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의 휴일
왕의 욕실, 와지엔키 공원 (Łazienki Królewskie)
세계에서 휴일이 가장 많기로 둘째 가인 폴란드.
폴란드 사람들은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너넨 휴일에 주로 뭐하니?"
"음... 특별한 일 없으면 와지엔키에 가. 폴란드 사람들은 산책이나 활동하는 걸 좋아하거든."
바르샤바에서의 어느 일요일 오후, 나도 그들처럼 와지엔키를 찾았다.
폴란드는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공휴일이 많은 나라다.
법정 공휴일 : 26일 / 국경일 : 11일 (총 37일, 주말 제외)
서울 '따릉이'처럼 바르샤바에도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있다. 영화 <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년 作) > 에서 두 주인공이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돌아다녔다면 난 스쿠터 대신 자전거로 와지엔키를 둘러볼까 했는데 자전거가 동이 났다. 하는 수 없이 튼튼한 내 두 다리에게 열일을 시키는 수밖에...
바르샤바 따릉이, 텅~ 비어있다
와지엔키로 가는 길딱딱한 아스팔트만 걷다가 푹신한 흙길을 걸으니 발바닥에 쌓였던 피로가 누그러진다. 초록초록한 공원 풍경 덕에 눈도 편안하다. 부부, 친구, 연인과 함께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진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곳은 월드컵 열기 못지않은 축구장뿐.
Hey! Pass! Pass!공원 한복판에 튀면서도 익숙한 빨간색이 보인다. 유럽의 공원 한복판에서 홀로 동양미를 뽐내고 있다. 기와지붕을 보면 우리나라 같은데 온통 빨간 것이 중국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됐건 동양인인 나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서양인들(폴란드 사람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제법 인기 만점이다. 찍고 또 찍고, 카메라가 쉴틈이 없다.
큰 정자 앞에 안내 푯말이 있다. 이곳은 중국정원(Pawilon w Ogrodzie Chińskim)이란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경까지의 유럽 귀족 사이에서 유행했던 중국풍 양식인 시누아즈리(chinoiserie) 양식의 정원으로 17세기 후반경 만들어진 돌다리가 2012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그로부터 2년 후인 2014년에 다리를 중심으로 지금의 중국정원이 만들어졌다고...
시누아즈리(Chinoiserie)
(유럽의 미술・가구・건축에 나타나는) 중국풍.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경까지의 유럽 귀족 사이에 일어난 중국풍 취미의 총칭으로, 중국 또는 동양풍의 이국적인(exotic) 인물･풍경･문양 등의 장식 주제를 애호했으며, 그 범위는 실내장식･가구･도자기･직물･장식 등을 위시하여 널리 회화나 판화에까지 미쳤다.
중국정원을 지나 공원의 중심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연못 위에 섬처럼 떠있는 작은 광장과 함께 궁전 하나가 나온다. 와지엔키 궁전(Pałac na Wyspie)이다. 폴란드의 마지막 국왕,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Stanisław August Poniatowski)의 여름 별장으로 궁전 안에는 여러 개의 욕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와지엔키'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었다. '와지엔키(Łazienki)'가 바로 '욕실(Bathroom)'을 뜻했다. 과거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왕과 일가 귀족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원형극장(Amfiteatr)
궁전 앞, 꺼져있는 분수대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무슨 일인고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에 공작새가 있다. 어릴 적 동물원에서 펜스에 갇힌 공작새는 봤어도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공작새를 바로 눈앞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사람들이 익숙한 듯 거리낌 없이 사람들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특히나 좋아라 한다. 공작새가 귀찮을 정도로 쫄래쫄래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 어른들은 카메라를 꺼내 촬영 5분 대기 중이다. 바로 날개를 펴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 나도 핸드폰에서 카메라릉 켠 채로 따라다닌다. 그렇게 십여분 넘게 따라다녔을까? 절대 날개를 펴지 않는다. 도도한 녀석... 꼭 필 것 같이 하더니만. 공작새의 공작(工作,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꾸밈)에 제대로 낚였다.
