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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23. 2018

현실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트리니다드 편

트리니다드에서 온 편지

3년 전.

영어 공부하겠답시고 무작정 Language Exchange 사이트에 가입했다. 가입만 하면 외국인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맞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와 만나기는 어려웠다. 운 좋게 매칭이 돼도 길어야 한 일주일 연락하다가 마는 게 일상. 이런 식이면 차라리 이태원이나 명동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외국인 아무나 붙잡고 친구 하자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한국에 사는'이라는 조건을 포기했다. 멀리 있어도 마음이 맞고 꾸준히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OK. 자주 연락하면서 친해지면 가끔 통화도 하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여행도 갈 겸 얼굴 보러 가면 되니까. 하지만 역시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에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내보고 말아야겠다! 딸깍! 딸깍!"

'요청이 완료되었습니다...'


트리니다드(Trinidad)에 사는 우마르(Umar)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 생애 첫 외국인 친구 우마르.

풀네임은 우마르 노비(Umar Nobbee). 올해로 스물한 살. 대학에서 필름을 전공하고 있다. 내 나이 올해 만 서른셋이니 우린 진짜 친구다. (띠) 동갑내기 친구^^;; 우마르와 처음 연락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니까 그땐 열아홉, 우리나라 기준으로 미성년자였다. 나이로는 거의 삼촌이나 큰 형님뻘 되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외국 문화 특성상 나이는 말 그대로 그냥 나이일 뿐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어쩌면 내 영어실력이 거의 어린이 수준이라 대화 수준이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마르는 한국문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K-pop의 열혈 광팬이다. 나도 모르는 아이돌 가수, 모든 멤버들의 이름을 거의 구구단 외우다시피 한다. 심지어 아이돌 관련 최신 뉴스를 우마르에게 들을 때도 있을 정도. 이토록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우마르와는 매일매일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다. 비록 시차가 안 맞아 달랑 'Hi~' 하나 보내고 대화가 끝나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연락을 유지해온 게 어언 3년. 3년 만에 드디어 랜선에서 벗어나 손때 묻은 종이를 주고받았다. 아니, 아직은 내가 받기만 했다. 내 손떼가 묻은 답장은 오늘(2018.11.20)을 기준으로 아직 우마르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럼 내 소중한 마음이 담긴 편지는 지금 어디 있냐고? 비행기 상공? 우편함 어딘가에...? 자세한 건 모르지만 확실한 건 현재 트리니다드 어딘가에 있다.


평소 우마르와 편지하자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트리니다드 사이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특히나 나보다도 우마르가, 트리니다드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일이 어려웠다. 게다가 나야 직장인인지라 돈문제는 크게 걱정 없었는데 우마르는 이제 갓 대학생이 되어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처지라 비용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쓰는 듯했다. 그래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태자면 사실 카톡으로 자주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에 대한 내 의지가 약하기도 했다.(우마르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인. 정.^^;;) 포기는 했지만 편지 이야기는 계속 끊이지 않았다. 잊힐만하면 또 하고 또 하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마치 이루지 못할 꿈을 이야기하듯.


그러던 어느 날, 우마르가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편지 보내는 방법을 알아보겠다며 나섰다. 내심 반가우면서도 지금까지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 뜻밖의 좋은 기회가 우리를 찾아왔다.


"의민! 내가 아는 친구가 2주 뒤에 한국 여행 갈 거래! 그 친구 통해서 편지할게!"

"WoW!!! Really!!???"


그리고 며칠 뒤, 우마르가 나를 그룹채팅에 초대했다.


"Hi! Nice to meet you! I'm Clarissa.^^"


우마르의 편지를 전달해줄 친구는 클라리사(Clarissa). 역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그중에서도 힙합 광팬이다. 우마르와는 K-pop 관련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편지를 부탁할 사이면 제법 친한 친구인가 싶었는데 우마르가 클라리사에게 편지를 전달할 때 이 둘도 처음 만날 예정이라고.


그렇게 랜선에서의 첫 삼자대면 후 2주가 지나고,


"안녕 의민! 나 지금 한국이야! 나 너무 신나!"

"오! 드디어 왔구나! 웰컴 투 코리아~!^^"


클라리사가 한국에 왔다.




클라리사를 만나기로 한 날, 친구와 함께 홍대로 향한다.


