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억 미만 투자의 파도를 타다.
청주는 토지스터디를 할 때부터 호재 공부를 해서 그런지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호감이 생긴 도시였다.
앞으로의 호재도 중요하지만, 상승장에서 아파트 투자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당장 달려가 보기에 충북 청주는 집에서 차로 3시간 가까이 된다.
지도로 위치와 도로, 초등학교 및 주변 인프라(직장, 쇼핑, 학원 등)을 확인하는 손품을 들였다.
그리고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 확인하며 전화로 매물 찾기를 시작했다.
상승장에서 부동산 사장님들 콧대는 대체로 올라간다.
그도 그럴 것이 돈 들고 사겠다는 사람은 줄 섰지, 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가격을 올려서 매물은 없지,
전화하면 주로 두 가지 반응이다.
좀 빨리 전화하지~ 물건 없어요~
남아 있는 매물 중 최선의 매물 또는 옆 동네 매물까지 추천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하려면, 나만의 가이드가 있어야 했다.
계약 중이거나, 집 보여주러 나가있거나 통화 연결 자체가 어려웠다.
상승장에 전화 통화를 길게 할 수 있는 사장님은 정보가 없거나 매물이 없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요구 사항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부동산에서도 정말 살 사람으로 분류(?) 하고 장부 매물이라도 내어주었다.
<공시가 1억 미만 갭투자할 때, 알아야 하는 것들>
갭 0000원 내외
: 단지별 평형별로 시세를 조사하다 보면 가이드가 잡힌다.
전세 만기
: 엑스트에 따라 다른데, 나는 주로 단기 매도가 목적이어서 6개월 내외로 짧게 잡았다. 전세 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갭 가격이 높다. 매매가 상승에 따라 전세 시세도 동반 상승하는데 1년 반 이전에 계약한 전세라면 오르기 전 시세로 계약되었기 때문에, 매매가만 올라 있는 상태의 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매수하자마자 오른 시세대로 전세 비싸게 맞추고 바로 단기 매도하는 매물은 갭 가격은 낮은데, 매매가가 높다.
초등학교까지 거리
: 초품아면 더 좋고 안되면 옆 단지라도 되어야 좋다. 중학교부터는 학생들이 혼자 버스라도 타고 다니지만, 초등은 가까워야 한다. 좀 멀어도 큰 길을 건너지 않는 것이 좋고, 길을 건너지만 거리가 최단거리가 가까운 단지라면 육교 유무도 체크해 봐야 한다.
인테리어 상태
: 거리가 먼 청주에 자주 가 볼 수 없어서 올수리 된 집으로만 찾았다. 적어도 샷시/화장실/싱크대 포함은 필수로 했다. 당연히 올수리 된 집은 매매가에 인테리어 비용도 녹아있다.
인테리어를 싸게 잘 할 수 있으면 수리 안된 기본집을 사서 잘 꾸며 매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잠깐!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소개의 속뜻
-. 기본집 : 인테리어 된 적 한 번도 없어요
-. 잘 관리된 집 : 인테리어는 기대하지 마시고, 청소 상태는 좋은 편이에요
-. 부분 수리/일부 수리 : 어설프게 수리되어서 매매가만 높일 바에는 올수리나 기본집이 나을 수 있으니 수리된 부분 체크 필수
-. 샷시까지 올수리 : 수리에서 비용 제일 많이 들어가는 곳이 샷시,화장실,싱크대이다. 샷시까지 수리했다고 대놓고 쓴다는 것은 내부에 자신 있는 집
-. 사이드 아님 : 복도식 아파트 맨 끝 집은 춥거나 더워서 냉난방비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이드 아니라고 장점 부각 (반대로 복도식 중에는 사이드라서 깊게 공용공간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이건 별도로 사진을 요청하면 좋다.)
보일러 교체 시기
: 연식이 오래된 보일러는 세입자와 고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언제쯤 교체가 되었던 건지 확인해 보면 좋다.
지역 맘카페를 통한 조사
: 네이버 부동산만 보면 시세 파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실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주기도 한다. 모든 맘카페를 다 가입해서 활동하긴 어려우니, 검색을 통한 노출글에서 정보를 찾으면 좋다.
예를 들어서 청주에서 특정 단지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네이버 카페에서 '동네이름 + 단지명 '을 검색해보자. 그리고 맘카페 글을 찾아서 클릭하면 카페에 가입하지 않고 게시글과 댓글까지 볼 수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기에, 학원을 보내기에 엄마들이 더욱 선호하는 단지들이 있다.
추가로, 호갱노노에서 댓글도 거주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좋은데 맹목적 찬양이나 선 넘는 까는 내용은 걸러 읽어야 한다.
가경동에서 매수한 이유
청주의 메인은 하이닉스가 있는 흥덕구이다.
대장 아파트도 흥덕구 복대동에 있다.
하이닉스와 현대백화점, 그 외 정부 관사 인프라까지 갖췄고, 자연스럽게 학원가까지 형성되어 있다.
당연히 복대동을 매수하고 싶었지만, 한발 늦게 진입한 청주 투자 1.5세대였던 시기에 복대동은 이미 날라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흥덕구 내에서 인프라를 함께 쓸 수 있는 가경동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경동은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가 많지만, 그에 비해 동네는 깔끔하게 관리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복대동보다 택지 개발을 정돈해서 한 듯하다.
아파트 매수할 때 부동산에 하나 더 물어보는 것이 '이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어디로 출근을 많이 하나요?'였다.
