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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Jan 22. 2021

제1편 '초견진'

제1편 '초견진'

처음 진왕(후일 시황제)을 만나다.

상을 준다고 말하면서도 주지 않으며 벌한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상과 벌을 내림에 믿음이 없기 때문에 사인과 서민들이 죽음을 무릅쓰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비자의 내용은 전부 군주를 위한 일종의 지침입니다. 좋은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고, 그것이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좋은 군주란 바로 좋은 '리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군주는 백성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고, 좋은 리더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듭니다. 특히 회사에서 좋은 리더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요즘, 한비자는 그 고민에 대한 좋은 답이 됩니다.


한비자 법가 사상의 핵심은 "군주와 신하와 백성들은 각각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그 이익은 다 다르기 때문에, 나라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그 이익 추구를 잘 조정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핵심이 상과 벌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상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공이 없는 사람에게는 주면 안 됩니다.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준다고 해놓고 상을 주지 않아도 안 됩니다. 벌은 과가 있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줘야 합니다. 과가 있는데도 벌을 주지 않으면 결국엔 군주의 힘이 약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명확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그 명확한 기준에 따라 상을 주고 벌을 줘야 신하와 백성들이 상을 받기 위해 움직이고, 벌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며, 그러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이익을 알아서 잘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도 자연스레 평안해집니다.


이는 한비자에서 이후에도 계속 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제1편에 이 내용부터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확한 기준에 따른 상과 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아마도 2021년인 만큼 최근에도 어딘가에서 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연한 이야기를 2천 년도 전부터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진나라는 전쟁을 하면 일찍이 이기지 못한 적이 없고 공략하면 일찍이 취하지 못한 적이 없으며 상대하는 자마다 일찍이 쳐부수지 못한 적이 없었으니, 땅덩어리를 몇천 리나 넓힌 것은 이러한 것들로 그 큰 공적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기와 갑옷은 부서졌으며 사인과 서민들은 병들고, 쌓아둔 물자는 떨어졌으며 논밭은 황폐하고 곡식창고는 비어 있으며, 사방의 이웃 제후들은 복종하지 않았으므로 패왕이라는 명성을 이룰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모신들이 충심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조건과 강한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전체를 하나로 엮지 않으면 결국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리더는 이끌고 가는 사람일 뿐 혼자서 다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때문에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엮는 것이 돼야 합니다. 진나라는 압도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졌지만 그 당시까지 패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그 모신들이 충심을 다하지 않음이라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모신들이 나라의 이익보다는 본인들의 이익에 맞춰 행동했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모신들이 충심을 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상과 벌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고(법) 그것에 따라 모신들에게 상과 벌을 행한다면(술) 모신들은 자연스레 충성을 다하게 됩니다. 패거리를 만들고, 내 이익을 내세우면 결국 벌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모신들의 이익 추구가 군주와 나라의 이익 추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비자는 사람을 개조하기보다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바로 군주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다른 철학과 가장 다른 점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리더란 실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틀을 만들어서 실무진들이 실무를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 결과가 결국 본인의 이득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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