"다음 역은, 홍대입구, 홍대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외국인 친구들을 종종 만났지만 그때는 여행자 대 여행자 혹은 현지인 대 여행자로 만났었고 내가 현지인이 되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툰 영어도 걱정되고 부끄럽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아는 게 많이 없어서 과연 가이드를 잘해줄 수 있을지도 걱정;;; 큰 소리는 이미 뻥뻥 쳐놨는데;;; 이렇게 만나기 전부터 설렘보다 걱정이 더 앞서있는 나에게 클라리사는


"걱정 마! 트리니다디언(Trinidadian-트리니다드사람)은 활발하고 흥도 많아서 재밌어. 잘 웃고. 난 한국인 친구들도 있어서 다 알아들을 수 있어. 그리고 나도 한국어 못해!ㅋㅋㅋ"


라며 몇 번이나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에스컬레이터보다 빨리 뛰는 심장을 어찌할 수가 없다. 두리번~ 두리번~ 출구를 나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 찾아보지만 다행히(?) 외국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된 걸까...?


"없네? 일단 큰길로 나가보자!"


나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친구와 함께 클라리사가 오고 있을 큰길 쪽으로 걸어간다. 몇 걸음 안 갔는데 모퉁이에서 누가 봐도 외국인 포스 팍팍 나는 두 친구가 보인다.


"어?! 쟤네들이다!"


사진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복잡하고 형식적인 신분확인 절차 따위는 필요 없었다. 보자마자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멀리서부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쭈뼛쭈뼛 서로에게 다가왔다.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하하하, 하이~ 나이스 투 미츄!^^"

"반가워~~~ 실제로 보니까 더 반갑네!"


"하하하, 여기는 내 친구 빈센트(Vincent)야."

"나이스 투 미츄~ 아임 의민^^ 여기는 내 친구 성우."

"하이~ 나이스 투 미츄~"


........


이럴 때 쓰는 말이 갑분싸(자기 위기 해짐)!? 각자의 친구를 소개하고 나니 급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럴 때 특효약은...? 역시 스몰 토크(Small Talk - 가벼운 대화 혹은 잡담).


"날씨 딱 좋을 때 왔어! 유아 럭키!ㅋㅋㅋ"

"하하하, 날씨 진짜 좋다! 근데 이제 우리 어디 가지?"


"혹시 가고 싶은데 있니?"

"음... 특정 장소를 찾아보진 않았는데 서울 야경이 보고 싶어."


"(옳커니!) 그럼 됐어. 팔로우 미!"


야경을 보고 싶어 하는 클라리사를 위한 나의 선택은 '남산(NAMSAN SEOUL TOWER)'이다.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여러 장소가 있지만 남산이 명실상부 원조 아니겠는가?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클라리사 입에서 나온 'Night View'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남산이 떠올랐다.


"근데 해 지려면 아직 멀었는데... 밥은 먹었니?"

"아침에 먹고 안 먹었어."


"그럼 미리 저녁 먹는 건 어때? 배 안고프면 간단하게라도."

"우린 좋아! 배불러도 먹을 수 있어. 우리한테 한국음식은 특별하니까."


"그럼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 전통 음식과 술을 소개해 줄게!"

"오우! 술!? 아이 러브 잇!^^"


술이라는 말에 클라리사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물 만난 고기처럼 말이 많아진다.


"솰라솰라~ 어쩌고 저쩌고..."


그 와중에 내가 이해한 내용은,

클라리사가 술을 처음 마신 건 20대 중반으로 20살 성인이 되면 거의 술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에 비교해서는 조금 늦게 시작했다.(트리니다드의 법이나 문화가 그런 것은 아니고 클라리사가 그렇게 시작한 것) 그런데 처음 술을 마신 이후로 술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 한동안 거의 매일매일 술을 마셨단다. 그로 인한 재밌는 에피소들도 많았다고. 요즘은 그때만큼 매일 마시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래서 술을 무척이나 좋아, 아니 사랑한단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술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트리니다드의 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덧 우리는 광장시장이 있는 종로에 도착했다.




종로5가역을 나와 광장시장 입구로 가는 길. 시장 주변은 여느 때처럼 사람들로 붐빈다. 많은 인파에 놀란 클라리사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쁘다. 가방 안에 있던 빈센트의 카메라는 어느새 목에 걸려있다.


"여기가 광장시장이야.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한국 최초 상설시장이야."


