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일 당장 북한이 선전포고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이며, 우리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오싹하지만 영화는 이 상상을 현실로 그려냈다.
북한 1호가 참석한 개성공단 행사에 강철비가 쏟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의 쿠데타가 시작된다. 여름날 폭우처럼 쏟아지는 강철비 속에서 살아남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강철비에 중상을 입은 북한 1호를 발견하고 그를 차에 태워 남한으로 내려오게 된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안일한 대처능력이 드러난다. 아무리 상황이 긴급하다고는하나 북에서 오는 차량은 모두 통과시키라는 상부의 명령 하나로 제대로 된 검문도 하지 않은 채 고속도로 하이패스 지나가듯 통과시킨다. 이렇듯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곳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영화는 픽션이니 그렇다 치고 현실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강철비, 어떤 의미일까?
영어로 'Steel Rain'.
한 개의 폭탄 속에 또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집속탄을 발사하는 다연장로켓발사기(MLRS)의 별칭이다. 넓은 지형에서 다수의 인명 살상이 가능한 비인도적 무기로 목표 지점 상공에서 탄이 비처럼 쏟아진다 하여 '강철이 비를 뿌리는 무기', 강철비로 불리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남한으로 내려온 엄철우는 위중한 1호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간다. 그 와중에도 북한 쿠데타 잔당의 추격이 계속되자 이를 피해 또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남한의 철우,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운명적인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남과 북의 두 철우가 티격태격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내부적으로 어지러운 정세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다. 대한민국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야간 통행이 금지된다. 늦은 밤 귀가를 독촉하는 안내방송 차량이 거리를 배회한다. 화려하고 활기찬 밤문화를 자랑하는 서울의 밤이 삭막하기 그지없다. 만약 실제로 계엄령이 선포된다면 계엄령 자체보다 계엄령으로 인해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 때문에 더 겁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그때뿐. 영화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 정전협정 이후 오랜 시간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속에 살아온 나머지 이제 위협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진 것은 아닐지...
선전포고 이후 본격적인 전쟁준비와 핵미사일 발사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북한의 움직임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는 우방국인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경영)의 갈등이 빚어지는가 하면 현직 대통령은 약간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미국 의존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런 장면들은 영화가 대한민국 현 정부에게 전하는 소심한 일침이지 않을까 싶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한편, 1호의 안전 보장과 북으로의 무사 귀환을 조건으로 전쟁의 위기에 직면해있는 남한을 돕기로 한 엄철우는 자신이 북에서부터 가져온 핸드폰을 통해 북한군의 수령인 리태한(김갑수)과 연락을 취한다. 그렇게 현재의 북한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토대로 두 철우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그들만의 임무를 함께 수행한다. 이로서 남과 북, 두 철우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브로맨스가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 진지한 첩보 블록버스터였다면 이제부터는 휴머니즘과 코믹이 조금 더 가미되어 무거울 법한 영화에 무게의 균형을 맞춰준다.
둘은 함께 다니면서 제법 많은 시간을 함께 차에서 보내게 된다. 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이 이들의 거리를 강제로 좁혀서일까? 둘은 공적인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다. 가족 이야기를 통해 이 사람 역시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임을 느끼며 서로를 공감하고 묵묵히 위로한다. 이제 둘의 관계는 서서히 적대적 관계에서 친밀한 관계로 전환된다.
식사를 위해 찾아간 곽철우의 군 복무 시절 단골 국숫집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곽철우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엄철우가 잔치국수를 허겁지겁, 거의 마시다시피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이에 수갑 한쪽을 풀어 자신의 팔에 채우고 먹기 편하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이 마저도 걸림돌이 되자 곧 그 한쪽 수갑마저 풀어버림으로써 결국 둘 사이의 걸림돌은 완벽하게 허물어지고 대신 그 사이는 '믿음'이 자리를 채운다.
난 이 장면(국숫집 씬)을 영화의 베스트 씬으로 뽑고 싶다.
북에서 온 엄철우를 북한, 곽철우를 남한에 대입해 보면 남한과 북한이 진정으로 화해를 하는 장면이다. 어느 한쪽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지도 않았고, 이념이나 사상을 양보하지도 않았다. 그저 '믿음' 하나로 화해를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쩌면 현재의 남과 북이 화해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아직은 서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믿음이 없기에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인 분야에서 서로의 실리를 따지며 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스친다. 물론 오랜 시간 분단된 상태로 지내왔던 나라가 다시 하나가 되는데 오로지 믿음만으로 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찌 됐건 핵심, 가장 밑바닥에 깔려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믿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우리(남과 북)는 아직 그 믿음이 깔려있지 않은 것 같다.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극 중 차기 대통령 당선인, 김경영(이경영)의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책 표지에 스치듯 출연하는 위 말은 동방정책을 시작했던 서독의 빌리 브란트 수상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원래 하나였던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나가 될 것인가?
이 고민은 아마도 분단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온 국민이 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북한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대한민국)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많은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해왔다. 하지만 겉만 교류했을 뿐 마음으로 하는 진정한 교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겉이 아닌 마음으로 교류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인 나부터가 그런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철비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해 찾아보던 중 양우석 감독이 만들어낸 현실 같은 상상이라는 평을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난 그 반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상상 같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로서 영화는 오랜 분단으로 남북 긴장 상태에 점점 무뎌지고 무관심해지는 우리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하는 한편, 아직 우리나라는 휴전 중인 분단국가임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또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라도 남북 관계에 긴장은 늦추지 않되, 좀 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나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아야겠다.
사진출처 : 다음 영화 포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