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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Feb 05. 2016

05. 얼마에 팔 것인가? (2)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배송비 너 때문에.

내가 팔려는 중고책의 경우 배송비가 크게 2종류로 구분된다.

첫 번째, 중고책 판매자로부터 중고책을 배송받는 비용이 발생한다. (3편에서 말했듯 중고책 판매자들이 해외배송을 직접 해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내가 상품을 배송받아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 나의 경우 모든 중고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예정인지라 중고책 판매자가 무료배송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배송비가 발생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알라딘이나 인터파크 판매자는 배송비를 2,500원~3,000원 정도에 책정하고 있다.


두 번째, 판매할 상품을 미국에 있는 고객에게 보내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국제 운송비는 보통 다음의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1) 상품의 부피와 무게는 얼마인가 2) 어떤 운송사를 쓸 것인가 3) 어떤 서비스 레벨 (배송 속도와 배송추적 넘버 제공 여부 등)을 이용할 것인가


일단 상품의 부피와 무게를 먼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모든 조건에서 저렴한 운송사가  존재하기보다는 특정 부피 및 무게의 상품에 대해서는 A운송사가 저렴하고, 그 이상은 B운송사가 더 저렴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단 상품의 부피와 무게 정보를 파악하여 이에 맞는 운송사별 운임을 확인해야 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장폭고는 21 X 15 X2 (CM), 무게는 380G이다.

포장 부피를 고려하여 22 X 16 X 3 (CM), 무게는 400G이라고 가정하자.


부피와 무게가 파악이 되었으면 이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운송사들을 나열해보고, 각 운송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배송 국가를 미국으로 지정한 후 상품 부피와 무게 정보를 입력하여 예상 운송비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일단 처음 조회해본 운송사는 다음과 같다.


1. 우체국

2. UPS

3. Fedex

4. DHL


참고로 우체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운송사의 경우 부피 중량 혹은 부피무게라고 부르는 값을 기준으로 운임을 산정한다. (From DHL: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 따라 화물의 운송비용은 실제 화물의 중량과 부피 중량 중 큰 값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부피 중량이란 화물기의 공간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즉, 포장물의 부피를 반영하는 계산법입니다. 부피 중량은 물품의  가로(cm)*세로(cm)*높이(cm)를 모두 곱한 다음 이를 5,000으로 나누면 간단하게 계산하실 수 있습니다. (가로*세로*높이/5,000))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 부피 중량이 22*16*3/5000=0.211KG인데 책 자체의 중량이 0.4KG이므로 더 큰 값인 실중량 0.4KG를 기준으로 운임을 계산하면 된다. 각 운송사들의 운임표에 나오는 중량은 단순 상품의 중량이 아닌 이 부피 중량과의 비교를 통해 더 큰 값으로 결정된 중량임을 기억하자!


처음에 이 작업을 할 때 각각의 운송사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상품 정보 값을 입력하는 것이 너무 귀찮아서 (심지어 우체국은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한다.) 하나의 사이트에서 여러 운송사의 견적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서비스 같은 걸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윽고 부질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왜냐고? 우리가 흔히 아는 서비스들은 너무 비싸서 도저히 쓸 수 없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단 말이 절로 나오는 운임. 매입 원가가 800원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제일 싼 우체국 기준 배송비가 원가의 30배가 넘는다.


 지난번 글에서 마지막 표를 통해 정리했듯, 내가 이 책을 팔아서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현재까지 파악된 비용을 제하고 배송비가 약 $14보다는 적게 들어야 한다. 게다가 일단 국내에서 책을 소싱받는 데 드는 운송비가 아까 언급했듯 약 $2 정도 소요되므로 실질적으로 국제 배송비로만 $12 이내 (1,200원 환율 기준 14,400원)에서 운송비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위 표를 보면  14,400원은커녕 거의 10만 원에 육박하는 운임에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우체국의 소형 포장물(6,500원)이나K-Packet (10,810원)이라는 대체 서비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소형 포장물은 미국에 도착한 이후 배송정보 추적이 불가능하고 K-Packet은 월 20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계약 베이스로 움직이는 서비스라서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나?!