내가 아는 지식을 모두 방출했지만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나니 끝. 혹시나 나중에 또 외국인 친구들을 가이드해주려거든 사전 지식 공부는 필히 해야겠다.;;;(얘들아 내가 좀 더 알지 못해 미안해~ㅠㅜ) 다행스럽고 고맙게도 친구들이 더 이상 깊이 있게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붐비는 광장시장, 그와중에도 셀카는 포기할 수 없었다. 클라리사와 빈센트, 그리고 내 친구 성우와 나


수많은 인파를 뚫고 광장시장 안 파전골목에 도착했다. 여러 곳이 있지만 어딜 가나 대기는 필수. 가장 줄이 짧은 집 앞에 대기한다. 혹시나 줄 서는 걸 싫어하지는 않을까 싶어 그냥 다른 데로 갈지 물어보려는데 둘의 표정을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번잡하지만 활기 넘치는 시장 안의 모든 것들을 흥미롭게,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이미 표정에서 보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자리에 앉기만 했는데도 클라리사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내 싱글벙글. 시장길 한가운데 마련된 자리와 그 자리에서 음식을 먹는 게 신기하고 재밌는 눈치다.


"저희 파전, 빈대떡, 막걸리 하나씩 주세요! 막걸리 먼저 부탁드려요~"


앉자마자 주문부터 하고 잠시 후,

두둥! 막걸리님 등장!!!

얼른 맛보고 싶어 할 클라리사를 위해 막걸리를 뒤집어 들고 한 바퀴 휘리릭~ 잘 섞어준다. 이 모습이 재밌는지 클라리사가 'One More Time!'를 외치며 핸드폰을 꺼낸다.


쉐킷 쉐킷!


잘 섞인 막걸리를 사발에 한잔씩 돌리고 한국식 치어스로 첫 잔을 한다.


"짠! 건배!"


(꿀꺽~꿀꺽~)


"와~ 진짜 스윗하다. 나 이거 계속 마실수 있을 거 같아!"

"워워~ 컴다운! 이따 야경 보러 가야지."


막걸리 한 사발을 다 들이키는 사이 파전과 빈대떡이 나왔다. 젓가락질이 서툴 것 같아 잘게 잘게 나누고 있는데 슉! 슉! 젓가락 네 개가 나누는 족족 낚아채간다.


"너네 젓가락질 잘하는구나?!"

"그럼! 이 정도야~^^V"

"그럼 각자 알아서 먹기! 원래 자기가 찢어 먹어야 제맛이 걸랑."


클라리사와 빈센트는 파전과 빈대떡의 바삭한 식감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끄트머리 위주로 잘라먹었다.


한창 열심히 먹고 있는데 클라리사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다. 그 무언가는 황봉투. 우마르의 편지란다. 흔한 편지봉투를 생각했는데 마치 점집에서 만들어 준 부적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봉투다. 아래쪽이 살짝 볼록한 것이 편지 말고도 뭐가 있는 듯하다.


"그건 나도 뭔지 몰라. 나중에 열어보고 나도 알려줘."

"알았어, 나도 이거 부탁할게!"


말없이 먹고 있는 빈센트와 성우 사이에서 때아닌 선물 교환식. 나도 준비한 편지와 선물을 건네주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클라리사에게는 여행 다이어리를, 우마르에게는 편지와 우리나라 믹스커피 한 박스를. 달콤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우마르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인데 입에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믹스커피를 맛보고서 맛없다고 한 외국인은 없다는 거 같기는 한데...


선물 교환식과 함께 가벼운(?) 저녁식사도 끝이 났다. 해가 지고 완전히 땅거미가 내렸다. 클라리사와 빈센트는 땅거미진 종로거리의 야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여행자인 친구들 눈에는 정신 산란한 간판들도, 주차장처럼 빽빽한 도로 위 차들의 불빛들도 아름답게 보이나 보다. 이 둘은 남산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아무 말 없이 내내 차창만 바라봤다.




걷느냐? 타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로다! 혈기왕성하던 시절 걸어서 올라가 본 유경험자로서, 그것도 충분히 나쁘지는 않지만 한국에 온 지 겨우 이틀째인 트리니다드 여행자들에게 달밤의 빡센 운동이라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치의 고민 없이 케이블 카를 선택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줄이 길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도 클라리사와 빈센트는 그리 개의치 않아했다. 그렇겠지... 줄 서는 것조차 즐겁겠지...

그래도 다행히 줄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에 클라리사가 트리니다드 카니발 영상을 보여준다.


