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고 싶다기보다 살고 싶은
엘 니도 리오 해변 선착장(El Nido Resorts Airport Pier)에서 배를 탄지 40여 분.
넘실거리는 파도에 흔들흔들,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망망대해를 달린 끝에 저 멀리 *엘 니도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El Nido Lagen Island Resort)가 눈에 들어온다. 세모 뾰족한 회색 지붕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것 같은 모습이 마치 원주민 마을 같다. 초록 잎이 무성한 숲과 높은 기암절벽은 마을을 감싸듯 안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대륙을 찾은 것 같은 설렘과 감동이 교차했다. 신대륙 원주민이 우리를 마중 나오는 것일까? 멀리서 작은 보트 하나가 다가왔다. 선착장까지는 이 작은 보트를 이용해야 한단다. 그렇게 보트로 갈아타고 마침내 라겐 아일랜드에 감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는 총 4개의 *엘 니도 리조트(아풀릿, 미니락, 라겐, 팡글라시안) 중 한 곳으로 엘 니도 자연보호구역 안에 4 헥타르 넓이의 무성한 숲과 잔잔하고 얕은 석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45개의 섬이 밀집해 있는 바쿠잇 만(Bacuit Bay)에서 숲이 가장 울창하고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친화 리조트다. 선착장에서 로비로 가는 길에서부터 자연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얕고 투명한 석호에는 생전 처음 보는 물속 생명체들이 숨 쉬고 있다. 로비까지는 100미터 남짓 되는 거리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느라 한 200미터쯤 되는 것 같았다.
리조트 안에서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대낮부터 흥겨운 파티라니? 음악에 장단을 맞춘 발걸음이 빨라졌다. 로비에 도착하자 유리컵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시원한 웰컴 드링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러난 파티의 정체는??? 우리의 웰컴 이벤트였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경쾌한 음악과 귀여운 율동, 무엇보다 밝은 웃음으로 환영해주니 이 순간만큼은 나도 셀럽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잠시 어깨가 위로 솟았다. 공연이 끝난 후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3일 동안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침대 위 두 마리의 새가 눈에 들어왔다. 잉꼬부부처럼 나란히 놓여있는 나뭇잎 새들이 꽤나 다정해 보인다. 그 옆에는 리조트 매니저가 쓴 친필 손편지도 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작은 종이 한 장이 주는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소파 위에는 리조트 관련 책자들과 손가방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가방 손잡이에 걸려있는 태그를 읽어보니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로컬 여성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쓰고 반납하는 것이 아닌 투숙객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니 또 한 번 감동이다.
다음은 욕실로 향했다. 비눗갑, 빨래통, 수건걸이, 바구니, 물컵, 휴지통. 어느 것 하나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다. *G.R.E.E.N 주의(Guard, Respect, Educate El Nido)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자연친화 리조트답게 친환경을 위해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욕실을 나와 잠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침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테라스 유리문으로 살며시 햇살이 비췄다. 누워서 찔끔 맛보기에는 아까운 햇살이다. 몸을 일으켜 광합성도 할 겸 테라스 구경도 할 겸 유리문을 열었다. 순간 축축하고 습한 공기가 내 얼굴을 강타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분위기에 눌려 아무런 불쾌감도 주지 못했다. 야자수를 비롯해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이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숲 한가운데에는 수영장이 있고 사람들은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선베드에서는 선탠이나 독서, 낮잠을 자며 각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테라스에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산과 바다, 수영장과 나무 그늘, 그리고 여유로운 사람들. 마음에 그렸던 휴양지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담겼다. 지상낙원. 여기에 묵고 싶다기보다, 살고 싶어 졌다.
본 원정대 여행은 여행 매거진 트래비(Travie)와 함께 필리핀관광청의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보다 재미있는 팔라완 여행기는 트래비 4월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트래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기사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http://www.travie.com/)
< Note >
*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Lagen Island Resort)
총 51개의 객실에 각 객실은 오래된 필리핀 가옥에서 재활용한 목재로 바닥을 건축했다. 모든 객실마다 테라스가 있고 숲 속 룸(Forest Room), 숲 속 스위트룸(Forest Suite Room), 워터 코티지(Water Cottage), 비치 프런트 코티지(Beachfront Cottage)로 총 4 종류가 있다.
* 엘 니도 리조트(El Nido Resorts)
필리핀 팔라완의 엘니도(El Nido)와 따이따이(Taytay) 지자체에 속해 있는 리조트 그룹으로 엘 니도의 아풀릿 섬(Apulit Island), 미니락 섬(Miniloc Island), 라겐 섬(Lagen Island), 팡글라시안 섬(Pangulasian Island)이 이에 속한다.
* G.R.E.E.N 주의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는 자연친화 리조트인 동시에 지역 사회와의 소통, 그리고 발전에 기여하는 리조트이기도 하다. 이렇게 환경과 지역사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건 'G.R.E.E.N 주의'(Guard, Respect, Educate El Nido)가 엄격히 준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지역 특산물 구매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토착 갈대 필터와 결합된 하수 처리장, 자원회수시설, 담수처리 시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한 리조트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뿐만 아니라 다른 3곳의 엘 니도 리조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참조: 엘 니도 리조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