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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샹어 Jun 27. 2023

옆집 엄마 3억 번 얘기 (15)

매도는 극적인 타이밍!




목표 수익이 목적인 매도


청주 분평동 아파트는 지방 아파트 중에 가장 정이 든 투자처였다. 

1군 투자는 못 되어도 1.5군 정도로는 들어가서 갓 오르기 시작했을 때 매수했다. 

 LH 전세 계약이라는 경험도 처음 해봤고, 싸게 샀는데 시세 맞춰 전세 계약도 하고 여러모로 기특하고 정이 갔다. 


부동산 시장도 온기를 넘어 열기가 있을 21년 10월이었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이때는 정말 몰랐다. 

매수했던 부동산에서 매수 희망자가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나의 목표수익에서 200만 원 깎자고 했다. 

(훗날 2백 아끼려다 2천을 잃고 시간을 돌리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


타협하지 않고 목표 수익을 고수했다. 

마치 자식 대하듯 .. '얘가 뭐가 부족해서 낮춰? 더 높여 팔다가 낮춘 건데 더 깎다니!' 

선 넘은 몰입이었다. 

매물과 사랑에 빠지면 객관성을 잃게 된다. 


그 뒤로 매수세 뚝... 

문의조차 오지 않았고 시세는 떨어져가기 시작했다. 

겨울이 왔는데 시장은 급냉각기였다. 


장기 보유까지도 고려하면서 길게 인연을 이어 가고 싶었지만, 인천 아파트를 LH에서 매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분평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볼륨이 작은 것부터 포기 아니, 필히 매도를 해야 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수익에서 반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매도는 불가피했기에 이번에는 청주에서 다양한 단지의 거래를 많이 해 본 (투자자 풀이 많은) 부동산에 급매로 내놓겠다고 했다. 


결정 후 5분 만에 거래 완료

그 부동산에 투자 매물 찾으러 와서 상담을 하던 투자자가 내 전화를 듣고 즉시 매수 결정을 했던 것이다. 

매도는 타이밍이다. 

하필 그 부동산에 그 매수자가 있던 시간에 내가 급매 결정을 해서 전화를 했던 타이밍

절묘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홈쇼핑이야 뭐야.. 이렇게 보낼 투자 건이 아니었는데 너무 허무했다. 

그래도 2천만 원의 수익과 함께 교훈도 새겨주었다. 




소탐대실

                                                           수익은 항상 옳다. 

                                                      부동산은 싸게 사야 한다. 





다음 사람의 수익도 남겨놔야 가능한 매도


분평주공을 교훈 삼아서 원주 무실 주공은 좀 더 이성적일 수 있었다. 

인테리어는 잘 되어 있었지만 저층이었고 비선호 동이었다. 

5월까지 매도하려면 3월 말에는 매수 기회를 잡아야 했다. 


역시나 급매는 반응이 오는 22년 3월이었고, 투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원주라서 가능했다. 

이 단지에서 희소성 있는 화장실이 2개 있는 집이었고, 

화장실 1개만 인테리어 되어 있는 집이 보통인데  첫 인테리어로 영혼을 털어서 2개 모두 수리했기 때문에 서울 사는 매수자가 사진만 보고 바로 오케이를 했단다. 


가격 협상에서 제시한 금액대로 하되 2백만 원은 더 받고 싶다고 했다.

전편에 나오는 포항 가계약 파기로 2백만 원 수업료를 치른 직후였고, 그 의미로 여기서 더 수익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협의가 되었고 끝자리 애매한 실거래를 남겼다.


매도 계약을 하러 갔더니 19세 청년이 매수자로 나왔다. 

서울부터 혼자 운전해서 왔고 어머니께서 직접 가서 배우라고 하셨단다. 



니가 가라 니 명의다



금수저 트레이닝은 이렇게 시키는 거구나. 

또 하나 배웠다.

19세 청년은 계약을 무사히 마치고 담배를 맛나게 태웠다. 

그는 이날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나는 담배를 태우는 청년을 바라보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기가 목적인 매도


청주 가경동 아파트는 21년 가을에 꼭 매도하고 싶었다. 

부동산 매도는 자금이 필요해지거나, 다른 투자처가 생기거나, 마지막은 세금의 영향을 받는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소유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기에 그 안에 매도해야 했고, 해를 넘기면 수익은 더 낮아질 거라 예상되었다. 


매도 광고를 올리고 문의도 오지 않아서 누가 찔러도 안 보나.. 궁금했던 차에 처음 문의 전화가 왔는데, 시원~하게  500만 원을 깎아달라고 했다. 

3초 고민했다. 

'네~ 즉시 가계약금 입금 조건으로 진행하시죠.' 

바로 결정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시기에 대한 매도 목표가 명확했고, 내 매물에 대한 객관적 인지가 되어 있었다. 

