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디지털 노마드
대학교 1학년때부터 꼭 유럽 배낭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틈틈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떠난 일본 오사카였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갔다. 처음 간 오사카는 신세계였다. 한국이 아닌 곳이라는 것도 재밌었지만 딱히 일본어를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했고 당시 부모님의 곁을 떠나온다는 것도 재밌었다. 그렇게 학교 생활보다는 아르바이트와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데에 푹 빠져 지냈다. 그렇게 다른 나라와 중국 교환학생 등을 다녀오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더 생겼고, 나와 여행 궁합이 잘 맞는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우리 둘은 휴학을 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나는 옷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당시 페이가 괜찮았던 백화점에서 꽤 고가의 여성 브랜드에서 일을 했다. 당시 나의 나이 2배는 되는 분들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고, 워낙 오랫동안 패션 쪽에 있던 분들이라 그런지 소위 말하는 기 센 언니들 천지였다. 그중 막내였던 나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여행을 다녀오면 조금 덜 기가 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땐 열심히 공부하면 순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착각이 있었나 보다)
그냥 학교의 교환학생이나 유학 프로그램을 할까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학교의 지원을 받으면 생각보다 얽매이는 게 많을 걸 알았기 때문에 마음을 다 잡고, 3개월 근무를 채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 나의 회사 생활에 비하면 할만했던 것 같은데 내가 많이 어렸구나 하고 귀여운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돈을 벌고, 모은 덕분에 친구와 내가 원했던 것처럼 자유롭게 유럽을 즐길 수 있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 박웅현, 여덟 단어 (2013, 북하우스)
박웅현 작가님은 파리가 아름다운 게 마음의 문제라고 하셨는데, 나는 꽤나 여유롭게 파리를 본 것 같은데도 계속 아름다웠다. 대신에 파리에서 더 오래 머물러도 괜찮을만한 명분을 만들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