"혹시 나중에 트리니다드 올 거면 카니발 기간에 꼭 맞춰 와야 해! 정말 신나!"


중남미 특유의 후끈한 카니발이다. 건강미를 그대로 드러내는 시원한 옷차림으로 거리 퍼레이드를 펼친다. 버킷리스트에 바로 한 줄 추가! 이거 언젠가는 꼭 가고 만다!!!

카니발 영상을 보는 사이 빈센트는 오고 가는 케이블카와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남산타워 야경 찍기에 푹 빠져있다. 사진 찍는 뒷모습은 뭐 아주 전문 포토그래퍼다.


"사진 좀 보여줄래?"

"제대로 안 찍혔어;;;"


겸손의 한마디인 줄 알았건만 정말 까~~~맣다. 보여달라고 한 나나 보여준 빈센트나 순간 민망함에 서로 할 말을 잃었다. 갑분싸~


드디어 케이블 카에 탑승한다. 올라가면서 야경을 잘 찍을 수 있게 측면으로 자리 잡는다. 사람들로 가득 찬 케이블 카가 꼭 닭장 같다. 우리는 닭장 속의 닭. 점점 높이 올라가면서 사방으로 서울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닭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꼬끼오~~~


"꼬끼오~~~(와~ 진짜 아름답다!)"


클라리사 닭도 한마디 거든다.


"꼬끼오~~~(찰칵! 찰칵!)"

 

빈센트 닭은 카메라 셔터 소리로 대신한다. 이번엔 잘 찍었으려나... 궁금하지만 이번엔 참아야지...


닭장 문이 열린다. 남산에 도착했다. 몇 년만의 남산인가?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마지막 모습 그대로다. 남산에 올라오자 클라리사의 숨겨왔던 사진 탐욕을 드러낸다. 셀피도 찍고, 풍경도 찍고, 서성거리는 나와 성우를 불러다가 다 같이 찍고. 우리는 그저 클라리사가 시키는 대로 할 뿐...


산더미처럼 수북한 사랑의 자물쇠. 과연 이 커플들, 다들 잘 만나고 계신지요?
어떻게든 남산타워를 한 프레임에 넣고 싶은 빈센트
아마 얼짱각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듯. 클라리사는 각도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어떤 각도는 서슴없이 셔터를 눌렀다.
김치이~~~~


서울 야경을 보러 타워 쪽 전망대로 향한다. 새삼스럽지만 한국인인 내가 봐도 서울 야경은 언제나 예쁘다. 깜깜한 밤하늘 속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까지 보일만큼 도시의 빛이 환하게 세상을 비춘다. 그래서인지 서울은 낮보다 밤에 더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아마 서울은 낮져밤이 스타일?


서울의 밤 #1 (photographed by Clarissa)
서울의 밤 #2 (photographed by Clarissa)
서울의 밤 #3 (photographed by Clarissa)


"이제 슬슬 내려갈까? 더 보고 싶니?"

"이 정도면 충분해. 너무 좋았어!"


이제 다시 환하게 빛나고 있는 도시 속으로 내려간다. 내려갈 때도 닭장을 타고 내려갈까 했지만 천천히 내려가며 서울의 야경을 좀 더 즐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과감히 걸어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다들 조용하다. 낮에 만났던 에너지틱한 트리니다디언은 더 이상 없었다. 닭장은 아니어도 버스라도 타고 올걸;;;


남산을 내려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향한다. 지하철이 우리의 헤어짐의 장소. 처음 만나기 전 약간의 부담스러움도 있었지만 만나고 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고, 이제 헤어지려니 아쉽다.


"너네 가는 거 보고 갈게~"


그렇게 우리의 차가 떠나고, 곧이어 홍대 방향으로 가는 클라리사와 빈센트의 지하철이 도착한다. 평소 이 늦은 시간에는 배차 간격도 길던데... 오늘따라 왜 이리 유난히도 자주 다니는 건지... 물론 기분탓이겠지만.

헤어질 때 외국식으로 포옹하고 볼 키스 정도 할 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닫겠다는 성질 급한 지하철 기관사님 덕분에 친구들은 헐레벌떡 지하철에 오른다. 닫히는 문 틈 사이로 눈인사와 손인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안녕~ 조심히가~”




집에 오자마자 우마르의 편지부터 꺼낸다. 봉투 안에서 혼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녀석의 정체는 열쇠고리 두 개. 딱 트리니다드스러운 열쇠고리다. 이제 열쇠 쓸 일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만약 열쇠가 생긴다면 그때 요놈들에 걸어 놓아야겠다.

