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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Oct 30. 2023

[#1] 일주일에 사흘만 운영하는 곳

'목금토 식탁' 이선용 대표

블로그에서 운영했던, 그리고 잠시 멈춰있던 어쩌다 인터뷰어 시리즈를 브런치에서 조금씩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https://blog.naver.com/daheeyoon_/222045533730)


01.

일주일에 사흘만 운영하는 곳,

목금토 식탁



사진제공: 목금토 식탁(Photo by 장석현)


Prologue


조인스타트업 챌린지업에 지원을 하고 오이씨랩 대표, 장영화 대표님과 짧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대표님은 굉장히 인상이 포근하신 분이었고, 나의 커리어 고민들을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게끔 들어주셨다. 인터뷰를 통해 나는 나에게 맞는 회사와 직무를 추천받았고, 이러저러한 나의 이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그 전에 목금토식탁에서 함께 일할 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기령코치님에게 들었던지라, 그 자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보게 되었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나는 조인스타트업의 임시 에디터가 되어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 대표님은 목금토식탁의 이선용대표님을 소개시켜주셨고, 그날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어쩌다 보니 인터뷰어가 되어있었다.



합정과 상수사이 한적한 뒷골목을 잠깐 헤매고 나니, 하얀 건물이 보였다. 2층에만 불이 들어와있었고 목금토 라는 간판이 보였다. 약간의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공간에 들어섰다. 설거지하고 계시는 뒷모습이 보였고, 15평 남짓의 아늑한 공간에 들어섰다. 환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시는 대표님 덕분에 긴장감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편하게 인사를 나누고, 공간을 볼 수 있었다. 공간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목금토 식탁' 이선용 대표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에 목금토식탁을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는 이선용이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목, 금, 토만 운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정확히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계시나요?

말 그대로 목, 금, 토요일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날에는 쉬기도 하고, 재료준비, 매장에서 쓸 도자기를 굽는 등의 모임 준비를 하곤 해요. 현재는 화요일 저녁에 와인 수업을 하고 있답니다.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시범 운영했던 클래스가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네요. 5일은 운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풀로 운영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운영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날에는 공간을 그냥 두는 편이신가요?

네, 지금은 모임이 없는 날에는 비워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처음에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공간 대여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주방이다 보니 공간을 대여해주는 동안 속으로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불안할 바엔 하지 말자! 생각하고 공간 대여 요금을 확 올렸어요. 거기에 조리도구, 접시 사용료까지 추가로 받는다고 했고요. 그렇게 하고나니 공간 대여비만 듣고 연락이 끊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그래도 원하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을 듣고 나면 연락이 없더라고요. 저는 이게 차라리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은 그만큼 저에게 가치 있는 곳이니까요. 토요일에 일을 마무리를 하고, 그다음주 목요일에 이곳을 방문하면 되게 좋아요. 그 시간 동안 이 공간도 푹 휴식을 취한 것처럼 공간이 굉장히 차분해져 있거든요. 공간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이때 느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공간을 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려운 일이 되었네요. 또 흥미로웠던 것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바꾸셨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금융권에서 약 10년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 후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3년정도, 미국에서 MBA 를 졸업하고, 월가의 증권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회사를 다니면서 요리학교 졸업과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병행하며 요리쪽으로 이직을 준비하였습니다. 



뉴욕 월가의 금융권에서 근무하셨다면 연봉도 만족스러우셨을 것 같고, 사회적 인식도 좋으셨을 것 같은데 직종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맞습니다, 사실은 그쪽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제가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가 일해본 바 증권 쪽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로 빠릿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네요. 잘 안 맞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계속 일을 했던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어서 달리 큰 고민 없이 다녔던 것 같아요. 남들은 부러워하는 뉴요커의 삶인데 즐기자 하고요. 


이랬던 제가 마침내 제가 제 꿈으로 향하도록 행동하게 만들어준 사건은 2008년도에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였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 제가 속했던 부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게끔 만든 핵심 조직이였습니다. 그때부터 재밌는 경험들을 했죠.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말이에요. 원래라면 전 어딜 가서도 이 회사를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모기지 사태 이후로는 직장 동료들과 밖에서 다니는 회사 이름을 언급하는 대화를 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소위 정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정치적이기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더욱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전부터 요리를 즐겨했고 좋아했는데요. 언젠가는 꼭 가야지 생각만 해놨던 요리학교가 있었는데, 마침 경제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수강료가 많이 내렸더라고요. 바로 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렇게 요리사로의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왠지모르게 자신감이 들더군요. 잘해낼 것 같았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운도 좋아서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었어요.


회사와 요리 공부를 병행하셨다고 했는데, 요리 수업은 실습수업이 대부분이라 몸을 써야 해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회사 업무에 지장은 없으셨나요?

