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할 생각 없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메신저에서 광고 상품 관련된 업무를 한 지 약 2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조언을 구하는 나에게 전에 같이 일했던 형이 이런 말을 해줬다.
"새로운 기회가 좋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네가 지금 있는 곳에서 이제 자리도 잘 잡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고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섣불리 옮기면 모든 걸 다 새로 시작해야 된다. 그게 생각보다 크니까 잘 생각해 봐."
맞는 말이었다. 나도 더 이상 대책 없는 20대는 아니었으니까. 이전과 다르게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때가 마침 내가 있던 곳의 조직장이 바뀌고 변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장은 예전 첫 회사에서 잠깐 함께 했던 조직장이었다. 조직에 있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장이다. 조직장이 바뀌면 같은 부서 같은 업무라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바뀐다. 어차피 여기 있어도 변화가 클 거면 이번에도 다시 한번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신규 서비스 제안에는 해보겠다는 답을 하고 현 조직과의 면담 후 부서를 옮겼다.
"넌 내가 오니까 옮기려고 한다. 설마 나 때문이야?"
"에이, 그럴 리가요. 2년 정도 해봤고 저도 기회가 온 김에 새로운 일 해보고 싶어요."
뭐 별 일 있겠어. 어차피 나는 직원일 뿐이니 부담도 없고.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그렇게 시작하게 된 서비스가 '카카오택시'였다.
새로 옮긴 부서에는 아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심지어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들어 본 경험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했다. 그 후 약 6개월 간 참 치열하게 달렸다. 휴가 가서도 일부러 택시 타면서 기사님들 인터뷰 꾸준히 하고, 회사에서는 전국 곳곳을 지도에서 확대해서 살펴보며 배차 반경을 검토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는 한편 기사 가입 경품 이벤트를 위해 경품 구입까지 했다. 나중에는 기사님들에게 연락을 돌려 테스트 대상을 잡고, 직접 방문하게 해서 테스트 계약서 다 쓰고 폰마다 앱을 다 깔아드리고 하는 일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택시를 탄 건 덤. 나중에는 택시를 타긴 탔는데 도저히 갈 곳이 없어서 의미 없는 장소를 찍어서 이동하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을 계속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택시 서비스가 출시됐고, 서비스는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만들면서도 이 정도 성공을 예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출시 전까지 기사 가입는 목표했던 것의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출시를 하자마자 반응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출시 전보다 더욱 바빠졌다. 계속해서 상황을 살피고 개선하고 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그래도 힘들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신났다고 해야 할까. 그럴 때는 모든 사소한 문제들은 다 무시되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성공이라는 뽕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이후 나를 바라보는 내외부 사람들의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택시 서비스를 만들면서 치열하게 하긴 했지만 그 전에는 어땠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치열했을지도 모른다. 직접 광고주도 만나러 가고, 해외 사업 지원한다고 혼자 방법 찾아가면서 지원하는 등 택시를 만들 때보다 치열함이 더하면 더했지 전혀 못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차피 내부의 일일 뿐, 사람들이 보는 건 오로지 결과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일을 했느냐보다 어떤 성과를 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택시 서비스를 만든 뒤 "카카오택시 기획입니다."라고 하면 다르게 보는 시선이 늘어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질문도 그곳에 다 쏠렸다. 회사 내부에서 업무 관련해서 다른 팀에 요청을 할 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업무가 진행되었다. 성공한 서비스의 간판을 내가 등에 업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간판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회사원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보다 어떤 일을 해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이다. 아무리 전문 기술이 더 중요한 개발자나 디자이너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과다. 택시 서비스의 경험은 그걸 내게 여실히 보여줬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초반에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점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의미로 대단했다.
그래, 나는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결과를 추구해야겠다. 적어도 과정에 문제가 없는 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