내가 매수했던 아파트는 청주공업단지에서 자동차로 10분 안으로 갈 수 있었다.
매수 당시 세입자였던 아가씨 두 명도 공업단지 직장동료였다.
인테리어 된 집을 깨끗하게 쓰고 있고, 앞으로도 깨끗할 확률이 높았다.
어린아이나 반려견이 가족이면, 집의 손상도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원래 매도를 염려해서 고층을 선호하지만, 인테리어가 워낙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매도할 때도 장점으로 작용할 거라 확신이 들었다.
가경동 아파트는 갭 1500만 원에 인테리어를 얻고 층수(4층)를 포기했다.
쪽집게 과외로 매수한 분평주공
분평동은 서원구에서도 가장 끝 쪽에 위치하는데, 사실 청주가 차로 다녀보면 동서남북 1시간 안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분평주공은 1-7단지까지 모여 있는 합치면 1만 세대가 넘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이다.
초중고를 모두 품고 있는 평지이고, 무심천까지 끼고 있어서 환경도 좋다.
재건축까지 바라본다면 분명 가치 있는 투자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단타 갭투기꾼에게도 분평주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분평 주공은 유명 갭투자 네임드가 콕 찍어서 추천한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주말이면 관광버스 타고 온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토지 임장이야 실제로 관광버스 타고 단체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아파트 임장을 관광버스 타고 온다는 거 너무 라떼스러운 말인데 계속 비유된다는 게 재밌었다.
아무튼 그 이슈로 정말 분평 주공은 매물 구경이 귀했다.
인근 부동산에 전화를 걸고, 매물 없어요를 반복해서 듣던 중에 분평동이 아닌 옆옆 동네까지 전화를 해보다가 소위 장부 매물을 매수할 수 있게 되었다.
매도자에게 분평 주공을 매수 계약해줬던 부동산인데 네이버에 안 올리고 가지고 있던 차에 내가 얻어걸렸다.
심지어 고층에 인테리어도 되었고, 전세 만기도 3개월 남은 매물이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매수 의사를 전했고 계좌 번호를 달라고 했다.
곧이어 가계약을 전하는 긴----- 문구의 문자가 왔다.
수익의 희망 회로를 돌리며 매수하는 날은 늘 기분이 좋다.
<분평주공에서 경험한 것들>
- 5월 27일 : 가계약
- 6월 3일 : 본 계약 (가경동은 본 계약 이날 함께 하면서 셀프등기까지 함)
-6월 10일 : 전세 계약을 위한 사업자단위과세 신청
-6월 25일 : 전세 가계약
-7월 1일 : 매수 잔금 + 셀프등기
-7월 14일 : 전세 계약 (부동산 위임)
첫 전세 계약
지방은 LH 전세 자금 대출을 활용한 전세 계약 건이 많은 편이다.
법인은 대출이 안 나온다며 계약 자체를 꺼리는 부동산이 많았는데, 경험해 보지 않고, 알아보기도 힘들고, 서류 준비할 것도 많고 귀찮아서 안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컸다.
다행히 분평 주공을 매수한 부동산은 젊은 사장님과 실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외지 투자자 계약 경험도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법인 계약 건에 대해 직접 알아봐 주시고, 나도 같이 공부하면서 배워갈 수 있었다.
LH 전세 대출 한도보다 전세금이 높은 경우라 한도까지만 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세입자가 보태서 전세 계약을 진행했다. 이게 안된다고 안내한 부동산도 많다고 들었는데, 21년 7월 청주에서는 정상적인 계약이 가능했다.
2. 사업자단위과세 신청
LH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임대인의 사업자가 임대업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했고, 그러려면 법인은 지점을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법인은 본점이 서울이고, 지점을 등록하면 세무, 행정처리가 번거로워지기 때문에 사업자단위과세 신청을 해야 했다.
이건 관할이 아닌 가까운 세무서에서 신청하면 관할 세무서로 업무 이관을 시켜주었다.
사업자단위과세 신청은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다.
미리 경험했던 블로그 찾아가면서 신청서를 써냈지만, 세무서에서 수정할 거 하면서 세무서 직원분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그러니 잘 모를 때는, 관공서의 도움이 매우 크고 정확하다.
3. 장대비를 뚫고 운전하며 두려움 극복
6월 3일 계약 2건과 셀프등기까지 하고 저녁으로 첫 끼를 청주 현대백화점에서 먹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서청주 ic를 벗어나서 5분쯤 지났을까...
운전을 하면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린 건 처음이었다.
비는 오고, 밤인데 가로등도 무용지물이었다.
차선은 사라졌고, 앞 차의 불빛은 전속력으로 와이퍼를 돌려도 희미했다.
이날 다른 차원에 다녀왔다 여길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다.
두렵다. 너무 무섭다. 집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런데 부동산도 그렇지 않은가
사기도 어렵고 두려운데 팔아도 보고 결국 다 잘 지나갈 거다.
그러니 비 또한 지나갈 것이다.
차를 멈출 수도 없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 버리고 갈 수도 없고
달리 방법도 없지 않은가
안전하게 운전해서 집에 도착해야만 한다.
행여나 미끄러질까 봐 양손으로 핸들을 꽉 잡았다.
기도와 노래를 반복하면서 한 시간쯤 달렸을 때, 앞이 보일 정도로는 비가 줄어들었다.
적은 강수량은 아니었지만, 캄캄한 밤에 차 꼭대기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경험을 하고 나니 핸들을 쥔 손에서 힘을 좀 뺄 수 있었다.
그렇게 비를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