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볼러 Apr 14. 2020

쌍문동 쌍리단길

동네의 재탄생

동네가 소란해졌다.
하나둘씩 가게가 들어서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새로운 힙 플레이스의 탄생이다.


쌍문동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아기공룡 둘리의 동네다. 둘리가 빙하에 갇혀 표류하다 도착한 곳이 바로 쌍문동이다. 둘리 테마역으로 지정된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은 역사 안 곳곳에서 둘리를 만날 수 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덕선이의 동네다. 쌍문동에서 촬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극 중 나온 가게 이름이나 학교는 실제로 존재했던 곳들이다. 걔 중 몇몇은 여전히 쌍문동을 지키고 있다.

이런 쌍문동에 변화가 찾아왔다.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해 ‘리단길‘이라는 열차에 올라탄 것. 쌍리단길*의 탄생이다. 다행스럽게도 급행이 아닌 완행이었다. 덕분에 동네의 추억과 감성도 그대로 간직하고있다. 트렌디함이 더해져 힙 플레이스로 재탄생한 골목을 찾아가 보았다. 밥 먹고 커피 한 잔, 소소한 일상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쌍리단길: 쌍문역 2번 출구 도봉로 114길 일대 골목길. 실제 행정구역 상으로는 쌍문동이 아니라 창1동이다. 도봉구 관계자에 의하면 구청, 시청의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대중에게 친숙한 드라마 응팔과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배경이어서 창리단길 대신 쌍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한다.
쌍문동 쌍리단길




[Dining]

평범함이 때론 가장 특별하다

노말 키친(normal kitchen)

삼겹살이 파스타와 만났다. 면과 고기는 언제나 진리. 바싹하게 구워진 삼겹살 스테이크 한 점을 파스타로 칭칭 감아 입에 넣으면 고소한 육즙이 파스타 소스와 환상의 케미를 발휘한다. 맛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넓적한 접시에 얘기 주먹만큼 나오는 흔한 파스타집과는 다르다. 1인 1접시면 충분하다. 애피타이저와 식사의 중간쯤 되는 샐러드도 양을 무시하고 시켰다가는 남기거나 혹은 못 움직일 만큼 배가 터지도록 먹거나 둘 중 하나다. 평범한 재료들로 만든 특별한 맛과 양. 거기에 저렴한 가격까지. 평범해도 특별할 수 있는 이유다.

심플한 가게 외관과 노말키친 슬로건(?)
함박 스테이크(좌), 삼겹살 스테이크 파스타(중), 노말키친 샐러드(우)
[영업시간]
  - 매일 11AM–재료 소진 시까지
  - 브레이크 타임 주중 15PM–17PM / 주말 14PM–16PM

[메뉴 및 가격]
  - 삼겹살 스테이크 파스타 10,500원
  - 함박 스테이크 9,500원
  - 삼겹살 스테이크 덮밥 8,000원
  - 노말키친 샐러드 10,500원

[문의] 070 4244 3899


마음까지 든든하게

나드리 슈니첼

소박한 유럽식 집밥이다. 유럽식 그대로 만든 슈니첼*을 사장님이 직접 만든 귤레몬에이드잼과 딸기 블루베리잼에 빠뜨리면 달콤 상큼한 슈니첼을 즐길 수 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 사람을 위해 밥도 함께 나온다. 밥이 있다면 모름지기 국도 있어야 할 터. 굴라쉬*를 시키면 된다. 우리 식재료가 들어간 굴라쉬는 얼큰한 고추장찌개를 떠올린다.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온몸에 온기가 퍼지고 입안이 개운해진다. 슈니첼에 굴라시, 애피타이저로 시킨 치즈 샐러드까지. 이 모든 게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넘치는 양은 허전한 배는 물론 마음까지 채워준다. 역시 집밥이 든든하다.

*슈니첼: 망치로 두들겨 연하게 만든 송아지고기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묻혀 튀긴 커틀릿의 일종으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굴라쉬: 쇠고기, 양파, 고추, 파프리카 등으로 만든 헝가리의 전통 스튜 요리
가게 내부와 식전빵
슈니첼과 굴라쉬에 치즈 샐러드가 함께한 유럽식 가정식 한상 차림
[영업시간]
  - 방문 전 전화 확인 필수

[메뉴 및 가격]
  - 슈니첼 8,000원
  - 굴라쉬 7,500원
  - 치즈 샐러드 4,000원
  - 목살 스테이크 9,500원

[문의] 070 8111 1016

   

생선이 밥을 덮쳤다

하이쿠(HAIKU)

혼밥 하기 좋은 덮밥 전문점. 시그니처 모둠 해산물 덮밥인 하이쿠 카이센동은 매일 신선한 재료를 선정해 만든다. 오늘은 구운 고등어, 연어, 구운 연어, 방어, 도미, 새우, 참치까지 도합 7가지 제철 생선들이 나왔다. 밑에 깔려 있는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회를 두툼하게 썰어 가득 담았다. 회 특성상 배가 부르지 않을 것 같지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후식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배가 찬다. 덮밥류 외에도 1인 사시미 메뉴가 인기다. 다소 가격대가 있지만 메뉴 구성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모둠 사시미와, 생선조림, 미니 카이센동을 코스처럼 즐길 수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순수 계란만을 구워 만든 빵도 별미. 혼밥러들의 성지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하이쿠 외관
마나에타 사시미 모리아와세(회덮밥, 생선간장조림, 모둠회)
하이쿠 카이센동
[영업시간]
  - 평일, 토요일 12PM – 21PM (런치 12PM – 14:30PM, Last Order 14PM / 디너 17:30PM – 21PM, Last Order 20:30PM)
  - 브레이크 타임 14:30PM–17PM
  - 일요일 휴무

