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스토리] 판타지와 로맨스, 그 사이의 감성

잔잔한 울림과 여운이 있는 이야기

by 트래볼러

주로 영화에서 접할 수 있었던 '판타지'라는 장르는 이제 TV 드라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다. 특히 TV 드라마에서는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SF 판타지와는 다르게 현실과 접목시킨 판타지 작품들이 많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기도 하고,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을 떠돌며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과거와 연결되는 전화기로 과거의 사람과 통화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로맨스'다.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C와 M


판타지와 로맨스


예전 같았으면 어울릴 수 없었던 이 두 조합이 요즘에는 제일 핫한 단골 소재 중에 하나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도서분야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매번 신간이 나올 때마다 소설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기욤 뮈소의 소설들이 그렇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상 판타지 로맨스의 유행을 이끌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요즘에는 TV 드라마에서나 소설에서나,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심심치 않게 판타지와 로맨스를 만날 수 있다.


판타지 로맨스를 보는 데 있어서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중요한 것이 장르 이름에서 드러나듯 판타지 세계관(이를테면, 마법의 세계라던지 과거와 연결이 되었다던지...)과 로맨스(주인공 남녀의 사랑) 일 것이다. 우리는 판타지를 볼 때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보게 되고, 스토리 역시 이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 전개된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2017)'의 세계관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하얀 보자기에 눈구멍 두 개가 뚫린 고스트로 존재할 수 있다는 콘셉트이다.(본인 의지에 따라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스트끼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지만 이승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고스트들이 현실 세계에 초자연적인 힘으로 개입을 할 수는 있다.(피아 노위에 물건을 떨어뜨린다던지, 찻장에 접시들을 던진다던지)


작곡가인 남자 주인공 C와 그의 연인 M. 이 둘은 여느 커플 못지않게 단란한 일상을 보낸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M은 이사를 가고 싶어 하고 C는 머무르고 싶어 한다는 것. 하지만 둘의 행복을 깰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왔다. 갑작스럽게 닥친 C의 교통사고, 그로 인한 C의 죽음이다.


홀로 남겨진 M



기다림의 시작


M은 C의 죽음이 믿기지 않지만 끝내는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다. 그게 현실이었기에... 그렇게 M이 영안실을 떠나고 C는 고스트가 된다. 그리고는 무엇엔가 이끌린 듯 도착한 곳은 결국 M만이 홀로 남은 자신의 집이다. 고스트는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M의 곁을 떠돈다.


M이 혼자 남은 자신이 살던 집으로 찾아온 고스트
M 곁에 맴도는 고스트

C에 대한 추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사이 M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또 헤어진다. 다시는 새로운 사랑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자신이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는 현실에 더욱 상실감을 느낀 M은 C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나기로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고스트가 할 수 있는 건 이 곳에서 계속 그녀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기억 지켜내기


얼마 후 집에 새 가족이 들어온다. M과의 기억들로 가득한 집은 점차 새 가족들의 추억으로 덮인다. 이를 원치 않은 고스트는 이들을 내쫓기 위해 급기야 자신의 초자연적인 힘을 과시한다. 결국 새 가족은 떠나고 다시 집에는 고스트 혼자 남겨진다.


M이 떠난 집에 홀로 남겨진 고스트


또다시, 기다림


오랜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집은 철거된다. 맞은편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다른 고스트는 이제 누굴 기다려야 할지 몰라 그만 이승을 떠난다. 집터가 있던 자리에는 큰 빌딩이 들어선다. 교외의 조그마한 동네였던 곳은 어느덧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가 되어 있다. 고스트는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운 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그렇게 땅에 떨어진 고스트는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M과 함께 살기 한참 이전의 과거다. 고스트의 기다림은 또다시 시작된다.


집터가 공사장이 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그 곳을 맴도는 고스트


마침내 M과 함께 살던 그때가 되었다. 자신의 모습인 C의 모습도 보인다. 살아생전 그때 했던 말, 행동들 모두 똑같이 반복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고스트 자신이 살았있었을 때에도 과거의 또 다른 고스트가 그곳에서 지금 자신이 C를 지켜보듯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랬기에 살아있었을 당시 이 집을 떠나기 싫어했었나보다.


기다림의 끝


M이 집을 떠나기 전, 벽틈에 무언가 쪽지를 끼워놓았다. 고스트는 집을 떠도는 내내 이 쪽지를 보기 위해 안감힘을 써왔다. 과거로 흘러오기 전 계속된 실패를 거듭해서인지 이번에는 쪽지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쪽지를 편 순간. 맞은편 집에 머물던 고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몸이자 옷이었던 하얀 천만 홀연히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M이 남긴 그 쪽지에는 과연 무엇이 쓰여있었을까? 자신을 기다리지 말라는 M의 메시지? 아니면 비록 죽었어도 영원히 C를 사랑할 것임을 맹세하는 사랑의 서약?

그것은 무엇이든 오로지 고스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여느 판타지 로맨스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보통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 위에 감성을 얹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스트 스토리의 경우는 감성 위에 이야기를 얹은 것 같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감성에 젖는 것이 아닌, 감성을 따라가다 보면 그 감성이 하나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 같다. 때문에 잔잔하지만 오래도록 슬프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또한,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비현실성과 로맨스가 가지고 있는 애틋함을 감성이라는 연결고리를 사용하여 비현실적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사랑으로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장르가 판타지 감성 로맨스 아니겠는가!


요즘같이 눈 내리는 겨울날, 커피&도넛처럼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사진출처 : 다음 영화 포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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