다행히 그때 회사에서는 20시간만 일을 했었습니다.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를 배울 생각이었는데, 그 때 당시 제 상사가 말리셨어요.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주방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셨거든요. 그분은 요리가 적성에 맞아서 라기보단 생계를 위해서 하셨던 거지만요. 주방에서 일을 해보셨기 때문에 요리를 업으로 삼는 것, 요리사가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셨어요. 그 일을 지속하는 것도 힘들거라고 하셨죠. '넌 회사를 떠난 걸 후회하고, 바로 돌아오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니 바보 같은 짓 말고, 회사를 다니면서 요리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 라고 하셨어요. 저는 요리사가 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히긴 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죠. 그래서 근무시간을 줄여 근무했고, 요리 공부를 병행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제 밑에서 일했던 팀원들이 조금 고생했죠. 그 부분은 그분들에게 참 고마워요. 요샌 뭘 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웃음)




그러셨군요. 어느 정도 운이 따르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직장인으로 일할 때 어떤 부분이 만족스러웠고, 어떤 부분이 불만족스러웠는지도 궁금합니다.

운도 어느 정도 따라 준 건 맞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를 다닐 땐 만족스러운 연봉과 회사의 네임밸류, 전공 등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었다는 점등이 만족스러웠어요. 불만족스러웠던 점은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였기 때문에, 가슴뛰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였어요.


'아, 이건 내 길이 아닌데.'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었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삶이 윤택했고, 제 성격도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그냥 다녔습니다. 다행히 모기지사태 덕분에 금융권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에 확신이 들었고, 확실하게 떠날 명분을 찾기 위해서 요리학교를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이제 와서 말하지만 회사 근무시간에도 리서치를 보며 요리 공부를 했을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덕분에 수석 졸업을 하고 확실하게 회사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 덕분에 유명한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일하게 될 기회를 얻었고요.


회사를 다니면서 수석 졸업까지, 그 안에 피나는 노력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직을 하고 나서도 근무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근무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또 미슐랭 레스토랑의 주방은 정말 엄격하다고 들었거든요.

제대로 된 주방은 정말 업격합니다. 또 대다수의 요리사들은 어릴 때부터 쉐프의 꿈을 안고 열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들의 열정이 좋았고,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하루 종일 주방에서 일을 하고 나오면 온몸에 땀띠가 차기도 하고,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을 때도 있었는데요. 그 고통들을 즐기곤 했답니다(웃음) 그렇게  이 일이 제 천직인 걸 몸으로 깨달았어요.



제가 느끼기엔  쉐프님의 긍정적인 성격이 한몫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목금토 식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매번 모임 자리가 금방 찰 정도로요! 혹시 쉐프님만의 운영방식이 따로 있는 걸까요?

코로나 때문에 목금토 식탁도 4,5월에는 잘 안되긴 했어요. 몇 개월 지나고 나니 사람들도 갑갑해서 나오시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가 소규모의 사람만 받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새로운 만남과 아늑한 공간, 맛있는 음식들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난 모임에 오신 분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셔서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운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저도 나중에는 꼭 손님으로 목금토 식탁을 방문하고 싶네요(웃음) 그럼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프로젝트가 있으실까요?

사실 하고 싶은 건 많아요. 그중에서도 제일 하고 싶은 건 요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거예요. 현재는 모임에서 제가 요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진 않거든요. 일부 과정은 제가 시범을 보이고, 모임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음식을 완성하는 식이죠. 요리 기초 수업을 통해 정말 기본인 칼질부터 조리방식에 따른 불 조절 등 요리의 디테일을 가르치는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고민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요샌 플랫폼을 통해 강의를 판매하는 경우도 많던데, 플랫폼을 통해 요리 강의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지금은 딱히 없어요. 이 공간에 직접 가르쳐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최근에는 지인이 요리영상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해서, 같이 영상을 찍긴했어요.그것도 둘 다 돈을 벌 생각으로 한 건 아니네요(웃음)


인터뷰가 생각보다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질문은 앞으로 제가 인터뷰이에게 공통적으로 드릴 질문입니다.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직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정말 자신에게 정직한가?'에요. 지금 가는 길이 남들이 보는 기준을 우선시하고 따라가는 건지, 정말 내가 원해서 그 길을 가고 있는 건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설령 남들이 멋지다고 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고 해도 늦지 않았어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본인에게 귀를 기울여서, 그때부터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아보면 되니까요. 사회에 해만 끼치지만 않는 범위 내에서요.(웃음) '자기한테 정직한 것' 이 정말 중요하다는걸 말하고 싶네요.




2020.07.20

사진 윤다희 & 목금토 식탁 제공



목금토식탁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okumto/?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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