날개 좀 펴보라고!!!ㅡㅡ^출구로 향하는 길에 넓은 잔디광장이 나왔다. 중앙에는 큰 동상이 있다. 사람 동상인 거는 같은데 꼭 에일리언 같은 외계 생명체가 사람을 잡아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 같다. 뜬금없는 SF 스러운 동상에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가보니, 이런;;; 큰 결레를 범했다. 아마 지금 이곳에 있는 폴란드 사람들이 에일리언이라는 내 표현을 들었다면 난 몰매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동상은 피아노의 시인이자 폴란드의 자존심, 쇼팽 기념비(Pomnik Fryderyka Chopina)다. 잔디광장이라 표현한 여기가 여름이면 매주 일요일 쇼팽 콘서트가 열린다는, 그 유명한 쇼팽 콘서트장이었다.
콘서트가 열릴 때면 벤치는 물론 잔디밭까지 빈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메워진다고 하는데, 비 공연 시즌인 지금은 기념비 주변 벤치에 앉아 쉬거나 기념비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뿐이다. 한적하니 평화로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우두커니 있는 쇼팽 기념비가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콘서트가 열리는 여름에 다시 찾을 것을 다짐해본다. 아윌 비 빽!!!
쇼팽 기념비(Pomnik Fryderyka Chopina)
과거 왕과 귀족들이 몸을 씻겨주었던 와지엔키는 현재는 폴란드 사람들의 휴식처로서 몸이 아닌 마음을 씻겨주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힘이 되어주는 바르샤바의 소울 플레이스! 나 역시 와지엔키를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소소한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바르샤바의 휴일이다.
< Travel Info >
와지엔키 공원 (Łazienki Królewskie)
폴란드의 마지막 국왕인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Stanisław August Poniatowski)의 여름 별장으로 약 3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여름이면 76헥타르에 이르는 공간에 화사하게 핀 3만 여송이의 꽃을 만날 수 있어 유럽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매주 일요일, 하루 2회, 쇼팽 콘서트가 열린다. 공원 곳곳에 와지엔키 궁전을 비롯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여러 박물관들이 있다.
가는 법 (How to get)
바르샤바 중앙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도보 이용 Łazienki Królewskie 02 정류장에서 하차
(20 ~ 30분 소요)
• 10번 @ Dworzec Centralny 09 (도보 8분)
• 525번 @ Dworzec Centralny 26 (도보 10분)
• 4, 15, 18, 35번 @ Centrum 07 (도보 13분)
• 501, 519, 522번 @ Dworzec Centralny 27 (도보 9분)
와지엔키 궁전 (Pałac na Wyspie)
영어로는 'Palace on the Island'. 섬 위의 궁전이라는 의미로 폴란드의 마지막 국왕인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Stanisław August Poniatowski)의 여름 별장으로 약 3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주소(Address) : Agrykoli 1, 00-460 Warszawa, Poland
영업시간(Opening Hours)
• 하절기 (5월 1일 ~ 9월 30일) : 화 - 일 10AM ~ 18PM
• 동절기 (10월 1일 ~ 4월 30일) : 화 - 일 9AM ~ 16PM
티켓(Ticket)
• 성인 : 25 PLN
• 어린이 및 26세 이하 학생 : 1 PLN
※ 화요일은 무료입장
연락처(Contact)
• 리셉션(Reception)
- tel: (+48) 22 50 60 024
- e-mail: recepcja@lazienki-krolewskie.pl
• 문의(Information)
- tel: (+48) 504 243 783
- e-mail: info@lazienki-krolewskie.pl
• 투어 예약(Reservation Tour Guide)
- tel: (+48) 22 50 60 028
- e-mail: rezerwacje@lazienki-krolewskie.pll
※ 상세정보 홈페이지 참조
참조 : 위키백과, Google Maps, 네이버 지식백과
