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를 읽고
보통 건설 노동자분들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으면 점심을 먹는데, 식사 후 바로 일터로 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늦은 점심 식사를 곧 앞둔 것이었을까? 8월 9일 오전 11시 47분경, 건설 노동자 두 명이 경기도 안성의 상가 건물 공사 중, 천장(위층 바닥)이 무너져 콘크리트에 깔려 숨졌다. 사망한 두 사람은 베트남에서 온 30살, 23살의 응우엔 형제로, 형이 한국에 먼저 자리를 잡은 뒤 베트남의 동생을 불러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형 부부와 동생이 함께 한국에 살고 있었고, 형 부부의 네 살 딸은 베트남의 처가 식구들이 돌보고 있다. 형제의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유족이 장례비가 없어 치르지 못하고 있었고, 장례 진행을 위해 안성시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오랜 경력의 기능공들은 태풍 ‘카눈’이 오는 것을 앞두고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위층을 받치는 지지대와 벽, 기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장(위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신문으로, SNS로 매일 마주한다. 고통에 찬 세상을, 혼돈을, 무질서함을. 빛깔 좋은 결과를 위해 모든 과정이 무시되는 것을. 그러면서도 티끌만큼이라도 손해 보기 싫은 마음과 처음 보는 이에게 무시당할까 날카로워지는 마음을.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법에 맡기는 사람들과, 돈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기울어진 법의 저울을. 타인과의 연대를 법과 권력으로 누르고 사람보다 돈이, 생명보다 돈이 우선 되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을. 그리고 또 마주한다. 모든 걸 무기력하게, 슬픈 마음으로 바라보는 나를. 사람들의 사고, 사망 소식을 차마 끝까지 보고 듣지 못하는 나와, 신문 기사를 훑으며 어차피 전부 최악일 거라고, 세상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를.
하지만 그래도 믿어보자고 다짐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이웃과 짧게 주고받는 인사와, 버스를 타고 내리며 기사님과 나누는 인사를. 우리의 글과 그림으로 희망을 말하자는 동료와의 대화를. 가방에 노랑, 검정 리본을 달고 얼굴 모르는 이들의 슬픔에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을. 이렇게 조용하고 작은 일로 엮어진 그물의 품에, 세상일로 아프고 조각난 마음들이 안전하게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세상도 나도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2039년 8월’의 지오가 담장 아래 심어 둔 장미 씨앗처럼, 당장 꽃 한 송이 피우지 않아도 좋다. 꽃 피울 언젠가를 위해 나와 주변 이들의 조용하고 작은 씨앗을 잘 보듬어 줘야겠다. 그래야 오늘의 또 다른 슬픈 기사를 보아도 주눅 들지 않고, 다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를 읽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