[메뉴 및 가격]
  - 하이쿠 카이센동 18,000원
  - 사시미 정식 30,000원 (DINNER MENU, Break Time 미리 예약 필수)
  - 삼색동(흰살 생선, 연어, 참치덮밥) 17,000원

[문의] 02 907 0613



[Cafe]


적어도 13번은 가게 될 곳

쌍문동 커피(쌍커)

쌍리단길이 생기기 전부터 쌍문동에선 나름 유명 인사였던 쌍문동 커피(이하 쌍커)는 최근 ‘봄밤 카페‘로 더 유명해졌다. 가게 한편에 정해인과 한지민(극 중 이름 이정인으로)의 사인이 걸려있다. 두 주인공이 앉았던 창가 쪽 테이블은 인증숏 스폿이 되어 이제는 쉽게 차지할 수 없는 명당이 되었다. 지어진 지 40년 된 일반주택을 직접 개조한 만큼 곳곳에 쌍커 부부(사장님 부부)의 취향이 녹아있다. 그 취향은 메뉴에서도 역시 확실하게 드러난다. 시그니처 메뉴를 무려 13가지나 가지고 있다. 오직 쌍커에서만 맛볼 수 있다. 다 먹어보기까지 앞으로 12번 남았다.

드라마 '봄밤'에서 한지민과 정해인이 앉았던 창가 자리
카페 내부와 쌍커브레붸
쌍문동 커피
[영업시간]
  - 월-금 10AM–23PM
  - 토, 일 11AM–23PM

[메뉴 및 가격]
 - 아메리카노(콜롬비아/에티오피아) 3,500원
 - 쌍커커피(Only Iced) 5,000원
 - 쌍커브레붸(Only Hot) 5,000원
 - PERHAPS(Only Iced) 5,000원
 - 타이타닉(Only Iced) 5,500원
 - 유레카(Only Iced) 4,500원
 - 쌍리단길(Only Iced) 5,000원
*쌍커브레붸: 따듯한 카푸치노와 생크림의 조화.
*PERHAPS: 쌍커 아인슈패너, 아메리카노 위에 올려지는 생크림의 조화.


정원에서의 달달한 시간

카페 작약(芍藥)

작약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정원에 심는 관상용 식물이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실내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석구석 비치된 화분과 벽에 축 늘어져 있는 마른 꽃들,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이 빈티지함을 더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소금커피*. 단짠단짠한 크림이 먼저 입안을 한가득 메우면 진하게 내린 고소한 커피가 쭉 밀고 들어와 크림과 뒤엉킨다. 단짠고소. 쉽게 질리지 않는 단맛이다. 음료를 주문하면 디저트 한 가지는 덤이라고 하니 인상만큼이나 인심도 좋으신 사장님의 서비스에 마음까지 달달해진다.

카페 작약 내부
소금커피와 에그타르트
[영업시간]
  - 매일 12PM~22:50PM (Last Order 21:30PM)
 ※수요일 정기휴무

[메뉴 및 가격]
  - 소금 커피 5,300원
  - 달고나 얼그레이 밀크티 5,500원
  - 아메리카노 4,300원
  - 마카롱/에그타르트 2,000원
※음료 주문 시 디저트 택 1 가능 (마카롱/에그타르트/파이(라즈베리, 애플, 슈크림, 메이플)), 음료만 주문 시 1,000원 할인

[문의] 070 7740 0259
*소금커피: 진한 커피 위에 얹은 생크림 또는 우유 거품에 소금을 뿌린 커피.


앤티크와 유기농이 만났다

카페 고르(Cor)

창문이 보이지 않아 문을 열기가 망설여진다면 조금 용기를 내보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 유럽의 한 영접실로 들어서게 된다.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진한 녹차 같은 벽에 걸린 그림과 장식품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구석구석 센스 넘치는 소품들까지. 앤티크의 끝이다. 여기에 사장님 표 수제 디저트가 건강함을 더한다. 모든 디저트에는 비정제 유기농 설탕을 사용한단다. 왠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찔 것만 같다. 건강한 디저트와 함께할 건강한 음료로는 쑥비엔나를 추천한다. 커피를 뺀 쑥라떼에 크림을 얹은 것으로 쑥떡을 갈아 만든 것 같은 맛이다. 쑥떡 맛 음료가 생긴다면 바로 이런 맛이지 않을까? 쌉싸름한 쑥과 달달한 크림이 만나 건강한 단맛이 탄생했다.

카페 고르 외관
앤티크한 내부 인테리어
달콤 쌉싸름한 쑥비엔나와 꾸덕꾸덕 말차 테린느
[영업시간]
  - 매일 12PM – 22PM
※ 매월 첫째 주 월, 화 휴무

[메뉴 및 가격]
  - 아인슈패너 5,500원
  - 쑥비엔나 6,000원
  - 말차 테린느* 5,500원
  - 얼그레이 테린느 5.500원
  
*테린느: 본래 프랑스 음식 조리도구 중 하나인 직사각형 모양의 테린(Terrine)에 하는 음식을 모두 테린느라고 한다. 디저트 테린느는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말차 테린느가 원조다.


취재협조 : 쌍리단길 사장님들 / 참고 : 네이버 플레이스, 카카오맵

매거진의 이전글 현실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트리니다드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