더 조건 좋은 매물의 급매 건이 있었고, 대체 가능한 인근의 다른 투자 매물도 비교점으로 조사를 해봐서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물론 1억 초반 규모에서 500만 원을 깎는다는 것은 폭이 큰 편이다. 

그럼에도 수익이 난다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삼고 싶었다. 





공실이라 가능했던 매도



시기적으로 천만다행이었던 계약도 있었다.  

인천 아파트를 매도하고 LH에서 잔금을 받은 시기와 충주 아파트 세입자의 이사가 맞물리면서 매도 잔금이 반환 임차료가 되었다.

소액 갭투자만 해보다가 100% 자기 자본으로 레버리지도 없이 아파트를 산 격이다. 


매도 계획 세우면서 수리는 최소화하고 깨끗하게 청소만 한 채로 매도 광고를 냈다. 

이런 경우 집 비밀번호를 여러 부동산에 공유하면 내 집이 모델하우스가 될 수 있다. 

매매, 전세 안 가리고 집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빈 집 구조를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여러 부동산과 거래를 하다 보면, 이 부동산에서 계약하게 되겠다~ 감이 오는 곳이 있다. 

지방은 특히 해당 단지 내 부동산 중에 있었다.

가능성이 큰 부동산에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사장님과 거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다른 부동산에서 집 보러 오면 문 좀 열어주십사 부탁을 했다. 



그렇게 2달이 지나가던 어느 날, 아이폰에 발신자 'ㅇㅇ부동산'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구나! 

전화를 받으니 사장님이 입을 못 떼신다.

얼마나 깎으려고 이러실까... 

나는 마음의 가이드를 정했다.

매우 조심스럽게 부사님에게서 금액이 공개되었다.



읭? 

내가 정했던 마지노선보다 높잖아!

횡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평점심을 유지하며 꾹 참았다. 

깊은 한숨과 함께 고심하고 결정한 듯 연기도 필요하다. 



약속된 계약일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충주로 내려갔다. 

거의 도착할 쯤에 '펑' 소리가 났는데 1톤 트럭이 뒤에서 버스를 받았다. 지방 여기저기로 다녀보니 다양한 경험도 하고 계약마다 다 다른 사연도 재미있었다. 이번 건은 25세 청년이 매수자였고 할아버지께서 증여하는 건이었는데 매수자 명의로 생애 최초 대출을 받는 부분까지 할아버지가 세심하게 챙기셨다. 

좋은 할아버지가 있는 청년이 부러웠고 이 씨앗으로 청년도 큰 열매를 맺어가길 바랐다. 




운이 좋았던 매도


포항은 입주량이 많아서 반드시 탈출해야만 한다

세입자는 바로 위층에 부모님이 거주하시고 아이를 돌봐주시기 때문에 이 집에 꼭 전세 계약을 하고 싶어 했다. 

포항도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했는데, 세입자 비용으로 추가 인테리어까지 했다. 

오래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해관계가 다른 사이다. 

매도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임차인에게 매도 계획을 공유했다. 

이 집에 대한 애착도, 오래 살아야 할 이유도 있으니 매수하길 바랐지만 임차인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졌는데 설마 팔리겠나 싶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기에..



그런데 어느 날!!!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포항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곳에 사는 매수 희망자가

심지어 임차 만기되는 1년 반 후에 딸이 포항에서 일할 계획이라 미리 집을 사놓고 싶다고 했다.

집이 깨끗하고 만기 시점도 딱 맞아서 사진만 보고 매수하고 싶단다. 



부동산은 딱 1명만 찾으면 된다. 

그 한 명이 이렇게 나타나주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탈출이었다. 


그런데 철저히 내 입장에서 운이 좋은 계약이었고, 임차인 입장은 다를 것이라 마음이 쓰였다. 

매도 계획을 알렸을 때 임차인이 매수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임차인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상승장에는 내가 샀던 못난이 매물까지 차례가 왔으니 보내줘야 했고

하락장에는 없는 매수세에 노크를 해오면 반드시  문을 열어야 했다. 


부동산투자 3년차에서 10번째 매수계약 날 쓴 일기를 다시 꺼내어본다. 

그때만 해도 상승장이라 매수가 신났나 보다.

역시 앞서 경험한 분들의 말씀처럼 부동산의 꽃은 매도였다.











✔ 시기에 맞춰 적당한 수익도 내보고

✔ 욕심내고 튕겼다가 기회도 잃어 보고

✔ 오락가락 변수에 희비와 만감이 교차했다가

✔ 충분한 공부 없이 질러서 울면서 지옥문 앞까지도 가보고

✔ 지나고 보니 그 시기가 최선이었다 가슴 쓸어내리기도 해봤던

수익은 아쉬움이 남지만 경험은 미련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나의 3년을 스스로 토닥여본다.

여전히 부린이이자, 중고 신인의 투자 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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