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

by 유월

아무도 그의 죽음을 모른다. 돌아가셨다는 슬픔에 경황없는 이가 없다. 마지막 사흘간 곁을 지키는 가족이 없다. 편안히 가셨는지,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없으셨는지 물어보는 지인이 없다. 장례 끝에 유골함을 기꺼이 받아 드는 이가 없다. 그의 유골함에는 곧 사망 번호가 부여되고, 수많은 유골함들이 빼곡히 들어선 곳에 긴 시간 봉안된다. 무관심 속에 또다시 방치되는 것이다.


그는, 고독사로 삶을 마무리하였다.




고독사(孤獨死) :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것.


말 그대로 외로운 죽음이다. 가족이나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없는 사람, 이른바 무연고자에게 빈번하게 일어난다. 주로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 중장년층에서도 무연고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성한 모습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드물다. 왕래하는 이가 없으니 방치된 시신이 서서히 부패하기 때문이다. 결국 며칠이 지나 체취가 문 틈으로 새어나간 뒤에야 이웃이 죽음을 알아차릴 뿐이다.



장례와 유골 처리 절차

사망자가 발견되는 즉시 시신은 영안실에 안치된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전산망을 이용해 해당 사망자의 신원과 연고자를 찾는다. 신원조차 알 수 없거나, 연고자를 찾지 못하거나, 혹은 연고자를 찾았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사망자는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연고자에게 시신을 인수하는 건 의무라 생각했는데, 연고자가 아래 나열된 경우에 속하면 시신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1. 병역법에 의한 징집, 소집된 경우
2. 해외이주법에 의한 해외이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3. 교도소, 구치소, 보호감호시설 등에 수용 중인 경우
4. 장애인 또는 저/고연령층으로 정상적인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운 경우
5. 실질적인 가족 관계의 단절 상태 및 생활 경제 능력이 어려운 경우
6. 그 외 시장 등이 무연고 시신 처리 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별도의 장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매장되거나 화장된다. 다만 사망자가 국가유공자인 경우 지방 보훈처의 법령에 따른 장사 예우를 받는다고 한다. 매장 및 화장된 시신은 일정 기간 봉안된다. 이는 연고자가 유골을 인수하러 올 경우를 위해서인데, 이 기간 동안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와 일간신문, 장사정보시스템에 사망자에 대한 공고가 올라간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화장된 유골은 봉안실에서 꺼내어져 자연장된다. 사망하고도 세상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억겁 같은 세월을 더 머무른 뒤에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고독사를 낳았나

1983년 일본에서 '고립사'라는 용어로 처음 등장한 고독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2012년에서 2018년까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망자의 연령대 또한 점차 내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2000년대까지는 노년층이 압도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고독사의 그늘이 중장년층에까지 짙어지고 있다. 이유 없는 변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의 연령이 왜 낮아지고 있는지 궁금했고,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가족 구조의 변화로 인한 1인 가구 증가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개인주의 등의 사회적 변화가 가족 구조의 다양화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최근의 비혼 주의 또한 1인 가구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1인 가구가 고독사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는 연고 없이 홀로 거주하는 1인 가구 외에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1인 가구 거주자가 노년층에 접어들고 개인주의가 더욱 만연해질 미래에 고독사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죽음 앞에서도 냉정했다
이 아파트 가격 내려가면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


고독사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에서, 고독사가 발생한 아파트 관계자가 제작진에게 불평하듯 던진 말 한마디다. 우리 사회가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실 이 한 문장에 모두 축약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우리 사회에게서 이웃 간의 정을 앗아갔을까. 죽음의 순간까지 외로움을 벗어나지 못한 자에 대한 애도보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혹여 집값이 내려갈까 하는 걱정이 우선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죽어서도 남 눈치 봐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줄은 몰랐다. 참, 죽어서도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죽음은 존엄하기에

세상 어딜 가나 따듯한 마음을 베푸는 사람은 한 분쯤 있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고독사에 대해 지원을 보태고 있었다. 공영 장례그중 하나인데, 무연고 사망자뿐만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고 한다. 하지만 공영 장례가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고, 사회적 단체의 힘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책임지는 것이 역부족이기에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망자의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캠페인 중 가장 눈길이 갔던 우유 안부 캠페인.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된 독거노인 분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배달함으로써 안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만일 문 앞에 우유가 쌓여있다면 이는 배달원을 통해 지자체에 전달되고 곧 지자체에서 해당 거주지를 방문하여 상황을 파악한다고 한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되는 캠페인이지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여있는 우유 한 개는 캠페인의 본래 목적을 넘어 큰 의미로 느껴질 것이다. 나의 존재가 사회에서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구나, 하는 의미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능동적인 마침표를 찍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