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일이 즐겁다

청년기

by YooTube

2010~2015년은 굉장했다. 오로지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변화는 예전 컴퓨터가 일으켰던 변화보다 월등히 빨랐고 그 파급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안에 있었다. 앞으로 내 생애에 2010년대 초반처럼 그렇게 급격하게 세상이 변화하는 시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래 놓고 나중에 또 이불 킥 하겠지...)


처음에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는 뭐가 뭔지 정말 하나도 몰랐다. 광고라는 것을 해봤나, 업무용 메일을 많이 써 보길 했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만큼 모든 걸 배워가야만 했다.


"검색광고가 뭔지 알아요?"

"아니요. 제대로 써 본 적 없는데요."

"네이버에서 검색 안 해봤어요?"

"해봤죠."

"최상단에 나오는 그게 광고예요."

"아......"


당시까지만 해도 지금과 다르게 'AD' 이런 마크조차 없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아무튼 이런 말이 오갈 정도였으니 얼마나 무지했던가. 이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람이 어떤지 살펴볼 능력도 없고 여유도 없다. 나는 정신이 없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 대단해 보였고 바빠 보였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유능한 사람이 되겠지 라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사실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러다가 2년~3년이 지나면 흔히들 말하는 첫 번째 위기가 온다. 이제 일 좀 아는 것 같고, 내가 뭐든 잘한다는 착각도 하게 되고, 사실 내 능력에 비해 크게 좋은 대우를 받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왠지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어렸을 땐 모두가 다 내 아이가 천재인 줄 알지.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일의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 불만과 욕심이 스멀스멀 커지기 시작한다. 그때 다행히도 내 인생에 전례없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 모바일이라는 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얼마나 운이 좋은지. 하늘에 계신 어떤 종류의 신님(나는 무교지만) 감사합니다.




메신저 회사로 이직을 한 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친구가 나에게 새로 옮긴 회사는 어떻냐고, 재미있냐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난 시점이었다.


"재밌어. 아직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곧 큰돈도 벌 수 있을 것 같고, 이 업계가 아무도 제대로 해본 사람이 없어서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도전하는 그런 분위기라 더 활기차고 재미있어. 나도 열심히 하게 되고"

100프로 진심이었다. 세 번째 회사로 이직한 후에는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던 첫 회사와 달리 이제 내가 생각을 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관련된 걸 찾아서 공부하게 됐다. 막상 모바일 관련 일을 하게 됐지만 모바일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감이 없었기 때문에 기기의 특성부터 서비스 UX(이용자 경험)까지 광범위하게 찾아서 읽고 갖가지 기기들을 써보곤 했다. 주변 사람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탐구하고 하는 분위기라 거기에 자연스레 편승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로켓에 타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빠르게 갈 수밖에 없다.


이때 처음으로 느낀 것 같다. 아, 일이 즐겁다고. 말 그대로 일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즐겁고 보람차다고. 그렇다고 해서 매 순간 그랬다는 건 아니고, 당연히 힘들거나 그럴 때는 있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 그랬다. 내가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앞으로도 일은 계속해야 한다. 은퇴는 먼 꿈일 뿐이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일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어디서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무언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특히 즐겁다고 느꼈던 것 같다. 두 번째 회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그것이었다고 보면 이직은 참 괜찮은 선택이었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특히 잘 한 선택을 딱 2가지만 꼽으라면 첫째는 첫 회사를 놀기 위해 때려친 것이요, 둘째는 두 번째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이직한 것을 꼽고 싶다. 어째 둘 다 퇴사와 관련된 거고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다른 의미로 상당히 적절한 판단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전혀 의도한 건 아니긴 하지만.


회사 생활의 유년기 때는 그저 끌려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청년기 때부터는 비로소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며 실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진짜 회사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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