 정하는 걸 깜빡했다.
판매 가격을 정하려면 일단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부터 계산을 해야한다. 비용에 원하는 마진을 얹어서 판매가격을 결정하는게 정석이지만, 나같은 경우 이미 아마존에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역산을 해서 내가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 글에서는 예시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기준으로 시작해 보겠다.
일단 현재 Amazon에서 이 책의 최저가는 $14.89이다. 여기에 Book 카테고리에 default로 책정된 배송비는 $3.99. 즉 $14.89+$3.99=$18.88이 이 책 판매 시 발생하는 매출이다. 지금부터 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한국에서 구매하여 미국에 있는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계산하여 이 $18.88에서 차감한 후 나의 순수익을 계산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엑셀을 첨부한다. 다만 나의 대학 시절 배웠던 회계학 지식은 이미 증발한지 오래인지라 두서없는 배열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Amazon Selling 시 발생하는 비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제품 제조 혹은 매입 원가, 2) 운송비, 그리고 3)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는 순서대로 적었지만, 일단 설명이 쉬운 1번과 3번을 먼저 살펴보겠다.
1) 제품 제조 혹은 매입 원가
내가 직접 제조하는 물건이라면 제조 원가겠지만, 나는 기존 상품을 재판매하는 것이므로 매입 원가가 되겠다. 중고책의 경우 인기 있는 책이라도 나온지 꽤 지난 책이라면 3,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좋은 상태의 책을 구할 수 있다. 뒤에 예시로 활용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 알라딘 중고책 최저가가 800원이다.
3) 수수료
수수료 역시 세부적으로 쪼갤 수 있는데, 크게 Amazon이 취하는 수수료와 3rd party service 이용 수수료가 있다. Amazon이 취하는 수수료는 다시 3종류로 나뉜다.
- Selling Plan Subscription Fee: $39.99/month
Amazon Seller에는 크게 2종류가 있다. Individual과 Professional. 국내 오픈 마켓이 사업자 등록 여부로 셀러 등급을 나눠놓기 때문에 Amazon도 이 기준으로 나눈 줄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Seller의 종류는 사업자 등록 여부와는 무관하며, Seller가 가입할 때 둘 중의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후에 언제든지 다른 종류로 변경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Individual Seller는 일단 Selling Plan Subscription Fee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가입 자체에 따른 비용은 전혀 없다. 다만 상품이 판매될 경우 부과되는 기본 수수료 (Referral Fee) 이외에 추가 수수료가 아이템 당 $0.99씩 발생한다. 그 이외에도 Professional Seller 대비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지만, 너무 세부적인 내용이라 여기선 더 깊이 설명하진 않겠다.
Professional Seller는 Selling Plan Subscription Fee가 매 월 $39.99씩 발생한다. 대신, Individual Seller에게 부과되는 추가 수수료 $0.99가 없기 때문에 단순 산술 계산으로 한 달에 40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Seller일 경우 Professional Seller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 한 달 내내 단 한 개의 상품도 팔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39.99는 고정비로 나가므로 유의할 것! 나 같은 경우 Employee benefit을 통해 월 이용료를 평생 면제 받았으므로 이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 판매 수수료 (Referral Fee): 판매 금액의 15%
Amazon은 Seller로부터 카테고리 별로 Landing Price의 최저 6%에서 최고 45%의 수수료를 취한다. 그러나 이 최저/최고 수수료는 매우 익스트림한 케이스이고, 대부분 카테고리의 수수료율은 15%선이다. 참고로 Landing Price란 고객이 최종적으로 지불한 금액을 말하는데 통상 판매자가 정한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에 배송비나 선물 포장비와 같이 고객이 지불한 기타 비용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내가 판매하려는 Book 카테고리의 경우 판매 수수료율은 15%이나, Book을 포함한 Media Products (BMVD라고 부름: Book/Music/Video/DVD) 의 경우 Landing Price가 아니라 배송비나 포장비를 제외한 순수한 제품 판매 가격의 15%를 수수료로 취한다. (참고: 카테고리 별 수수료)
15%가 낮냐 높냐에 대해선 사람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오프라인 거래를 주로 해온 사람들은 '아니 15%밖에 안해???'라고 하고 온라인 거래를 좀 오래 했던 사람들은 '아니 15%씩이나 한단말이야???'라는 반응. 뭐 이건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반밖에 있네' 처럼 정답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5%가 높은 요율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한국 오픈마켓 대비 아마존은 일방적으로 사야하는 광고 슬랏이 적은 편이고 (엄연히 말하면 Seller에게 허용된 광고 공간 자체가 거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키워드 검색 광고의 경우 CPC (Cost-per-Click; 실제 Click이 일어났을 때에만 과금이 되는 방식) 방식이라 내가 조절하면 과도한 비용이 나가는 것은 언제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여전히, 15%가 많냐 적냐는 생각하기 나름인 문제인 것 같다.
- Variable Closing Fee: $1.35
이유는 안 알려주고(...) BMVD 상품에 대해서는 Variable Closing Fee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아이템 당 $1.35의 수수료를 받는다. (왜죠???)
마지막으로 Amazon을 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Service가 있는데, 이 Service 이용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있다. 바로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이다.
Amazon은 상품 판매 대금을 14일 주기로 Seller가 등록한 은행 계좌에 입금해 주는데, 한국 은행 계좌는 아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Amazon이 지원하는 국가의 은행 계좌를 등록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미국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미국 은행에 물리적으로 방문해야 하는지라 사실 상 한국 Seller들에겐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이 역시 비즈니스 기회라고 판단해 이 시장을 공략한 회사들이 있으니 대표적인 회사가 Payoneer와 WorldFirst이다. (두 회사 모두 처음 들어본다면? Paypal이랑 비슷한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이 두가지 서비스 모두 웹 상으로 미국 혹은 타국 은행 계좌와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가상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상계좌를 개설하여 Amazon의 대금 결제 계좌로 등록 해 놓으면 Amazon은 판매 대금을 이 계좌로 입금하게 되고, Seller는 이 계좌에서 다시 본인의 local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 인출 등의 방법으로 출금을 하면 된다. 가상계좌 Service Provider 들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수수하는데 금액이나 인출 방식에 따라 수수료율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의 경우 Payoneer 가상계좌를 이용하여 나의 local 계좌로 이체를 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하니 3%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1% Loading Fee + 2% Transfer Fee) Payoneer와 WorldFirst 의 차이는 오가는 금액의 규모나 은행 환전 우대 혜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나의 경우 일단 거래 금액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수수료 1~2% 차이가 큰 금액이 아닐듯하여 일단 Payoneer로 가입했다. 여담이지만 Payoneer를 가입하면서 Seller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는데 일단 가입 절차가 한국말로 되어 있고 한국어 블로그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어느 한 곳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지 않아 이 곳 저 곳 클릭해가며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가상 계좌 발급 자체를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이 90% 이상일텐데 막상 가입하고 나면 가상계좌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 한동안 계속 헤맸다. 또한 가상계좌 발급 후에 추후 대금을 전송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분증 사본을 Payoneer 측에 보내야 하는데 이러한 안내 역시 매우 작은 글씨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적혀 있어 대부분의 Seller 들이 이 부분을 간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여기까지만 알아보아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당황한다. '아니 뭐 이리 복잡해?'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하다. 아직 최후의 운송비는 시작도 안했는걸...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 운송료는 다음편에서.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