사실 뭐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단가가 낮아지게 마련인데, 운송비도 그렇다. 어차피 상품 1개든 100개든 해외 배송을 위해선 비행기 1대를 띄워야 하고 그 비용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고 할 때, 비행기 1대에 싣는 화물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분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화물 개별의 운송비는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이 비행기 1대를 꽉 채울 수 없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사람을 여럿 모아서 다 같이 비행기 1대를 채우고 운송비를 나누어 분담하면 어떨까?


이 생각을 나는 지금 했지만,  수년 전에 이미 이 생각을 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최근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 판매를 하는 Seller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소규모의 Seller들의 물류를 일정량 이상으로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늘어난 물량을 기준으로 우체국이나 UPS, Fedex, DHL과 같은 운송사와 대량거래 계약을 통해 건 당 운송료를 할인받고, Seller들에게 이 할인 운임을 제공하고 본인들 쪽으로 상품을 보내도록 하여 본인들이 돈을 버는 수익모델을 발 빠르게 만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곳은 epostg라는 곳과 helloship이라는 곳 두 곳이었는데 epostg 쪽이 배송 기간면에서는 영업일 4-6일 내 배송으로 빠른편였으나 요율이 달러화로 책정되어 있어 최근 환율 인상으로 인해 가격이 1만 1천 원 정도 나오는데 반해 helloship의 Global Mail Plus는 비록 배송 기간은 최장 20일까지 소요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일단 배송추적이 되는 서비스 기준으로도 epostg보다 가격이 약 1,700원 정도 저렴해서 helloship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helloship의 운임계산 페이지. helloship과 partnership을 맺은 운송사 전부의 운임을 비교해서 한번에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단, epostg든 helloship이든 이들이 제공하는 저렴한 운임에 배송을 보내려면 먼저 이들의 중앙 물류센터 혹은 집하지로 내 상품을 또 보내야 한다. 국내 택배를 이용해서 보내면 되는데 편의점 택배 기준 3,000원이라고  계산했다. 이 택배비와 국제 배송 운임을 다 합쳐도 12,710원으로 맨 처음 계산했던 우체국 등등의 국제 운송사에 내가 직접 의뢰하여 보내는 것 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최종적으로 모든 비용을 표에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책 한 권 팔아서 남길 수 있는 콩알같은 수익 $1.39

결론적으로 책 1권을 팔면, 약 $1,39원 즉 1,666원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매우 매우 박한 마진 (7%)이지만, 일단 내가 돈 벌자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경험해보자고 하는 마당에 크게 문제 되어 보이진 않는다. (팔 때마다 손해가 아닌 게 어디인가!..) 일단 책 1권 기준으로 배송비가 $12 정도 나오고 여기에 책 원가를 더한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책을 아마존에 리스팅 하면 적어도 손해는 안 본다는 대략적인 견적이 나왔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아마존 Seller로 가입하고 상품을 등록해보도록 하겠다!


*참고 1: 참고로 여기서 고려되지 않은 비용에는 '관세'가 있다.  

직구를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관세라는 단어가 아주 생소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 이상의 상품 구매 시에는 상품 종류에 따라 상응하는 관부가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미국도 똑같이 $200 이상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발생한다. 다만 Amazon에서는 Seller가 해외에서 상품을 발송하는 이유로 인해 관세가 발생할 경우 이를 구매자가 아닌 Seller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DDP조건: Delivered Duty Paid) 이 것이 이베이와 큰 차이점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만약 내가 $200이 넘는 상품을 Amazon에 올렸는데 미국 내 누군가 내 상품을 구매해서 내가 미국으로 배송해야 할 경우, 이 상품에 대해 발생하는 관세는 내가 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베이에서는 구매자가 부담한다. DDU조건: Delivered Duty Unpaid) 다만, 나는 $200 이상의 책은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이 금액은 무시되었다. 참고로, $200 이상의 상품을 보낼 때 무조건 관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몇 가지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 및 철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해당 상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 서류가 있다면 $200 이상의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세받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참고 2: Amazon에서는 3P Seller들의 미국 내 물류 및 C/S 서비스를 대행하는 FBA (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 서비스는 현재 한국의 Amazon을 표방하는 쿠팡과 Amazon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한데, 지금 당장 내가 이용을 하지는 않을 예정이라 추후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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