편지는 첫 줄의 한글이 단연 눈에 띈다. 서투르지만 또박또박 제법 잘 썼다. 첫 줄 이후 영어가 쭉 이어지고 마지막 인사는 다시 한글. 그리고 끝에 본인임을 인증하는 지문이 찍혀있다. 내용만 보면 사실 특별할 건 없는 편지인데 우마르의 지문 하나에 편지는 감히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의미 있는 선물로 재탄생됐다. 순간 ‘나도 이거 할 걸~’ 하며 뒤늦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미 편지는 내 손을 떠났다. 우마르 이 짜식! 제법 센스 있네!

솔직히 처음 우마르와 연락했을 때 얼마나 오래가려나 싶었는데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참 고마운 친구. 역시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는 것 같다! 우마르가 직접 한국에 왔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에 난 두 명의 새 친구들이 생겼다. 어쩌면 우마르에게 받은 진짜 선물은 바로 클라리사와 빈센트, 이 두 친구들이지 않을까 싶다. 트리니다드에서 온 편지 한 장이 나에게 3개의 우정을 선물했다.


“Thank you! Umar.”




< TRAVEL NOTE >

트리니다드 토바고 공화국(Republic of Trinidad and Tobago)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카리브해 남쪽, 베네수엘라 북동쪽에 위치한 섬나라다. 포트 오브 스페인이라는 수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이후 프랑스, 영국 등에 할양되었다가 독립운동을 통해 현재의 공화국이 되었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와 우마르 (구글 지도 길 찾기 검색, 항공편)
트리니다드 토바고


광장시장

1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 조선시대 서울의 3대 시장 중 하나인 배오개 시장의 명맥을 이어받아 1905년 광장 주식회사의 설립과 함께 시장 개설 허가를 받았다. 그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다양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많고, 포목과 구제 상품 등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가는 법]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 서울역에서 택시 이용 16분 소요
  - 서울역에서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이용 20~30분 소요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정류장 하차)

[이용시간]
  - 매일 9AM-18PM (일요일 휴무)
  - 먹자골목 : 매일 9AM-23PM (연중무휴)
  - 구제 상가 : 매일 10AM-19PM (일요일 휴무)

[문의] 02 2267 0291



N서울타워 (N Seoul Tower)

서울의 중심, 서울의 상징이자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보통은 남산에 있어 '남산타워'라고 부른다.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어 서울 야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 연인들의 성지다.
1969년 TV와 라디오 방송을 수도권에 송출하기 위해 한국 최초의 종합 전파탑으로 세워져 실제 수도권의 지상파 방송사(MBC, KBS, SBS)들이 이 타워를 이용하여 전파를 송출하고 있다. 1980년 이후부터는 서울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복합 문화공간이자 외국의들의 필수 관광코스로서 자랑스러운 서울의 랜드마크다.

< N서울타워를 보면 미세먼지 농도를 알 수 있다? >
  - 서울시가 2015년 2월부터 시행한 제도로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다.
  *파란색 : 좋음
  *초록색 : 보통
  *노란색 : 나쁨
  *빨간색 : 매우 나쁨

[가는 법]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길 126
  - 서울역에서 택시 이용 15분 소요
  - 서울역에서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이용 30~40분 소요 (후암약수터 정류장 하차)
  - 순환버스 이용 시
   *02번 : 충무로역(지하철 3, 4호선 2번 출구(대한극장 앞), 동대입구(지하철 3호선) 6번 출구 앞에서 탑승
   *04번 :  동대입구역에서 탑승
  - 케이블카 : 명동역(4호선) 하차 후 3번 출구로 나와 퍼시픽 호텔 오른쪽 길 따라 걸어서 남산 케이블카까지 10분 소요
  ※상세정보 홈페이지 참조

[이용시간]
  - 전망대 : 연중무휴
  - 케이블카 : 10AM-23PM
   ※타워 내 레스토랑 시간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

[이용요금]
  - 전망대
   * 대인 11,000원
   * 소인 9,000원
  - 순환버스 : 600원
  - 케이블카
   * 대인 왕복 9,500원
   * 대인 편도 7,000원
   * 소인 왕복 6,500원
   * 소인 편도 4,000원

[문의] 02 3455 9277


참고 : 위키백과(트리니다드 토바고), 광장시장/서울 N타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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