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었나? 미타사는 꼭 판타지 소설 주인공 이름 같다. 그 머리는 푸른 색일 것 같고, 눈동자는 신기한 초록색일 것 같다. 외국의 이름 모를 식물의 싱그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투명한 초록색 말이다. 그러나 미타사라는 것은 절 이름이다. 티 안 나게 미타사를 훔쳐서, '미사타' 쯤으로 고친 다음 소설 주인공 이름으로 정말 쓸까 생각하다가 시주 스님을 마주친다. 미타사에서 나오셨을까? 나는 미타사에 대해서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검색을 해본다.
대한민국에 마흔 개쯤의 미타사가 있다. 도로아미타불, 할 때의 가운데 미타가 사는 절, 미타사. 나는 미타사 때문에 나타샤도 생각이 나고 춘향이도 생각이 났다. 나타샤는 순전히 중간에 들어가는 '타' 음절이 같기 때문이지만, 백석의 시 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때문에 나타샤라는 단어를 마음에 두고 살아가기에 연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타사와 나타샤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나는 소설 속에서 그 둘을 등장 인물 이름으로 하여 그 둘을 자매로 만들 수도 있으며, 연인으로 만들 수도 있고, 철천지 원수로 만들 수도 있다. 미타사와 나타샤는 '미'와 '나'가 각각 영어의 'me(나)' 와 한국어의 '나(myself)'를 연상시키면서 충분히 자매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우겨보고 싶다.
춘향이는 모 시인의 '춘향유문'이라는 시 때문에 생각이 났다. 미타사는 불교의 사찰이고, 춘향유문은 불교의 윤회와 같은 이념이 잘 녹아있는 시다. 친일 행적으로 평가가 갈리는 시인이긴 하지만, 시는 기가 막히게 잘 써서 보다 보면 참 말문이 막히게 되는 시들이 많다. 얼마 전에 친구가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을 공유해주어 다시 읽었다. 거기에 보면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라고 '타' 발음이 연달아 등장하는 싯구와 연이 있다. 눈발이 내리는 속도에 맞추어, 한 글자씩 '괜, 찬, 타...'라고 쓰여있다.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다른 구절들과 함께 위 구절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심상치가 않다. 미타사를 보면서 괜찬타가 떠오르는 나는 어딘가 좀 치우쳐있는 인간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영광 시인의 해설을 함께 볼 수 있는 지면을 링크한다.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50914/73603726/1
영어로 잘 번역된 영문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시를 볼 수 있는 지면을 링크한다.
미타사는 신라 시대에 지어지고, 대한민국에도 마흔 개쯤 있으며, 내 마음 속에 또 다른 모습으로 심지어는 사람으로까지 존재하고 있다. 동네에 늘 있었지만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와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의미를 더듬어보게 하는 무언가를 미타사라고 부를까. 미타사는 유치원도 있고, 불교유치원은 드물다는데 거길 졸업한 사람들은 텐션이 높다고 한다.
번외. P.S.
미스터 미타사, 당신의 푸른 머리칼이 휘날리고 당신의 손에 든 검이 빛을 내면 제국을 위협하던 악의 무리들이 붉은 피를 뿌리며 스러졌지요. 당신은 제국의 영웅이며, 나의 영웅입니다. 도솔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나의 구원자로 인정하고 제국의 운명을 함께할 자로 정했습니다. 나의 제국을 지키러 온 수호자. 백년 가약을 맺고 나와 진정한 가족이 됩시다.
(대충 황제가 잘 싸웠다고 전사 미타사를 꼬시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