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인스타그램은 주의 깊다. 참외농사와 관련해 업로드되는 게시물은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농작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려준다. 예를 들어 '장마에 대비합시다. 안전에 유의합시다.' 정도의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장마가 오기 전에 밭에는 어떤 조치를 해두어야 하는지, 착과량은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장마철에 참외가 잘 걸리는 병은 무엇인지, 어떤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를 살포해야 하는지, 등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거기에다가 디자인도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다. 농업인이 아닌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지역민을 대하는 섬세함이 느껴지는 듯해 나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성주군에는 유일한 것들이 있다. 읍내의 무강 병원은 성주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고, 오래된 터미널을 헐고 새로 지은 문화 센터 내 별고을시네마는 성주의 유일한 영화관이다. 대구의 큰 병원까지 가기 전에 먼저 들를 수 있는 응급실은 사람들에게 큰 의지가 된다. 영화관이 생기고서는 30-40분 차를 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고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성주군 인스타그램에서 무강병원의 응급실 운영 시간과 별고을시네마의 상영작을 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과 영화관 등 여러 시설의 선택지가 많은 큰 도시에 비해 소도시에서는 지역민을 위해 알려주어야 하는 정보의 폭이 훨씬 넓을 수밖에 없다. 성주군 인스타그램 담당자는 이를 분명히 알고 있는 듯, 늘 꼼꼼하게 소식을 챙긴다.
그리고 성주군 인스타그램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은 '참별이'다. 내가 성주에 살 때만 해도 대구에서 성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참돌이와 참순이가 서 있었는데, 이제 구시대적인 참외 커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참별이의 시대가 왔다. 참외의 ‘참’과 성주의 ’별‘ 성자에서 이름을 딴 참별이는 인스타그램 콘텐츠 여기저기에서 등장해 성주군의 소식을 전한다.
찾아보니 참별이의 설정은 '시골집 평상에 앉아 성주 참외를 먹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와 앉아 있는 동화 속 요정'이란다. 귀엽다. 여타 머리가 더 큰 가분수형 농산물 캐릭터 사이에서 몸통이 더 큰 참별이는 독보적인 매력 포인트를 갖고 있다. 내가 성주 출신인 게 특별히 부끄럽지도 않지만 특별히 자랑스러운 적도 없었는데, 가끔 다른 지역의 못생긴 마스코트를 볼 때 참별이와 비교하며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참별이 덕분에 성주만의 특별한 톤앤매너를 가진 인스타그램 피드가 완성된다. (참고로 참별이 인형은 성주군 안에서만 구매 가능한데, 이 점도 쿨하고 멋진 포인트다.)
성주군 인스타그램 덕분에 나는 엄마 아빠가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훨씬 빠르게 알게 되었다. 폭염, 폭설, 폭우 때마다 올라오는 대비 수칙을 보고 엄마 아빠한테 안부 전화를 하며 잔소리를 한마디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맥문동이나 유채꽃이 핀 성주 풍경의 피드를 보고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빠에게 꽃 사진 찍으러 갔다 왔냐고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성밖숲에서 캔들라이트 공연이 열렸다는데 엄마 아빠도 보러 갔을지 궁금해 할 수 있게 되었다. 본가 소재지의 명칭이 99% 주민 찬성으로 금수면에서 금수강산면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에 기권한 1%가 엄마라는 사실을 듣고 아 역시 엄마답다며 같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성주에 살지 않지만 엄마 아빠와 성주에 대한 대화를 더 자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성수동이 주 활동 구역으로 온갖 ‘힙’한 브랜드에 노출되어 사는데, 가끔 이 ‘힙’에 치여 멍할 때가 있다. ‘힙’ 브랜드들은 왜 이렇게 뭘 감추는지, 그래서 뭐 하는 곳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들 인스타그램의 극단적인 시크함 또는 요란스러움에 흥미와 동시에 거리감을 느낀다. 그러다 유용한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아 정직하게 운영하는 성주군 인스타그램을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성주군 인스타그램이 꾸준했으면 좋겠다. 여느 지역의 핫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보고 "우리도 한번 저런 거 해 볼까?" 하는 단조로운 의사결정을 내려, 실질과 맞지 않으며 성주군과 어울리지도 않는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